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 헤지 수단으로 유용…상승장에는 오히려 투자 효과 반감
커버드콜은 주식을 사면서 주가 부진에 대비해 콜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이다. 콜옵션은 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다. 콜옵션 매도는 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넘기기로 하고 돈을 받는 거래다. 100만 원으로 주당 1만 원인 A 종목에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일반적인 투자라면 주식 100주를 사면 된다. 커버드콜 전략은 주식은 90만 원어치만 사고 10만 원은 콜옵션을 매도하는 형식이다.
한 달 뒤 A 주식을 1만 2000원에 살 권리를 1개당 1000원씩 10만 원어치(100개)를 팔았다고 치자. A의 주가가 한 달 뒤 1만 5000원이 되면 콜옵션을 산 사람은 시세보다 1주당 3000원 싸게 살 수 있으니 당연히 권리를 행사한다. 콜옵션을 판 입장에서는 일단 90만 원어치 현물 주식에서 45만 원의 수익이 발생했지만 콜옵션을 행사한 사람에게 1만 5000원짜리 주식을 1만 2000원에 넘겨야 한다.
이렇게 30만 원의 비용을 치르고 나면 남는 투자자의 자산 가치는 105만 원(135만 원-30만 원)이 된다. 다만 콜옵션을 매도하고 받은 돈 10만 원이 있어 최종적인 수익은 115만 원이다. 수익률은 주가 상승폭(50%)의 절반도 안되는 15%다. 반대로 콜옵션을 산 쪽은 10만 원을 투자해 30만 원을 벌었다. 수익률은 주가 상승률의 무려 4배인 200%가 된다.
A 종목 주가가 한 달 뒤 1만 1000원이 됐다면 어떨까. 콜옵션 매수자는 권리행사를 할 이유가 사라지면서 비용 10만 원만 쓴 꼴이 된다. 콜옵션을 판 쪽에서는 90만 원어치 주식에서 발생한 수익 9만 원과 콜옵션을 판 돈 10만 원을 합해 19만 원의 수익이 난다. 수익률 19%로 주가상승률의 2배에 육박하게 된다. A 종목 주가가 한 달 뒤 8000원이 됐다면 또 어떨까. 콜옵션 권리행사 이유는 당연히 없다. 커버드콜 투자자는 주식에서 9만 원의 손실을 봤지만 콜옵션을 판 돈 10만 원 덕분에 오히려 1%(1만 원)의 플러스 수익이 나게 된다.
이 때문에 커버드콜은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줄이는(Hedge·헤지) 데 유용하다. 주가가 덜 오를수록 콜옵션을 판 쪽이 유리한 게임이다. 그런데 커버드콜은 콜옵션을 판 쪽에서 해당 주식도 많이 사야 하는 구조다. 주가는 주식을 사는 이들이 많을수록 더 크게 오른다. 주가가 크게 오를수록 커버드콜 ETF 투자자보다 콜옵션만 사는 쪽이 훨씬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콜옵션 투자 인기가 뜨겁다. 테슬라 옵션에 1만 달러를 투자해 수백만 달러를 번 사례도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IB)들이 그동안 이들에게 콜옵션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했지만 수요가 급증하고 주가 급등에 따른 조정 위험이 커지면서 아예 시장에서 소화될 수 있는 구조화 상품, 즉 ETF를 내놓게 됐다. 쉽게 말해 ‘호구’ 역할을 시장에 떠넘긴 셈인데 한국 투자자들이 이를 덥석 받은 셈이다.
공교롭게도 미국 주식 관련 커버드콜 ETF의 주된 투자대상은 한국인들의 투자가 집중된 종목과 일치한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간한 '개인 투자자 해외증권 투자 특징 및 평가' 보고서를 보면 국내 개인이 보유한 해외주식 가운데 상위 10개 종목의 비중은 2020년 말 39%(잔액 184억 달러)에서 2023년 말 48%(366억 달러)로 급등했다. 상위 10개 종목은 대부분 테슬라·애플·엔비디아·구글 등 대형 기술주다. 미국 주식 커버드콜 ETF들이 기초자산으로 주로 삼고 있는 종목들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