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로 채증한 ‘민희진 카톡’ 지속 유출…대중 “하이브 경영진 카톡도 공개해라”
어도어는 지난 24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하이브 측 임원진을 업무방해, 전자기록 등 내용탐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침해,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 대상자에는 하이브 전 대표이사 박지원, 감사위원회 위원장 임수현, 최고법률책임자 정진수, 최고재무책임자 이경준, 최고커뮤니케이션 책임자 박태희 등이 거론됐다.
어도어 측은 "피고소인들은 지난 4월 민희진 대표의 두 차례에 걸친 내부고발에 대해 (민 대표를) 어도어 대표이사에서 해임할 목적으로 '모회사의 자회사 감사'라는 명목으로 고소인들이 사용하는 어도어 소유의 업무용 노트북 PC들을 강압적으로 취득했다"며 "이를 통해 고소인들의 개인적인 카카오톡 메시지 대화내용 등을 확보하고 2022년경 민희진 대표가 어도어에 부임하면서 초기화해 반납한 노트북도 포렌식해 업무가 아닌 개인 대화를 불법취득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취득한 개인 대화 내용을 편집, 왜곡해 민희진 대표의 경영 및 업무수행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도자료 등을 만들어 언론에 배포해 민 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활용했다"고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지난 4월 하이브는 민 대표가 어도어의 경영권과 소속 그룹 뉴진스에 대한 권리를 탈취하기 위해 어도어에 의도적인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며 그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하이브 측은 어도어 경영진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결과 민 대표의 개인 카카오톡 내용 등에서 어도어 경영권 탈취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안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하이브가 소유하고 있는 어도어의 지분 80%를 싱가포르 투자청(GIC)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에게 인수하도록 하는 계획과 하이브 내부 세력을 포섭해 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유도하는 계획 등이 확인됐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민 대표가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외부 투자자를 만난 사실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 측은 이 외부 투자자가 각각 하이브의 주주인 D사(두나무)와 합작협력사인 N사(네이버)의 고위직 인사라고 밝혔지만, 한 매체가 이들의 실명을 공개하며 '하이브 지분의 공동보유자로 의결권 공동 행사를 합의한 사이여서 (민 대표를 도와) 어도어 경영권 찬탈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로 보도하자 해당 매체를 방문해 기사 삭제를 요청했다가 거절 당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사우디 국부 펀드 등 민희진 배임의 명백한 근거로 꼽혔던 계획안 역시 어느샌가 하이브 입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어도어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민 대표를 해임하고자 했던 계획도 지난 5월 30일, 민 대표가 제기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재판부가 민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좌절됐다. 당시 재판부는 "민희진이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하이브를 압박,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팔게 해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면서도 "모색의 단계를 거쳐 구체적인 실행 행위까지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는 될 수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어도어 대표이사인 민 대표가 어도어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실체적인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현재 하이브에겐 민 대표를 해임할 급박한 사유가 없다는 것이다.
'배임의 구체적인 실행'이 경찰 수사에서도 인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하이브는 민 대표가 대표이사로서의 의무를 위반해 어도어, 또는 어도어의 자산인 뉴진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사실을 집중 조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여기서는 민 대표가 뉴진스라는 자산을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역량과 인성을 가진 인물로, 어도어 대표이사로서 자질이 있는지 여부가 척도가 된다.
이런 배경에 비춰본다면 최근 민 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이 유출되는 것 역시 실제 혐의 입증과는 별개로 민희진이라는 개인의 자질에 대한 여론 형성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혐의에 대한 법적인 판단은 전적으로 수사기관에 달려있지만 '어도어의 기업가치를 현저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하이브의 기업적 판단은 지난 4월부터 3개월 간 하이브-민희진 분쟁을 지켜봐 온 대중들의 시선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들은 연이어 공개되는 민 대표의 카카오톡 대화에 대해 하이브가 원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 대표의 혐의를 명백하게 입증할 만한 배임의 구체적인 실행 증거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와중에 하이브와 레이블 임직원에 대한 적나라한 욕설이나 비속어가 담긴 대화 내용만 반복해서 펼쳐내는 탓이다.
더욱이 이미 지난 4~5월 하이브의 의도적인 유출이라고 지적됐던 자료들도 다시 공개되면서 오히려 대중들의 염증만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공평하게 하이브 경영진도 경영진 자격이 있는지 볼 수 있게 3년치 카카오톡 대화 내용 다 공개해라" "하는 사업마다 족족 말아먹는 하이브가 배임인지, 카카오톡으로 임직원 뒷담화를 한 민희진이 배임인지" "법으로 이길 자신이 있으면 배임 수사 결과만 기다리면 되는데 계속 자료가 유출된다는 건 자신이 없다는 게 아니냐"는 조롱섞인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민 대표의 대화 내역 채증의 과정을 놓고서도 민 대표와 하이브의 입장이 갈리고 있어 어느 쪽이 진실일지에 눈길이 모이고 있다. 민 대표 측은 "앞서 제출한 노트북을 포렌식한 불법 채증"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하이브 측은 "민 대표가 해당 대화록을 본인의 하이브 업무용 이메일 계정으로 전송해 당사 서버에 남아 있었던 것"이라고 반박한 상태다.
하이브 측은 "민희진 대표는 (감사 실시 후) 지금까지 하이브에 노트북 등 어떠한 정보자산도 제출한 바 없으며 감사에도 응한 적 없다. 두 명의 (어도어) 부대표는 본인 동의 하에 정보자산을 제출해 당사가 강압적으로 취득한 바 없다"며 "앞서 가처분 심문 기일에 법정에서 민 대표가 과거 당사에 반납했던 노트북을 포렌식한 적 없음을 이미 밝혔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 대표는 하이브 입사 당시 개인정보 처리에 동의했고 이 내용도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밝힌 바 있다. (카카오톡 대화 내용) 입수 경위에 대해 수차례 밝혔음에도 허위사실을 앞세워 고소한 민 대표 등에 대해 무고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