독일·이탈리아·벨기에 등 극우정당 선전…녹색당 지지하던 Z세대 ‘박탈감’에 오른쪽으로
1차 투표의 기세를 몰아 2차 투표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고 있는 RN은 절대 과반 의석을 확보해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를 총리 자리에 앉히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극우 정당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한 후 총리까지 배출하게 될 경우 이는 프랑스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 된다.
사실 이런 극단적인 우클릭은 비단 프랑스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아니다.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독일의 ‘독일을위한대안(AfD)’, 이탈리아의 ‘이탈리아형제들’, 오스트리아의 ‘자유당’, 벨기에의 ‘새플레미시연대’ 등 각국의 극우정당들이 선전하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그 결과 극우 정당들의 비율은 전체 의석의 4분의 1이 됐다.
놀라운 점은 극우 정당들이 청년층에서 예상 외로 많은 지지를 얻었다는 점이다. CNN은 최근 보도에서 “몇 년 전만 해도 일명 ‘기후 세대’라고 불렸던 세대는 확실히 자유주의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을 띠었다. 그리고 대부분 녹색당에 투표했다. 하지만 지금은 극우 정당에 한 표를 던지고 있다”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기후 세대’란, 1995년에서 2012년 사이에 태어난 Z세대를 일컫는다.
CNN은 ‘뒤처졌다’는 박탈감이 이 세대들을 오른쪽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었고, 그 다음에는 유로존 위기, 그 다음에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그리고 이제는 유럽의 전쟁까지 겪으면서 점점 더 많은 젊은 세대들이 부모 세대보다 더 힘들게 살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케임브리지대학 민주주의 미래센터의 공동 책임자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젊은이들의 불만을 연구하는 로베르토 포아는 서구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성공한 지역과 뒤처진 지역 간의 부의 격차, 그리고 삶의 기회에 대한 세대 간의 격차를 두 가지 큰 격차로 보고 있다. 이 두 집단은 오랫동안 단절되어 왔으며, 이런 무관심은 이제 적대감으로 바뀌고 있다. 포아는 CNN에 “기성 정당 체제를 깨고 새로운 지지층을 모으고자 하는 정치가라면 바로 이 집단을 선택해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포아는 또한 “젊은 사람들은 유권자로서는 처음이다. 그들은 백지상태다. 그들의 결정을 좌우하는 건 누가 나의 필요에 가장 잘 맞는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중도좌파 정당이 몰락하는 가운데 빈틈을 노린 극우 정당들이 젊은이들에게 경제적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마음을 두드리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유럽의 주류 정치인들이 심각한 어조로 연설을 하는 반면, 극우 정당들이 틱톡과 같은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을 이용해 젊은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는 점도 지지율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은 젊은층이 많이 사용하는 SNS에서 방대한 팔로어를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가령 RN의 바르델라는 종종 와인을 시음하거나 술을 마시는 영상을 틱톡에 게시하면서 젊은층과 소통한다. AfD의 막시밀리안 크라는 Z세대 팔로어들에게 “음란물을 보지 말라, 녹색당에 투표하지 말라”는 식으로 연애 상담을 한다.
하지만 이런 극우 성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또한 미지수라고 포아는 말했다. 그는 “젊은 유권자들은 점점 더 특정 정당이나 플랫폼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그들은 선거 때마다 매우 변동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2019년에는 녹색당을 열렬히 지지했던 것처럼 정당에 대한 충성도는 언제든 다시 바뀔 수 있다.
어쩌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주장처럼 극우 정당의 매력은 그들이 집권하는 순간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모든 정당이 그렇듯 극우 정당 역시 집권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약속을 어길 수 없다. 하지만 집권한 후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똑같이 실망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