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카피 의혹 해명 과정에서 블랙핑크 등 언급해 역효과…민희진에 반감 강했던 BTS 팬덤마저 등 돌려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자 걸그룹 아일릿의 소속사 빌리프랩이 6월 10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아일릿-뉴진스 카피 의혹' 제기에 대한 해명 영상을 올렸다. 사진=빌리프랩 유튜브 채널 캡처](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612/1718170188614577.jpg)
6월 10일 빌리프랩은 유튜브 채널 '빌리프랩 어나운스먼트'를 통해 '표절 주장에 대한 빌리프랩의 입장'이란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약 28분 분량의 이 영상에는 "아일릿과 빌리프랩, 하이브가 뉴진스의 데뷔 전 행보부터 이후 활동까지의 전반적인 포뮬러(공식)를 모방했다"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주장에 대한 빌리프랩의 반박과 근거 자료 등이 담겼다. 민 대표가 뉴진스와 그 브랜드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 하이브를 들이받았던 것처럼 빌리프랩 역시 '짭진스'(가짜+뉴진스)라는 오명이 붙은 아일릿을 지키기 위해 소속사로서의 의무를 다한 것이다.
그러나 영상을 본 대중들의 반응은 빌리프랩이 원하는 방향과 전혀 다른 곳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민 대표의 표절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우리가 표절이라면 이들도 표절"이라며 근거로 다른 아이돌 그룹을 이용한 데다, 일부 주장 및 근거자료는 뉴진스 악성 안티들이 모인 커뮤니티로 알려진 디시인사이드의 한 갤러리에서부터 나온 사실이 지적됐다. 게다가 자신들의 주장에 짜맞추기 위해 일부 자료들을 의도적으로 가공한 흔적이 발견됐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특히 이 영상에 '이용된' 다른 아이돌 그룹의 국내외 팬덤이 크게 공분하면서 그나마 K팝 팬덤 내에 아일릿에 한해서만큼은 남아있던 최소한의 동정 여론까지 무너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영상은 공개 이틀 만인 6월 12일 오후 기준 조회수 89만 회, 댓글 4만 5000여 개를 기록했으며 이를 시청한 이용자들이 '싫어요'를 누른 비율은 무려 92%(11만)를 넘어섰다. 그만큼 국내외를 막론한 K팝 팬덤으로부터 매우 큰 반감을 사고 있다는 이야기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아일릿이 뉴진스의 데뷔 전부터 이후 활동까지 콘셉트, 안무, 헤어 등 뉴진스의 포뮬러를 대부분 카피했다고 주장해 왔다. 사진=빌리프랩 제공](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612/1718170309953730.jpg)
그러나 각 그룹의 팬덤은 "뉴진스가 따라했다고 전혀 생각해본 적 없다. 왜 가만히 있는 다른 아티스트들을 상관 없는 문제에 강제로 끼워넣어 자신들의 방패막이로 쓰냐"며 빌리프랩의 주장을 곧바로 반박했다. 애초에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의혹이 일었던 것은 △데뷔 전 명품 브랜드 행사에 먼저 참석한 파격 행보 △멤버 전원이 긴 생머리의 청순한 이미지를 내세운 그룹 △고궁에서 촬영한 전원 파스텔 톤의 한복 착장 콘셉트 포토와 그 구성 △공식 활동 전후의 전반적인 톤 앤 매너 유사성 등이 종합됐던 탓이었다. 모든 유사성이 뉴진스라는 단일 그룹에서 발견됐기에 일어난 카피 의혹을 타 그룹에서 하나씩 근거를 가져와 반박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게 각 그룹 팬덤의 주장이다.
해외 K팝 팬덤의 반응도 전에 없이 싸늘하다. 엔터사의 공식 해명 영상임에도 영어 자막을 제공하지 않았으나 영상이 올라오자마자 팬들이 자체적으로 번역, 제작한 자막이 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와 해외 K팝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국내와 비슷하게 빌리프랩을 향해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해외 팬들은 "한국어를 잘 못하지만 이 영상이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영상이라는 건 알겠다" "이대로라면 빌리프랩은 민희진이 아니라 대중과 싸우게 되는 셈이고 그 결과는 아티스트만 겪게 될 것이다. 바보" "영상을 볼수록 뉴진스가 아일릿의 청사진이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더 웃긴 건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내용을 나란히 놓고 보면 똑같아 보인다"며 빌리프랩을 비판했다.
![빌리프랩의 해명 영상에는 6월 12일 오후 기준으로 10만 7000여 건의 '싫어요'가 기록됐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612/1718170543502491.png)
해당 공연이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과 KBS의 제작으로 이뤄진 것이라 어도어나 뉴진스의 자의적인 레퍼런스 참고가 있을 수 없는데도 아미에게 이들을 공격할 빌미를 던져주기 위해 그릇된 예시를 든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본 해외 아미들은 "아미는 이번 사태에 어떤 이유로든 절대 관여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입장을 택했다. 결국 그나마 남아있던 편마저 자신의 손으로 잃게 된 셈이다.
사실상 아일릿의 팬덤을 제외하면 국내외 K팝 팬덤 전체를 적으로 돌린 것이나 다름 없는 결과를 맞이한 빌리프랩의 현 사태를 두고 가요계 관계자들도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연예계 역사를 되짚어 보더라도 소속사가 나서서 이런 최악의 대처를 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엔터사 홍보팀 관계자는 "해명을 위해 타 소속사 아티스트들의 사진을 멋대로 이용하고 심지어 자신들의 주장에 맞게끔 일부 보정한 것도 보이는데 과연 해당 소속사에서 이를 허가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내부적으로 타 아티스트와 비교하고 라이벌 화(化)해서 기획 경쟁하는 일은 비일비재하지만 이런 식으로 자기 논란을 진화시키겠다고 '우리가 표절이라면 여기도 표절'이라는 식으로 들고 나오는 건 상도덕적으로도 맞지 않다. 만일 영상 제작 전 타 소속사에 직접 사진 이용을 요청했다면 아무도 허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빌리프랩 측은 해명 영상에 달린 수많은 비판 댓글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사진=빌리프랩 유튜브 채널 캡처](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612/1718170793580331.jpg)
그러면서 "현 K팝 업계에서 신인 그룹이 해외 시장을 잃게 된다는 것은 굉장히 뼈 아픈 손해다. 아일릿은 노래 '마그네틱'으로 큰 인기를 얻긴 했지만 가창력이나 퍼포먼스가 약해 본격적인 콘서트는 많이 이르고, 그나마 팬미팅 같은 팬덤 위주 행사나 K팝을 좋아하는 외국인을 위한 공연 등이 주력이 돼야 하는데 이 가운데 한 축을 이미 잃고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아일릿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크다 보니 소속사로서는 아티스트 보호 차원에서 나선 것이라 볼 수 있지만 그 결과가 이렇게 된 데엔 해당 영상에 출연한 임직원 중 과연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빌리프랩은 5월 22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한편, 6월 10일 민 대표에 대한 민사소송을 추가로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빌리프랩 측은 "K팝 역사에 남을 놀라운 데뷔 성과를 만들고도 그동안 멍에를 짊어지고 숨죽여 온 아티스트와 빌리프랩 구성원, 참여 크리에이터들의 피해에 대해 민 대표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명 영상에 달린 수많은 비판 댓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