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원하는 일자리 찾아 떠나 ‘초고령사회’로 진입 중…도시 전체 생활 인프라에 영향 미쳐 악순환 반복
한국고용정보원이 통계청 ‘주민등록인구통계’를 이용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17개 광역시도 중 소멸위험지역은 △부산 △충북 △충남 △전남 △경북 △경남 △강원 △전북 8곳에 달한다. 소멸위험지역이란 20~39세 여성 인구 수를 65세 이상 인구 수로 나눈 값(소멸위험지수)이 0.5 미만인 지역을 말한다. 즉 고령화는 심화하고 출산이 가능한 인구는 줄어든 지역이란 뜻이다.
전남과 경북, 강원, 전북 4곳은 소멸위험지수 값이 0.4 미만을 기록했다. 소멸위험지수 값이 0.329로 가장 낮은 전남의 20~39세 여성인구는 전남 전체인구 중 8.7%에 그친 반면 고령인구 비중은 26.4%로 전국 최고 수준을 보였다.
시군구로 좁혀서 들여다보면 2024년 3월 기준 228개 기초지자체(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130곳으로 57%에 달한다. 2022년 115곳으로 처음 50%를 넘은 데 이어 지난해엔 118곳(51.8%), 올해는 130곳으로 확대돼 그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북, 강원, 경북, 전남, 충남은 소멸위험지역이 80%를 넘어섰고 충북과 경남도 70%를 넘었다.
광역시 중 최초로 부산이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한 점은 주목된다. 부산의 인구는 329만 명으로 이 중 65세 이상 인구가 23%를 차지해 광역시 중 최초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반면 20~39세 여성인구는 11.3%에 그쳐 소멸위험지수 값이 0.49를 기록했다. 부산에는 이제 ‘노인과 바다’뿐이란 얘기마저 나온다.
고향인 부산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취업 후 줄곧 거주 중인 양 아무개 씨(40)는 “일 년에 한두 번 고향을 방문해 지하철을 타면 고령화를 피부로 느낀다”며 “서울과 비교했을 때 승객 연령대가 높은 것을 알 수 있고 그 정도가 점점 빠르게 심화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다녀도 관심 갖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최근 부산의 한 외곽지역에 방문했다가 관심이 집중된 일이 있었다”며 “그만큼 아이가 (이 동네엔) 없구나 싶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다른 광역시 상황도 비슷하다. 대구의 소멸위험지수는 0.553으로 '소멸위험지역'에 직면해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14년 대구의 인구는 249만 명에서 2016년 248만, 2023년 237만 명으로 줄었다. 동북지방통계청이 대구지역 청년 수도권 전출 현황 및 생활상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대구의 19~34세 청년인구는 2016년 대비 7.1% 감소한 46만 5000명이다. 대구시의 청년비중은 19.8%로 전체 광역시 평균 21.8%보다 낮았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 비율은 올해 4월 말 기준 47만 5318명으로 전체 인구의 20.1%를 차지하며 광역시 중 두 번째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대구광역시에 따르면 대구는 2017년 말 노인 인구 비율 14%로 ‘고령사회’에 진입한 지 7년도 채 지나지 않아 ‘초고령사회’가 됐다.
울산광역시도 불안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116만 명이던 울산의 인구는 2023년 110만 명으로 줄었다.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SK그룹 석유화학 계열 등이 둥지를 튼, 비교적 일자리가 많은 울산에서 청년 인구 감소도 주목할 점이다. 최근 3년간(2021~2023년) 울산시의 청년인구 순유출은 1만 6484명으로 전체 순유출 2만 9425명 중 56%를 청년이 차지했다. 2008년과 비교했을 때 청년인구는 79% 감소했다. 청년 순유출 규모는 광역시 중 가장 많다.
고령화는 더해가는데 청년 인구는 유출되고 출산율마저 줄어들어 인구소멸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이 고향인 지방 광역시를 떠나 서울‧수도권으로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원하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서울‧수도권이 집중돼 있는 것이다.
김영미 동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는 ‘일요신문i’에 “모든 지역의 청년들이 수도권지역으로 유출되는 현상을 경험하지만 특히 부‧울‧경 등 동남권 지역이 심각한 것은 이들 지역 산업 기반이 과거부터 제조업이기 때문”이라며 “(청년들이 원하는) 4차 산업이라 할 수 있는 IT 및 고급화된 서비스 산업 등의 일자리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새로 생겨나고 있어 지역 인구가 빠져 나간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4차 산업 관련 기업체가 위치해 있는 지역의 인구 수가 많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2024 동북아문화연구의 ‘지역별 인구 증가‧감소에 영향을 주는 특징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 전국에서 인구 수가 가장 많은 5곳(수원시, 창원시, 고양시, 용인시, 화성시) 중 수원시, 용인시, 창원시, 화성시의 공통점은 삼성전자, 광교테크노밸리,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LG전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기업들이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젊은 연령층의 인구 구조가 높게 유지되고 다른 지역에 비해 출산율도 높게 나타났다.
반면 일자리가 없어 청년들이 떠난 지방에선 각종 인프라도 줄어들었고, 이는 지역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방에선 아이를 낳아 기를 만큼의 생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더더욱 청년들을 서울‧수도권으로 향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지방소멸 2024 광역대도시로 확산하는 소멸위험’ 보고서에서 “지방에서도 다양한 인재들이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다층적 공간 수준에서 산업-교육-주거-복지-문화를 일자리와 연계하는 융복합 전략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야 한다”며 “개별 영역에서 성공사례가 연쇄반응을 일으켜 다른 지역이나 부문으로 확산하고 지속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