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 직전 우호 리포트 발표…NH투자증권 “각 부서 간 정보 차단돼 관련성 없다”
CJ ENM은 보유하고 있던 넷마블 지분 일부를 PRS 방식으로 지난 10일 NH투자증권에 매각했다. 10일 종가 기준 주당 5만 8200원으로, 429만 7674주로 2501억 원 규모다. 이 매각으로 CJ ENM의 넷마블 지분율은 기존 22.9%에서 16.78%로 내려갔다.
PRS 방식의 거래여서 NH투자증권이 매입한 넷마블 지분을 처분할 때 발생하는 손실이나 이익은 CJ ENM이 책임지고 NH투자증권은 수수료 명목으로 1년에 일정 비용을 CJ ENM에서 받는다. 이자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NH투자증권은 넷마블의 배당금과 의결권도 가져갔다. 결과적으로 NH투자증권이 CJ ENM에 파생상품을 판매한 셈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거래 일주인 전인 지난 7월 3일 NH투자증권에서 넷마블에 대한 우호적인 기업평가 리포트가 나왔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은 리포트에서 넷마블의 목표주가를 기존 7만 3000원에서 7만 6000원으로 상향조정하면서 신작이 좋은 성과를 내며 올해 흑자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출시될 게임에 대한 기대감도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한 배경이 됐다.
공교롭게도 NH투자증권의 리포트 후 5만 5000원대던 넷마블 주가는 양사의 거래가 있던 10일 5만 8200원으로 상승했다. NH투자증권은 넷마블 지분을 비싸게 매입할수록 더 유리한 면이 있다. 통상 원금 대비 수수료율이 책정되기 때문에 주가가 높을수록 수수료도 늘어난다. 2019년 SK디스커버리가 SK에코플랜트 지분을 PRS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관련 수수료로 연간 3.6%를 지급한 사례가 있다. 당시 기준금리는 1.75~1.25% 수준이었다. CJ ENM 입장에서도 주가가 오르면 같은 지분으로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NH투자증권 측은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정기적으로 내는 리포터일 뿐 특별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NH투자증권보다 먼저(7월 1일) 리포트를 낸 하이투자증권은 넷마블의 2분기 실적을 전망하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9만 5000원에서 7만 5000원으로 내려잡았다. 하이투자증권 측은 지난 2분기 출시한 ‘나 혼자만 레벨업 : 어라이즈(ARISE)’의 2160억 원 매출(추정치)에 힘입어 “넷마블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8474억 원,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한 985억 원으로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구작들은 매출 하향 안정화 기조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리포트 이후 다른 증권사들도 넷마블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지난 4일 메리츠증권은 넷마블 목표주가를 5만 1000원에서 5만 8000원으로 조정했고, 같은 달 15일 미래에셋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6만 8000원에서 7만 원으로 올렸다. 다음 날인 16일 KB증권은 5만 4000원에서 6만 3000원 높였다. 다만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의 보고서는 NH투자증권이 CJ ENM이 보유하던 넷마블 지분 매입 이후에 낸 것이다.
묘하게 시기가 겹치자 일부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상품 판매사와 고객사로서 계약 직전 고객사에 이득이 될 수 있는 리포트를 낸 것은 시기가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측은 “부서 간 정보가 차단돼 있어 지분 매입과 리포트 발표 시기는 무관하다”며 “CJ ENM 입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일부) 지분을 시장에 매각하면 오버행 이슈로 주가가 급락할 수 있어 PRS를 통해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측은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이익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제기하는 의문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