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김건희 여사 사건 눈앞에 놓여…야권의 검찰 개혁 요구에도 대응해야
이제 법조계는 ‘심우정호’의 2년을 주목하고 있다. 당장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를 겨눈 수사부터 김건희 여사 사건들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실망한 대통령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사 결과와 함께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야권의 목소리에도 대응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 앞에 놓인 과제들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지점이다.
#인사청문회에서 신중 모드
3일 열린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시작부터 여야는 자료제출 문제로 맞붙었다.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의 자료 제출이 불성실하다는 야당과 이를 엄호하는 여당의 입씨름만 1시간 50분 가까이 이어졌다. 야당 간사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의 70% 가까이 제출되지 않았다”며 “인사청문회법 자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굉장히 유감”이라고 지적했고 심우정 후보자는 “자녀들의 학교 정보나 자산 등 가족 관련된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이후 시작된 청문회에서 가장 쟁점이 된 것은 전주지검이 본격 수사에 나선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의 특혜 채용 의혹 수사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한 것은 불공정한 보복 수사라고 주장했는데,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노무현 논두렁 시계 2탄”이라며 “김 여사는 ‘황제 조사’ 하고 반대편을 향해선 먼지털이식 수사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은) 역대 어느 대통령이라도 성역 없이 철저히 수사했다”며 “문재인 대통령 내외에 대한 의혹도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후보자는 “(수사 진행 상황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면서 “검찰 수사는 법원의 사법적인 통제를 받아 가면서 영장에 의해 진행하고 있다”고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또, “어떠한 사건이든 동일한 기준과 잣대를 가지고 규정에 따라서 법과 원칙에 따라서 하겠다”고 원칙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심의위원회에 대한 민주당의 질의에는 “수사심의위원회에 조그마한 영향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기획통 출신의 심우정 후보자다운 답변이었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심 후보자를 잘 아는 한 법조인은 “심 후보자는 기획 라인에서 주로 근무했기 때문에 최소 5번 이상 인사청문회 팀에 투입돼 답변 준비 업무를 한 적이 있다”며 “그런 심 후보자가 스스로 당사자가 돼 인사청문회를 받을 때 ‘검찰 입장에서의 표준’과 같은 답변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임명 과정 의혹 ‘강하게 반박’
수사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심 후보자지만 인사 과정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김건희 여사의 친오빠와 휘문고 동창으로 친분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심 후보자는 “학교에 다닐 때는 15개 반이 있었고 1000명에 가까운 학생이 한 학년에 있었다”며 “연락처도 모르고 (동문이라는 사실도) 최근에 알았다”고 반박했다. ‘심 후보자의 결혼식과 자녀 돌잔치에 김 여사의 친오빠가 참석하거나 축하 난을 보낸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연락처도 모른다”고 답했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이 “심 후보자도 총장이 되려고 윤 대통령에게 김 여사 사건, 채 해병 사건을 잘 처리하겠다고 충성을 맹세했느냐”고 질의하자, 심 후보자는 “모욕적인 질문”이라며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심 후보자는 “지금 수사팀에 있는 검사들은 대부분 10년 차 이하 젊은 검사들”이라며 “평검사들이 얼마나 사명감과 정의감이 높은지 잘 아시지 않느냐. 평검사들이 지금 출세하겠다고 수사를 진행한다고 생각하시냐”고 반문했다.
또 “어떤 권력이든 동일한 법과 원칙에 따라서 수사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어떠한 사건이든 동일한 기준과 잣대를 가지고 규정에 따라서 법과 원칙에 따라서 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 기능 분리나, 검찰청 폐지 주장에 대해서도 “그동안 축적된 검사의 중요 범죄 수사역량이 사장돼 국가의 범죄대응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며 야권의 검찰 개혁에 반대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인사 청문회 맞춰 검찰 내부 정리 중
한편 청문회가 열린 3일, 함께 최종 후보로 올랐던 임관혁 고검장(사법연수원 26기)이 법무부에 사직 의사를 밝혔다. 연수원 동기인 심 후보자와 함께 고검장급 간부 가운데 가장 연수원 기수가 높은 임 고검장은 동기수(26기) 내 최고의 특수통으로 꼽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부장으로 일하던 2010년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2014∼2015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과 특수1부장을 연달아 맡아 STX그룹 경영진 비리,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 상대 입법 로비 사건,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 비리 의혹 등을 수사했다.
검찰 내에서는 ‘내부 정리가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동기수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함께 검찰총장 최종 후보에 오른 28기들은 아직 기회가 있지만, 임관혁 고검장은 남아있는 것이 심 후보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물러나야겠다 결심한 것”이라며 “나갈 사람들이 나가줘야 ‘소규모 인사라도 해 심우정 체제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 방이 없었던 인사청문회였기 때문에 국회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실에서는 조만간 심 후보자를 임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는 상황이다. 하지만 심 후보자 앞에 놓인 과제들은 산적하다.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 회복이 최대 과제다. 당장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처분을 해야 하는데, 이달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항소심 선고가 이뤄지면 수사팀이 이에 맞춰 처분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사기가 저하된 검찰 내부 조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한 간부급 검사는 “성품은 물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고 동시에 인사도 많이 해봤기 때문에 더더욱 빠르게 조직을 장악할 것”이라며 “다만 최근 젊은 검사들은 정치권의 비판이나 검찰 개혁 흐름에 회의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어 이런 내부를 다독이면서 동시에 굵직한 현안도 잘 처리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검찰을 이끌게 됐다”고 평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