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세수 결손 예상 속 정책 효과 미미 분석도…재난지원금·지역화폐 부정결제 우선 해결 필요
민주당은 민생위기극복특별조치법을 7월 임시국회 내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7월 2일 민주당은 민생위기극복특별조치법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했다. 법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으로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금액은 25만∼35만 원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지급액에 차등을 뒀다. 법 시행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지급하도록 했고, 소비 진작을 위해 지역화폐 사용 기간을 4개월 이내로 제한하도록 했다.
이어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7월 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생안전과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민생회복지원금 지원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1인당 25만 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원하고 사용 기간을 한시적으로 정해 소비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며 “정부가 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지원 대상을 한정하고 지원 금액도 차등하는 선별·차등 지원에 협의할 수 있다. 정부의 입장이 있을 테니 충분히 협의해서 합의로 처리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강력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여당은 민주당이 13조 원 재정을 투입해 ‘이재명 공약 치적’을 세우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혜란 국민의힘 대변인은 4일 “‘이재명표 포퓰리즘’의 정점에 있는 ‘전 국민 현금 살포법’이 국회 행안위에 상정됐다”며 “민주당은 그저 국민의 세금으로 현금을 뿌리는 것으로 사실상 이재명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위한 치적 쌓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역동 경제 로드맵 발표’ 회의를 주재하며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1인당 왜 25만 원만 줍니까. 한 10억 원씩, 100억 원씩 줘도 되는 것 아니에요”라고 반문하며 “(무분별한 현금 지원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뻔한 것 아니겠느냐. 일단 물가가 상상을 초월하게 오를 뿐 아니라 대외 신인도가 완전히 추락해서 정부나 기업들이 밖에서 활동할 수도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국채 발행을 통한 재정 충당 주장을 겨냥한 듯 “국채라는 것을 정말 개념 없이, 방만한 재정이라는 것이…”라며 “대차대조표에 대변, 차변이 일치되면 문제없다는 식으로 마구 얘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 지원에 대해선 “그냥 돈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정말 필요한 곳에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국민 지원금 지급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정부여당은 전 국민 지원금으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를 문제 삼는다. 지난해 세수 결손은 역대 최대 규모인 56조 원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 역시 세수 부족으로 정부는 한국은행으로부터 91조 원을 빌려다 썼다. 민주당은 세수 결손에 대한 정부 책임을 묻는 재정청문회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세수 결손을 비판하는 민주당이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한 전 국민 지원금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다. 안도걸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4명은 1일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요건을 완화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의 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추경 편성 근거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을 위한 추경 예산안 편성론에 대해서 “추경을 해야 할 요건은 굉장히 제한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전 국민 지원금이 경제 효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코로나19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사용 가능 업종에서 재난지원금을 통해 증대된 카드매출액이 정부가 투입한 예산 14조 원의 26.2~36.1% 수준인 총 4조 원 규모에 그쳤다. 이에 KDI는 재난지원금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취약계층에 집중해서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김미루·오윤해 연구위원은 “매출 감소 피해가 큰 여행업, 대면서비스업 등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가 미미했다”며 “경제주체별 피해 규모에 대한 자료를 사전에 수집·분석함으로써 피해계층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식별해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지급한 재난지원금과 지역화폐에서 발생한 부정결제 문제도 여전히 해결 안 된 상황이다. 2020~21년 사용 제한 업종인 일부 업체에서 부정 결제된 재난지원금만 약 773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관련기사 [단독] 재난지원금 부정 결제 773억 원…지역사랑상품권도 들여다봐야). 특히 2021년 국민지원금은 사는 곳의 지역화폐 가맹점과 연동해서 정책을 시행했다. 부정결제액 117억 1900만 원이 모두 지역화폐 가맹점에서 결제됐단 뜻이다. 실제 사용 제한 업종인 대형전자판매점에서 지역화폐 결제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관련기사 [단독] 모르고 받았나? 삼성디지털프라자 지역화폐 결제 앞과 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민주당은 재난지원금·지역화폐 부정 결제에 대한 대처 방안도 없이 정책을 펴고 있다. 인기에 기반한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며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지급한 재난지원금·지역화폐에서 부정 결제 문제가 발생했는데, 민주당이 수정이나 보완 없이 그대로 정책을 집행한다는 것은 세금을 낭비하는 행위”라고 꼬집은 바 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