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A 씨가 병원에 있어 아직 본격 조사 못해…차량은 국과수 보내 감정”
운전자 A 씨는 현재 경기도 안산시 소재 버스회사에 소속된 시내버스 기사로, 40여 년의 운전 경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용우 서울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2일 기자단 브리핑에서 “사망 사고를 발생시킨 운전자 A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향후 면밀한 사실관계 확인 등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하겠다”면서 “사건을 진행하면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가해자(A 씨)가 갈비뼈 골절이 있어서 말을 하기 힘들어하는 상황”이라며 “의사 소견을 듣고 경찰서로 부르든지 병원을 방문 조사하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에 동승했던 A 씨 아내가 사고 직후 주변에 ‘급발진’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는 “급발진의 근거는 현재까지는 피의자 측 진술 뿐이며 급발진이라고 해도 적용 혐의가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확인을 위해 차량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과수의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에는 통상적으로 1∼2개월이 소요된다.
경찰은 사건관계인과 목격자 진술, 폐쇄회로(CC)TV,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상황과 가해 차량의 동선을 재구성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사고 당일 A 씨 부부는 서울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A 씨 처남(아내 친오빠)의 칠순 잔치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부부가 탄 제네시스 차량은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와 한화빌딩 뒤편의 일방통행 도로인 세종대로18길을 역주행하다가 가드레일과 인도의 행인을 들이받은 뒤 BMW, 소나타 차량 등을 이어 추돌한 뒤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 교통섬에 이르러 차량이 멈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당초 사고 직후 A 씨 차량이 BMW와 소나타 차량을 먼저 추돌한 뒤 행인을 들이받은 것으로 알려졌던 것과 차이가 있다.
경찰 관계자는 “CCTV로 확인한 사실과 A 씨, 목격자의 진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아직 A 씨가 병원에 입원해 있어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을 토대로 A 씨가 사고 전후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여부, 차량 속도 등도 함께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A 씨가 도주를 시도하지는 않았으며, 음주 측정과 마약 간이검사를 한 결과 음주나 마약 흔적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추가 조사를 위해 채혈을 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는 A 씨가 지난 1974년 버스 면허를 취득했으며, 지난해 2월 3일 경기도 안산시 소재 K여객에 촉탁직으로 입사해 20인승 시내버스를 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K여객에 입사하기 전에는 1985년부터 1992년까지 서울에서 버스기사로, 1993년부터 2022년까지 트레일러 기사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K여객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A 씨가 입사 후 사고 이력은 없었고, 주변 기사들은 A 씨가 원래 술도 안 마시는 베테랑 기사였다고 한다”며 “서울에서도 버스 기사를 해서 서울 지리도 잘 알 것”이라고 전했다.
A 씨는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쯤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제네시스 차량을 몰고 빠져나온 뒤 일방통행 4차선 도로를 역주행하다 왼편 인도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보행자 9명이 숨졌다. 6명이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3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부상자는 A 씨와 아내, 보행자 2명, A 씨 차량이 들이받은 차량 2대의 운전자 등 총 6명이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