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억 부적정 대출에 긴급회의 연 우리금융그룹
임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본사에서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비롯한 지주사 및 우리은행 전임원이 참석한 긴급 임원 회의를 열고 “횡령 사고에 이어 이번 사건으로 깊은 실망감을 느낄 현장의 직원들 입장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아픔을 느낀다”며 이같이 밝혔다.
임 회장은 회의에서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 등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적으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이끄는 저를 포함한 여기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며 “우리가 모두 철저히 반성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지금의 상황을 하나하나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회장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왔던 기업문화, 업무처리 관행, 상하 간의 관계, 내부통제 체계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되짚어보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철저하게 바꾸어나가는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올바른 기업문화의 조성이 시스템 보완 및 제도개선보다 더욱 중요하다”며 “상사의 부당한 지시는 단호히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직원을 조직이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우리금융이 진정한 위기에서 선도금융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 관행과 행태를 깨고 나오는 아픔을 함께 견뎌야 한다”고 호소했다.
회의에 참석한 조병규 우리은행장도 “은행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조처를 해야 할 부분은 반드시 명확하게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행장은 “규정과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기반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통해 정도경영을 확고하게 다져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조 행장은 이날 오전 전체 은행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 사건의 관련인에 대한 면직 등 인사 조치는 마쳤고 관련 여신에 대한 회수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원칙에 입각한 업무 수행을 통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조직의 결속을 단단하게 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현장 검사를 통해 우리은행이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 등에 총 42건, 616억 원의 대출을 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중 절반이 넘는 350억 원은 부적정 대출로, 269억 원에 대해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