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이재명 첫 판결 앞두고 ‘검사 탄핵’ 대신 ‘윤석열 탄핵’ 우선 추진…당내 일각선 역풍 우려 신중론 제기
이재명 후보 재판 4개 중 2개에 대한 첫 법원 판결이 이르면 10월 나올 전망이다. 6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한성진)는 9월 6일 이재명 후보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관련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7월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김동현)는 9월 30일 이 후보 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보통 결심공판 이후 1~2개월 뒤에 선고 공판이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르면 10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 선고가 잇따라 내려질 수 있는 셈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이재명 후보가 2021년 대선 후보 시절 방송 인터뷰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당시 몰랐다는 취지로 대답해 허위 사실을 말했다는 내용이다. 또 같은 해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의 압력에 따라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용도 변경했다는 허위 사실을 말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이재명 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또는 벌금 100만 원’ 이상을 확정 받을 경우 민주당엔 초대형 악재다. 대선 주자인 이 후보가 의원직을 잃고 5년간 피선거권 박탈될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대선 비용 431억 원과 기탁금 3억 원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 434억 원은 민주당 재산의 3분의 2 이상인 만큼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위증교사 혐의는 이 후보가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당시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진성 씨(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에게 위증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2023년 9월 27일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 후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명시한 바 있다. 김진성 씨도 위증을 했다고 자백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우선 추진으로 당력을 모았다. 당초 민주당은 7월 2일 발의한 ‘검사 4인(강백신 김영철 박상용 엄희준) 탄핵소추안’에 대한 본격 심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청문회 개최 등 조사 일정 논의를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대신 7월 9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청한 국민동의 청원’을 안건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했고, 7월 19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민주당이 이재명 후보 사법리스크 때문에 우선순위를 바꾼 것 아니냐는 얘기가 쏟아졌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을 겨눴다. 7월 17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헌법과 법률을 명백히 위배한 경우에만 탄핵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함에도 거야는 보복과 정쟁의 수단으로 탄핵을 남발하고 있다”며 “심지어 이재명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 지연을 위해 수사 검사에 대한 보복 탄핵을 추진하더니 허위 사실이 드러나며 망신을 당하자 발을 빼고 위헌·위법적 꼼수 청문회로 대통령 탄핵론에 불을 지피고 나섰다”고 꼬집었다.
7월 19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법사위에서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이재명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민주당은 ‘기승전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결국 대선에 출마하기 위한 조기 대선을 위한 획책으로 결국 탄핵 청문회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제도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정말 할 거면 정식으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라. 탄핵 사유도 없고, 정치적 역풍이 두려워서 못 하고 는 것 아니냐”며 “망신 주기식 청문회에 불과하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1심 판결 곧 나온다고 하니까 갑자기 윤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프레임 전환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초 민주당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를 추진하면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이 적지 않았다. 7월 1일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탄핵 언급’과 ‘탄핵 추진’은 별개의 문제”라며 “탄핵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은 법적인 문제다. 위법사항이 드러났을 경우에 대한 부분 아니겠나. 단순히 민심이 이렇다고 해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정치인의 도리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국민 청원을 명분으로 청문회 카드를 꺼내들긴 했지만, 정식으로 탄핵 소추를 할 정도로 탄핵 동력이 모아지진 않았다”며 “200석을 확보하지 못한 이상 여당을 설득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하면 과연 여당 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겠나. 야당 강성 지지자들만 환호하는 데 그칠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근거 축적을 위해 청문회를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7월 17일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 국민청원 긴급토론회’에서 탄핵 청원에 대해 “탄핵 그 자체를 위한 경도된 주장으로 점철되어 있다. 정치적 반대 목표와 문제 제기 수준의 청원이 탄핵(청문회)의 근거로 오용되고 있다”며 “청원을 계기로 무분별하게 증인을 불러 세우는 청문회와 같은 절차로 위법 논쟁을 야기하는 것은 탄핵 명분 쌓기로 오도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탄핵에만 총력을 쏟으면서 ‘민생 외면’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7월 3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SNS에 “무차별 탄핵으로 누가 해를 입을까, 바로 국민 한 분 한 분”이라며 “탄핵은 대통령과 정부를 흔들고, 정부가 민생을 보듬는 데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 탄핵 정쟁 속에서 민생은 실종되고,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는 시민, 국민들이 입게 된다”고 말했다.
7월 17일 우원식 국회의장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3개월 동안 직무대행을 포함해 방통위원장이 일곱 차례 바뀌었다”며 “방통위원장 탄핵안 발의와 사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동안 한시가 급한 민생의제도 실종되고 있어 이 상황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 의장은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채상병 특검법 등은 여야 이견이 극심한 만큼 그나마 해결 가능성 있는 방송법 갈등 중재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친문계를 중심으로 비명계가 이재명 재판 1심 선고 이후 헤게모니(패권) 다툼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구심점이 없어 세 결집은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22대 국회에서 목소리를 낼 비명계 실체가 없다. 이재명 후보가 1심에서 유죄를 받았다고 그를 비판하면 정치 생명이 끝날 것”이라며 “이 후보가 1심 유죄를 받으면, 당은 검찰 탄압 국면을 극복하고자 더욱 똘똘 뭉칠 것이다. 이 후보와 맞붙을 만한 체급을 지닌 사람이 있어야 패권 다툼도 나올 수가 있다. 이 후보 말고 정권교체 할 수 있는 대안이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이재명 후보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 강경 투쟁이 더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지자들은 이 후보가 잘한다고 밀어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격다짐 막무가내로 국정운영을 하는 윤석열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지지하는 것”이라며 “정부·여당은 채 해병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데 꿈쩍도 안 한다. 구심점 문제가 아니다. 친문계를 비롯한 비명계가 세 결집을 해서 1심 판결을 근거로 이 후보를 비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란 뜻이다. 정부·여당이 태세 전환하지 않으면,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후보를 비판하는 목소리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