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적 부진에 경영 능력 눈길 쏠려…‘연구소 출신인 탓 그룹 장악력 약하다’ 평가 뒤집어야
포스코홀딩스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8조 5100억 원, 영업이익 752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8%, 43.3% 줄었다. 대표 산업인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부진에서 비롯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그룹 주요 계열사가 대부분 부진했다. 포스코(별도기준)와 해외철강을 합산한 철강부문 매출액은 15조 4490억 원, 영업이익은 497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6%, 51.3% 감소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이앤씨를 합산한 인프라 부문 매출액은 14조 7680억 원, 영업이익은 4290억 원으로 이 역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 3.6% 감소했다. 이차전지 소재 부문인 포스코퓨처엠의 실적은 더 심각하다. 포스코퓨처엠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915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3%, 영업이익은 2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8% 감소했다.
지난 3월 장인화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후 처음 발표한 분기 실적이 매우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자 장인화 회장의 경영 능력에 우려가 깃들기도 한다.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장인화 회장은 연구소 출신이라 그룹 장악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뒤집어야 한다. 장인화 회장이 자신의 경영 방침대로 그룹을 이끌려면 리더십이 필수 조건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포스코그룹은 철강 중심인 데다 철강산업이 경기를 많이 타는 산업이다 보니 회장의 리더십보다 업황이 중요했다"며 "최근 포스코그룹 매출처가 다변화하면서 리더십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0년 포스코그룹 내 철강 및 지원 부문 매출 비중은 97%에 달했지만 현재는 그 비중이 50% 내외다.
포스코그룹의 임원 유형은 현장직 중심인 엔지니어 출신과 인사·재무 등 경영지원(스태프) 출신, 그리고 연구소 출신 등이 있다. 역사적으로 포스코그룹은 엔지니어 출신 임원 가운데 회장이 대다수 선출됐다. 스태프 출신은 경영에 관여하긴 하지만 회장직까지 오르는 경우는 드물다. 재무통인 최정우 전 회장이 유일하다. 연구소 출신 임원은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기 경우가 적었다. 연구소 출신 회장은 권오준 전 회장이 유일하다.
장인화 회장은 엔지니어 출신 임원으로 알려졌는데 현장에서는 연구소 출신 임원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장인화 회장은 서울대 조선공학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매사추세츠공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8년 포스텍 산하 포항산업과학연구원으로 입사한 후 2009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 강구조연구소 소장(상무)까지 올랐다.
장인화 회장은 이후 2011년부터 포스코 기술투자본부장, 철강솔루션마케팅실장, 신사업관리실장, 신사업실장(2011년 3월~2017년 2월), 포스코 철강생산본부 본부장,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경영 무대로 진출했지만 연구소 출신이라는 '꼬리표' 탓에 현장 장악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스코그룹은 엔지니어나 스태프 출신 임원들이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연구소 출신 장인화 회장이 포스코그룹 전 계열사를 아우르기에 힘이 부친다는 평가도 나온다. 포스코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연구소 소장 출신 장인화 회장의 지지 기반이 약하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장인화 회장에 대한 말을 아끼며 “철강 및 인프라 실적 개선으로 전분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장인화 회장의 이상한 포스코플랜텍 인수 포기
장인화 회장이 회장 취임 후 한 가장 의아한 결정 중 하나로 포스코플랜텍(현 플랜텍) 인수 포기가 거론된다. 청산가치보다 저렴한 가격에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정관리를 받고 있던 포스코플랜텍은 2020년 감자와 자본잉여금을 통해 결손금을 보전 처리하고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유암코에 600억 원의 투자를 받고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포스코플랜텍은 이 같은 절차를 통해 관리절차에서 해제됐다.
다만 그 사이 최대주주는 포스코(현 포스코홀딩스)에서 유암코(유암코 기업리바운스 제십차 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합자회사)로 바뀌었다. 현재 유암코가 확보한 포스코플랜텍 지분율은 71.9%다. 포스코홀딩스의 지분율은 11%다. 최대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포스코홀딩스는 유암코가 가지고 있는 포스코플랜텍 지분을 되사올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받았으나 지난 6월까지 행사할 수 있는 콜옵션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플랜텍의 대부분 매출은 포스코그룹에서 나오는 터라 투자업계에서는 유암코의 포스코플랜텍 지분 가치는 투자금 600억 원에 은행 이자율 정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를 미뤄볼 때 800억 원가량을 투자하면 포스코그룹이 포스코플랜텍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사인 포스코플랜텍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928억 원이다. 자본 총계는 2159억 원이다. 만약 포스코플랜텍이 해당 시점에서 청산하면 유암코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하고도 1553억 원(자본총계×유암코 지분율)가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포스코홀딩스가 1553억 원의 가치가 있는 유암코의 포스코플랜텍 지분을 약 800억 원에 사올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한 걸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투자업계에서는 포스코홀딩스의 콜옵션 포기 결정을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경영진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콜옵션을 포기해 손해를 봤다면 이는 포스코홀딩스 주주 입장에서 배임으로 볼 여지도 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그룹 전략 및 사업회사 시너지 측면을 종합 고려해 포스코플랜텍 콜옵션 미행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