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 호남 방문해 ‘상생’과 ‘김대중 정신’ 계승 의지 밝혀…도정자문위원장에 전해철 위촉
경기 안산시 상록구갑에서 3선을 지낸 전해철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참여정부에서는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민정수석을 연이어 지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하자 문재인 당시 청와대 수석과 함께 변호를 맡았을 정도로 친노, 친문 성골로 분류된다.
다만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대표가 임명한 임혁백 공관위에 의해 의정평가 하위 20%로 분류됐다. 전 의원은 공관위 결정에 반발했지만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결국 감점을 떠안은 채 경선에 나서 양문석 후보에게 패하며 총선 출마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를 두고 전 의원이 그간 이재명 대표의 ‘방탄 논란’, ‘강성 지지층 문제’를 지적해 왔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전해철 전 의원이 경기도 도정자문위 위원장으로 위촉되자 김동연 지사의 친문 끌어안기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동안 김남수 경기도 정무수석, 강금실 경기도 기후대사, 강권찬 기회경기수석, 강민석 대변인 등 노무현,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경기도에 자리 잡긴 했지만 전해철 의원만큼 ‘반이재명’이자 확실한 친문 정치인의 영입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해철이라는 선명한 친문의 영입은 김동연 지사가 차기 대권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이재명 체제와 맞붙을 수 있도록 체급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전해철 신임 도정자문위 위원장도 26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 김동연 지사’와 정치적으로 함께하거나 후원하는 역할 아니냐고 해석하는 분들이 많은데 거기에 대해서 저는 전혀 부정하고 싶지 않다”며 정무적 역할에 대해서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위촉을 두고 민주당 일부 강성지지층은 SNS와 커뮤니티에서 김동연 지사와 전해철 의원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 지지층이 흔히 쓰는 ‘수박’이라는 단어까지 나왔다. 하지만 경기도에서 3선을 하고 행안부 장관으로서 지방자치와 분권행정에 대해 누구보다 정통한 전해철 전 의원이기에 도정자문위원장으로의 영입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친문 인사 영입뿐만 아니라 호남을 대하는 자세에서도 김동연 지사의 대권 도전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김동연 지사는 경기도지사 당선 이후 아홉 번, 그리고 올해만 세 번 호남을 찾았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호남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 왔다.
김동연 지사는 2022년 10월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경기도-전남 상생협약을 체결한 이래 꾸준히 협력하고 있다. 2023년 12월에는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장미 품종 ‘딥퍼플’을 신안군에 무상으로 지원해 신안의 퍼플섬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게 했다.
김 지사는 올해 6월에는 강진에서 열린 ‘2024 신(新)경세유표, 기회의 경기 강진 순례’ 행사에 참여했고 목포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교인 목포상고도 찾았다. 7월에는 신안의 건우럭, 완도 전복, 해남의 김, 나주 멜론 등을 ‘마켓 경기(경기도 농식품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며 호남 생산자들의 유통 활로를 열어주기도 했다.
이 같은 진심이 통한 것인지 김동연 지사가 7월 12일 신안 퍼플섬을 찾자 섬 주민 수십 명이 보라색 옷을 입고 김 지사를 환영했다. 주민들은 “김동연 경기도지사님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김 지사를 맞았고 큰 환대에 김 지사는 감격해했다.
박우량 신안군수의 권유로 하의도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 민생, 평화라는 좌표를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김대중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 보좌관 출근 첫날 김대중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일을 떠올리기도 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후에도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 근무하며 받은 시계를 공개하고 김대중 대통령의 철학과 신념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를 두고 언제나 비주류의 자리를 당 안에 마련해 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포용력과 통합 정신을 당에 권고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