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나노 공정 경쟁 가속화 속 삼성 수주 성공…승기 잡으려면 자체 AP ‘엑시노스’ 성공 관건
#뜨거워지는 2나노 경쟁
지난 10일(현지시간) IT(정보기술) 전문 매체 Wccftech 등 외신에 따르면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는 애플에 공급할 2나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시범 생산에 착수했다. 올해 2분기 TSMC의 대만 바오산 공장에 테스트 관련 장비와 부품이 반입됐다. 당초 시험 생산 예정이었던 올해 4분기보다 시기가 앞당겨졌다. TSMC의 2나노 공정이 적용된 AP는 2025년에 출시될 아이폰 17 라인업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이 적용된 AI(인공지능) 가속기(칩) 수주 소식을 알렸다. 지난 7월 9일 삼성전자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에서 일본 프리퍼드네트웍스(PFN)에 2나노 기반 AI 칩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칩 생산과 2.5차원 첨단 패키징, AI 가속기용 메모리반도체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생산을 일괄 제공하는 ‘턴키(일괄 생산) 전략’을 바탕으로 수주에 성공했다.
2나노 공정은 파운드리 시장 2위 삼성전자가 1위 TSMC를 따라잡기 위한 승부처다. 양사 모두 내년 양산이 목표다. 2나노에서는 TSMC와 삼성전자 모두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쓴다. GAA는 전류가 흐르는 게이트와의 접점 면을 3개에서 4개로 늘린 차세대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 먼저 GAA 구조를 선제 적용했다. 하지만 불안정한 수율 등의 문제로 메이저 고객사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엔비디아·AMD·인텔·퀄컴·미디어텍·애플·구글 등이 TSMC 3나노 공정을 우선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TSMC와 삼성전자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61.7%, 삼성전자는 11%다.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4분기 49.9%포인트(p)에서 올해 1분기 50.7%p로 커졌다. 이와 관련,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TSMC는 1987년 설립돼 파운드리만 중점적으로 해왔다. 종합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리한 것은 2017년”이라며 “생산 능력(케파)과 고객사 신뢰도 차이가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TSMC는 2나노 공정 초반부터 생산 능력을 극대화해 고객사 물량을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TSMC의 내년 설비투자비는 320억~36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TSMC가 2022년 역대 최대 규모로 설비에 투자한 금액인 362억 9000만 달러에 맞먹는다. TSMC는 북부 신주과학단지 바오산 지역과 남부 가오슝 난쯔 과학단지 등 대만 전역에 최소 8개의 2나노 공장을 배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에서 2나노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삼성전자와 TSMC는 미국 현지에서도 2나노 공정 칩을 생산할 계획이다.
TSMC는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에 특화한 장비인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60여 대를 내년까지 추가로 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매체 DIGITIMES asia는 “TSMC가 2025년에 일어날 ‘파운드리 혈투’를 준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도 ASML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ASML은 1조 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시설을 국내에 짓기로 했다. ASML은 삼성전자의 공정 개발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ASML과의 동맹은 삼성전자가 향후 ASML의 장비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3나노 레퍼런스 쌓아야
2나노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삼성전자가 최대한 3나노에서 수주 실적을 쌓는 게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3나노의 잠재 고객사로는 AMD와 퀄컴이 꼽힌다. AMD는 3나노 GAA 공정으로 차세대 AI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퀄컴은 TSMC와 삼성전자의 이원화된 생산체계를 고려하고 있다. 권영화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대우교수는 “TSMC로 몰리는 물량이 상당하다. 공급 안정화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3나노 수주를 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최근 3나노 2세대 양산을 시작했다. 3나노 2세대는 삼성전자의 3나노를 업그레이드한 공정이다. 삼성전자의 3나노 2세대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목표치는 60% 이상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설계를 해서 파운드리 업체에 맡기면 설계 최적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러한 작업에서 TSMC는 고객이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준다”며 “삼성전자는 수율을 안정화해 고객의 신뢰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3나노 2세대 공정을 적용한 엑시노스의 성공 여부가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는 3나노 2세대 공정을 처음 적용한 웨어러블용 자체 모바일 AP ‘엑시노스 W1000’을 공개했다. AP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하나의 칩으로 구현한 시스템 온 칩(SoC)이다. 엑시노스 W1000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워치7에 탑재된다.
차세대 스마트폰 AP인 ‘엑시노스 2500’이 삼성전자가 내년 초 출시하는 갤럭시 S25 시리즈에 장착될지도 주목받는다. 엑시노스 2500에는 3나노 2세대 공정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4나노 공정을 활용한 엑시노스 2400은 삼성전자의 첫 AI 스마트폰인 갤럭시 S24시리즈 중 S24와 S24 플러스에 장착됐다. 하지만 갤럭시S24 울트라에는 탑재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Z폴드5와 플립5 등 폴더블폰에는 지금까지 퀄컴의 AP가 장착됐다. 엑시노스가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 삼성전자 GAA 기술에 대한 메이저 고객사들의 신뢰도도 높아질 수 있다.
다만 TSMC가 2나노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면 삼성전자가 판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관련, 이종환 교수는 “TSMC가 GAA 구조가 적용된 2나노 공정을 안정적인 수율로 생산하면 굳이 고객사들이 이탈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한 국내 대학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삼성전자가 GAA 구조를 3나노부터 먼저 적용한 만큼 2나노에서 수율이 TSMC에 앞서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며 “TSMC가 2나노 수율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고 마냥 믿기에는 무리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턴키 전략을 토대로 수주를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지난 9일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에서 “종합 반도체 기업의 강점을 바탕으로 한 AI 턴키 솔루션으로 차별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