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걱정은 마찬가지야…’
▲ 신창재 교보 회장 | ||
교보생명은 생보사 상장안이 거론될 때마다 상장 1순위가 될 것으로 예측돼온 기업이다. 자본금이 925억 원에 불과한 교보생명은 그동안 증자를 통한 사세 확장을 위해 상장을 적극 추진해왔다.
교보생명이 상장될 경우 주가는 현재 장외거래가 13만 원대 수준에서 최소 40만 원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신창재 회장 등 대주주들이 엄청난 시세차익을 기대해볼 만하다.
그러나 상장이 된다고 해서 교보생명의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신 회장 일가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생기는 까닭에서다. 현재 신 회장(37.26%)을 필두로 교보생명 대주주 일가가 확보한 지분은 58.02%다. 대우인터내셔널이 24%,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11%, 국가(재정경제부)에서 6.48%를 보유해 대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교보생명 측의 동의 없이 주식시장에 풀어질 수 있는 지분이 41.48%에 이르는 것이다.
신 회장 일가가 50% 이상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당장의 경영권 수성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적대적 인수 합병이나 경영 참가 목적을 지닌 특정 자본이 41.48% 지분을 잠식하게 될 경우엔 아찔한 순간이 닥칠 수도 있다. 세계적인 기업 사냥꾼 소버린과 칼 아이칸이 국내 굴지의 기업인 SK와 LG 그리고 KT&G의 경영권을 위협했던 전례를 간과할 수 없다.
▲ 김승연 한화 회장 | ||
대한생명도 상장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예금보험공사(예보)와의 갈등이 가시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 걸린다. 예보는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계약 무효 또는 취소를 요구하는 중재를 국제상사중재위원회에 신청한 상태다. 한화가 지난 2002년 대한생명 지분 매입 당시 호주계 맥쿼리생명과 부당한 이면계약을 맺어 인수자격 요건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한화 측도 “인수과정에서 법적하자가 없었다”며 예보에 대한 맞중재를 신청한 상태다.
한화그룹은 대한생명 지분구조에서 (주)한화의 지분 26.30%를 필두로 우호지분 총 34%를 확보한 상태이며 예보의 대한생명 지분율은 49%다. 한화는 올해 12월까지 예보가 보유한 지분 16%를 주당 2275원에 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갖고 있지만 예보와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전망이 불투명하다.
교보생명 상장시 캠코는 보유 지분을 매각해 현금 보유고를 채우려 할 가능성이 높은데 대한생명 지분 49%를 갖고 있는 예보 또한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화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예보의 지분 매각 방향에 따라 한화가 인수한 대한생명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도 없지 않은 셈이다. 대생의 상장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