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업체들 실적 부진 속 사업 참여 가능성 낮아…경기도 “현재 검토 단계”
경기도는 지난 7월 1일 CJ라이브시티와의 K-컬처밸리 사업 시행자 협약 해지를 발표했다. 경기도는 이어 지난 7월 17일 K-컬처밸리 사업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주요 내용은 건설은 경기도가 맡고, 운영은 민간에게 맡기는 이른바 ‘건경운민’ 형태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경기도가 경기주택도시공사(GH)와 협력해서 건설은 책임지고, 그 뒤 운영은 하이브 등 유수의 국내·외 엔터테인먼트사가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CJ에게도 운영에 참여할 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108만 고양 시민들의 실망감이 큰 만큼 하루 빨리 K-컬처밸리 사업이 정상화돼 시민들의 걱정을 가라앉히고 오랜 염원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경기도와 긴밀하게 협력해나가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공간 활용이 중요한 문화 공간 특성상 설계와 운영을 분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설계·건설에서 배제되고, 운영만 맡을 업체를 찾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K-컬처밸리는 테마파크, 호텔, 상업시설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시설이다. 운영사 입장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비슷한 시설인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는 설계와 운영을 모두 (주)인스파이어인티그레이티드리조트가 담당한다. 서울아레나도 카카오가 설계와 운영을 모두 맡을 예정이다. 한편에서는 경기도의 설계 역량을 두고서도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 내부에서는 운영사를 선정한 후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K-컬처밸리 사업에 정통한 한 인사는 “민간 운영 형태로 가면 운영사가 SPC에 지분을 투자한 후 경기도가 운영사의 의견을 반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성중 경기도 제1행정부지사도 앞서 지난 7월 10일 “단독추진 또는 공동사업시행, 사업목적법인설립 등 다양한 사업방식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제는 누가 운영사로 나설지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최근 실적이 하락해 신사업 진출에 소극적인 분위기다. 경기도가 언급한 하이브의 경우 매출은 지난해 1분기 4106억 원에서 올해 1분기 3609억 원으로 12.11%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25억 원에서 144억 원으로 72.61% 감소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입대하면서 관련 활동이 줄어든 탓이다. 하이브의 신사업인 게임 사업도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브에 대해 “(하이브IM이 유통한 게임) ‘별이 되어라2’ 흥행 부진에 따른 프로모션 비용, 미국 현지 걸그룹 캣츠아이 관련 제작 비용 등이 반영되며 비용 부담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하이브는 K-컬처밸리 사업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른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참여도 쉽지 않다는 평가다. SM엔터테인먼트는 모회사인 카카오가 서울아레나 건설을 주도하고 있어 비슷한 사업인 K-컬처밸리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 JYP엔터테인먼트나 YG엔터테인먼트도 최근 실적이 좋지 않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42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336억 원으로 20.03% 줄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올해 1분기 70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두며 적자전환했다.
K-컬처밸리가 적자 중에도 투자를 할 만큼 매력적인 신사업이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김나연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한류 열풍의 지속성 여부 및 그에 따른 사업 성과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진행된 K-컬처밸리 공정률 17%는 CJ그룹의 사업 계획에 맞춰 진행됐을 텐데 다른 회사가 CJ그룹이 계획한 사업을 똑같이 진행할 수는 없다”며 “그렇다고 현재까지 건설된 K-컬처밸리 인프라를 철거하고 처음부터 건설하는 것은 경기도나 운영사나 너무 부담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고양시 지역사회에서는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 간 계약이 해지된 후 연일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비판하고 있다. 김 지사가 K-컬처밸리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하면 그의 정치 행보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가 협약을 재체결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CJ라이브시티가 K-컬처밸리 건설비용을 납부하면 경기도로서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CJ라이브시티는 여전히 K-컬처밸리 사업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지난 7월 9일 사업 협약 해제 통보를 재고해 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했다”며 “현재 사업 형태를 이어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 간 협약 재체결을 위해서는 지체상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CJ라이브시티는 전력 공급 지연 등의 이유로 지체상금 감면을 요구하지만 경기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앞서의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경기도가 지체상금을 감면하면 특혜나 배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며 “사정기관의 최근 행보를 보면 뭐 하나 꼬투리 잡혀서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 관계자는 “현재 검토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만 밝혔다. 경기도는 하이브 등 엔터테인먼트 업체에게 공식적으로 사업 참여를 요청하지도 않았다. 일각에서는 경기도가 여론을 의식해 현실성 없는 대책을 급조했다고 비판한다.
김종혁 국민의힘 고양시병 당협위원장은 “지난 7월 15일 주민설명회에서 김성중 부지사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고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며 “시민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7월 16일 김동연 지사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만났고, 바로 다음날 대안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손동숙 고양시의원은 “고양 시민을 위해 K-컬처밸리 사업이 빠르게 진행돼야 하지만 경기도가 발표한 대책은 현실성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