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A 단지 임대동 주차장 중고차 매매상 등 외부인 이용 만연…카라반·제트스키까지 가져다 놓기도
서울 강서구 마곡엠밸리 A 단지는 분양, 임대주택으로 조성된 혼합단지다. 임대주택의 임대사업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 강서주거안심센터가 이 단지를 관할한다. A 단지는 입주 초부터 현재까지 외부 차량의 무단 침입과 주차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다.
외부 차량이 주민들에 의해 적발된 것만 수십 차례지만 관리사무소와 서울주택도시공사는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아파트를 담당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 강서센터는 “우리 쪽으로 주차 관련 민원이 접수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다.
인근 중고차 매매단지에 등록된 차량 다수가 이 아파트에 주차하거나 근처 주택가 주민들이 마치 자기 주차장인 것처럼 주차하는 일이 흔하다. 차단기와 입차 시 번호 인식이 가능한 주차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만 외부인의 침입은 막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임대동 주차장에 3억 원이 넘는 벤틀리,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 수입 차량(미등록 외부차량으로 확인된)이 주차돼 있는가 하면, 입주민 차량이 아닌 캠핑용 카라반과 트레일러도 자유롭게 주차장을 이용한다. 외부 차량은 아파트 등록 차량 스티커가 없어 적발이 어렵지 않지만 관리사무소는 “불법 주차된 외부 차량이라도 사유 재산이라 즉각 처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불편을 느낀 입주민들이 자진해서 지하주차장을 순찰하며 차량 스티커를 확인하고 외부 차량의 자동차번호를 적어 아파트 커뮤니티에 올리면 그제야 관리사무소는 현장을 찾아 차를 빼달라는 전화를 걸거나 단속 스티커를 붙이는 정도다. 지자체에 도움을 청했다지만 뾰족한 수가 생긴 건 아니었다.
세대 방문 목적으로 들어온 차량이 6개월 넘게 주차를 하기도 했다. 해당 차주는 지방에 내려가는 길에 A 아파트에 주차를 했고 6개월이 넘도록 차량을 치우지 않았다. A 아파트는 세대별 차량 대수에 비례해 주차비를 걷기 때문에 해당 세대에 주차비를 징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것도 하지 못했다. “몇 년 전 이사를 가 입주민이 아닌데도 차단기가 열리는 경우가 있다. 관리사무소가 관리를 하기는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하는 주민까지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외부인이 자신의 제트스키 2대를 가져다 놓은 일도 있었다. 그것도 입주민이 제트스키 반입 현장을 목격한 덕분에 적발됐다. 길이 3m에 달하는 제트스키 2대가 차단기를 통과해 반입되는데도 관리사무소는 인식하지 못했다.
특히 이 아파트는 임대 세대가 월등히 많은 혼합단지라 이 같은 주차 문제는 고스란히 임차인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수의 외부인 출입으로 인한 시설 손상도 염려되는 수준이다. 임대사업자이자 아파트의 주인이기도 한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아파트 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임차인들은 서울주택도시공사 측이 아파트 관리에 개입하는 일은 거의 없고 대부분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정을 보고 받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다 보니 임차인들에게 주어지는 정보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아파트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A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는 주차차단기 공사와 주차 관제 시스템 설치 공사 입찰 공고문을 올렸다. 그런데 이 공사는 지난해 예고했던 공사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관리사무소는 2023년 말 공사를 계획했다가 다시 2024년 초에 하겠다고 연기했다. 하지만 올해 초로 연기한 공사는 8월 말이 되도록 입찰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게다가 관리사무소는 공사 지연 이유에 대해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관리소장에게 공사 지연 이유를 묻자 소장은 “장기수선충당금 부족으로 미룬 것이다. 공사가 미뤄진 이유는 이미 게시판과 카페(아파트 커뮤니티)를 통해 공고했다”라고 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공고한 사실은 없었다. 소장은 그제야 “직원이 올린 줄 알았다”며 말을 바꿨다.
일부 주민들은 겨울에 공사하기 어려워서 연기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공사를 왜 연기했는지, 언제,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달라는 요청에 답은 없었다. 주민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한편, 차단기 및 차량 출입 시스템 교체 공사로 수억 원의 돈이 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사 후에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있다. A 아파트는 공고문에 방문 차량 예약 기능이 있는 모바일 앱과 방문 키오스크를 앱에 연동해 방문 차량 운전자가 동호수를 입력하는 방식을 쓰겠다고 했는데 이 경우 입주민이 중고차 매매상과 관련있다면 얼마든지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 주차비를 내지 않기 위해 등록 없이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해당 방식으로는 외부 차량의 장기 주차를 막기 어렵다 보니 실효성 없이 공사업체 배만 불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공사를 하게 되면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지만 강서센터는 이 아파트의 주차 시스템과 차단기 공사가 어떤 방식으로 변경되는지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공사가 개별 아파트의 사안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임차인들은 “공사가 아파트 살림에 좀 더 개입해야 한다. 입주자대표한테 다 맡기고 보고만 받으니 아파트 사정에 어둡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