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론 부각’ 친윤계 추가 폭로 여부 촉각…한 캠프 ‘맞불’은 공멸 우려 실현 가능성 낮아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월 중순경 한 후보에게 보냈다는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되자 친윤계는 일제히 화력을 쏟아 부었다. 비대위원장으로서의 정무적 판단과는 별개로, 대통령 부인이 보낸 문자에 아무런 답조차 하지 않은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김 여사 사과가 나왔다면 총선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는 비판도 줄을 이었다.
한동훈 후보 측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런 내용이 알려진 것에 대해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고 본다. 친윤계가 고의로 흘려, 윤 대통령에 대한 배신자 프레임을 강화시켜 대세론을 꺾으려 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실제 한 후보 측은 친윤계의 한 핵심 인사를 문자 유출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동훈 캠프에 몸담고 있는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용산의) 명백한 전당대회 개입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문자를 받은 한 후보는 아무에게도 이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김 여사 쪽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김 여사 뜻과 무관하게 문자 내용이 공개될 수 있을까. 지시까진 받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암묵적 동의는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으론, 김 여사 문자를 본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주변에 보여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친윤계 인사들은 한 후보 측 스탠스에 ‘적반하장’이라는 입장이다. 한 후보가 김 여사에 대한 사과는커녕 용산의 전당대회 개입, 친윤 배후 등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한 친윤 초선 의원은 “과거에도 김 여사와 한 후보는 문자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 그래서 김 여사도 편하게 문자를 보낸 것 같다”면서 “한 후보 말대로 ‘사적 통로’라서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면, 그렇게라도 답을 주면 되는 것 아니냐. 아예 답을 하지 않는 것은 최소한의 도리를 저버린 처사”라고 꼬집었다.
친윤 진영에선 전당대회 ‘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문자 사태 여파를 놓고 셈법이 엇갈린다. 용산 개입 논란 등으로 인해 역풍이 불 것이란 관측보단 한동훈 대세론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 높은 상황이다. 20%를 차지하는 민심엔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80%의 ‘당심’은 문자 논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게 친윤의 판단이다.
정치권에선 친윤계의 후속타가 나올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권 내부에선 ‘한동훈 파일’들이 오르내린 바 있다. 주요 내용은 ‘윤-한 갈등’ 과정에서 한 후보가 보였던 여러 행태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가 사석에서 윤 대통령을 어떤 식으로 불렀는지, 또 어떻게 평가했는지 등이 담겨 있었다. 이를 근거로 친윤계가 ‘한동훈 배신자론’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원희룡 후보가 한 후보의 비대위원장 시절 사천 의혹, 김경율 금감원장 추천설 등을 제기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서 풀이된다. 한 후보와 관련된 정보들이 친윤계, 그리고 전당대회 후보들에게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용산에 퍼져 있는 ‘한동훈 비토 기류’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한 후보 측은 이런 부분들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내비치면서 대세론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7월 10일 발표한 여론조사(7∼8일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 대표 적합도’로는 한 후보가 45%로 가장 높았다. 원희룡(11%) 나경원(8%) 윤상현(1%) 후보가 뒤를 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층 조사에선 격차가 더 벌어졌다. 한 후보 적합도는 61%였다. 원희룡(14%) 나경원(9%) 윤상현(1%) 후보 순이었다. 이번 결과는 김 여사 문자 논란이 처음 터진 7월 4일 이후 진행된 첫 조사로 아직까진 한동훈 대세론에 큰 영향이 없음을 나타낸다(휴대전화 가상번호 활용한 전화면접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 후보 캠프에선 강경한 분위기도 읽힌다. 대통령 최측근으로서 초대 법무부 장관, 집권당 비대위원장직을 맡았던 한 후보도 쥐고 있는 카드로 맞불을 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김건희 여사와 주고받았던 모든 문자를 공개하자는 것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이는 한 후보는 물론 여권 전체에도 정치적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높아 현실적으로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