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사고’ 운전자, 시종일관 급발진 주장…경찰 ‘거짓말 탐지기’ 조사 나설까

역주행 인지 후 빠져나가려다 사고 냈는지 여부 따질 필요…경찰 “필요하면 압수수색, 거짓말 탐지기도”

[일요신문] 지난 1일 서울시청 앞에서 9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역주행 교통사고 운전자 차 아무개 씨가 시종일관 차량 이상에 따른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어 향후 경찰의 수사 대응이 주목된다. 경찰은 현재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차 씨의 회복 진행 상황을 보면서 자택·휴대전화 압수수색이나 거짓말 탐지기 조사 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지난 1일 서울시청 앞에서 발생한 역주행 교통사고 차량.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0일 오후 사고 피의자인 차 아무개 씨가 입원해있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찾아 조사를 진행했다.

차 씨의 변호인 입회하에 약 4시간 가량 진행된 조사에서 차 씨는 차량 이상에 따른 급발진이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씨는 전날 조사에서도 사고 당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며 급발진을 주장했다. 류재혁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지난 9일 오전 브리핑에서 “가해자는 차량 이상을 느낀 순간부터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브레이크가 들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차 씨는 사고가 난 ‘세종대로18길’ 인근 지리에 대한 감은 있었으나 직진, 좌회전이 금지된 사실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 서장은 브리핑에서 차 씨가 역주행로에 진입한 사실을 인지한 뒤 빠르게 빠져나가려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그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 씨가 언제부터 역주행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느냐는 질문에는 “호텔 주차장을 나와 일방통행로 진입 시점에는 역주행을 인지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추가로 조사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류재혁 남대문경찰서장이 9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시청역 역주행 사고 수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류 서장에 따르면 차 씨는 사고 당시 차량 내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내비게이션 음성 안내는 일방통행로가 아닌 다른 길로 가야 한다고 안내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당시 내비게이션이 ‘우회전하라’고 음성으로 알려준 것이 블랙박스 영상에 담겨 있지만 ‘세종대로18길’에 진입했을 때 ‘경로를 이탈했다’는 음성이 담기지는 않았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차 씨는 지난 4일 조사에서도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며 급발진을 주장했다. 

경찰은 차 씨에 대해 자택·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이나 구속영장 신청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류 서장은 차 씨의 퇴원 예정일에 맞춰 구속영장 신청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감정결과나 수사 결과 따라서 검토하겠다”면서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필요한 경우 (압수수색)영장 신청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거짓말 탐지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필요한 경우라면 거짓말 탐지기도 테스트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 씨는 사고 충격으로 갈비뼈가 골절돼 수술 후 입원 중으로, 갈비뼈 일부가 폐를 찔러 피가 고여 있는 상태로 8주 진단을 받았다.

이강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