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성범죄 전과자’ 계정 개설 불가 조항 없어…우회적인 ‘방송 복귀’에 비난 여론 ↑
고영욱은 지난 5일 'Go! 영욱'이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같은 날 그는 엑스(옛 트위터)에 "부끄러운 삶을 살았습니다. 집에서 넋두리하며 형편없이 늙고 있는 것 같아서 무기력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두서없이 유튜브를 시작해 봅니다.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란 글을 게시하며 자신의 유튜브 계정을 함께 올렸다.
해당 계정에 고영욱은 '프레시(Fresh)'라는 제목의 3분 42초짜리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 속에 고영욱은 등장하지 않으나 그의 목소리로 추정되는 노래를 배경으로 반려견이 모습을 보였다. 이 영상은 올라온 지 18시간 만인 6일 오후 4시를 기준으로 5만 6600여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나 댓글은 '사용 중지' 처리된 상태다. 동영상 소유자인 고영욱이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막아놓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의 유튜브 계정이 개설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대중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미성년자 포함 일반인들이 언제든지 접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에서 반성이나 갱생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전과자가 활동하면 안 된다"며 유튜브 측에 고영욱의 계정을 삭제해 줄 것을 집단으로 신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부정적인 여론에는 무엇보다 고영욱의 전과가 '어떤 것'인지가 가장 큰 뒷받침이 된다. 고영욱은 성범죄, 그것도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폭력으로 실형을 살았던 '연예인 1호 전자발찌 부착자'다.
고영욱은 2010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미성년자 3명을 총 4차례에 걸쳐 성폭행 및 강제 추행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5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년을 선고 받았다. 피해자들은 14~18세로 알려졌으며 고영욱은 이들을 "연예인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유인한 뒤 자신의 집이나 차량에서 범죄를 저질렀다.
당시 재판부는 "연예인이 되고 싶은 아이들의 심리를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른 것은 엄히 처벌해야 한다"며 "피고인(고영욱)은 대중, 특히 청소년의 선망을 받는 연예인임에도 미성년자인 피해자들이 유명 연예인에 갖는 막연한 호기심과 호감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간음 또는 추행했다"고 짚었다. 연예인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적극적으로 범행에 이용한 만큼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했더라도 엄히 처벌해야 마땅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복역 후 지난 2015년 7월 만기 출소한 고영욱은 2018년 7월 전자발찌 부착 명령이 해제됐고, 2020년 7월에는 신상정보 공개 기간도 종료됐다. '법적인 죗값'을 다 치른 2020년 11월에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고, 자신이 원래 이용하고 있었던 엑스로도 활동을 재개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다시 인사 드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네요. 살아있는 한 계속 이렇게 지낼 수는 없기에 조심스레 세상과 소통하며 살고자 합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늘 성찰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며 살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소셜 미디어 활동 역시 이번 유튜브 개설과 마찬가지로 대중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비난 여론이 쏟아짐과 동시에 대중들은 고영욱의 계정을 인스타그램 측에 신고했고, 인스타그램의 운영사인 메타(Meta)의 '유죄판결을 받은 성범죄자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사용할 수 없다'는 방침에 따라 고영욱의 계정은 하루만에 폐쇄됐다.
유튜브의 경우 범죄 기록이 계정 개설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알려져 있으나 지속적인 범죄 관련 신고가 들어올 경우엔 자체적으로 계정 정지 조치를 내린다. 현재 네티즌들이 고영욱의 유튜브 계정을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한편 "아동청소년 성범죄자의 계정으로 미성년 이용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유튜브 측에 제보를 이어가고 있어 해당 계정 역시 정지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죄에 따른 처벌을 받았다는 점에서 고영욱의 사회 복귀는 그의 자유이자 권리이기에 다른 이들이 이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적게나마 있다. 그러나 연예계와 사회를 통틀어 큰 파장을 일으켰던 범죄인데다 피해자들이 어린 학생들이므로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려온다. 아울러 고영욱이 그의 범죄 행각으로 전 방송사에서 퇴출당하는 등 연예 활동이 완전히 막힌 상황인데, 오늘날 방송과 같은 기능을 하는 유튜브로 '우회적인' 연예계 복귀를 노릴 수 있어 그 전에 막아야 한다는 것이 반대 여론의 주된 입장이다.
한편 이 같은 여론에 대해 고영욱은 6일 스타뉴스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비판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며 "뭘 하게 되든 열심히 살겠다"고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