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줄어들고 코로나19 및 OTT 보급 영향…볼 만한 ‘웰메이드’ 영화 없다는 비판 목소리도
지난에 사는 대학생 샤오리는 영화광이다. 일주일에 2~3회는 꼭 극장을 찾았지만 요즘 들어선 그렇게 하지 못했다. 영화 티켓 가격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는 “티켓 한 장이 보통 40위안(7500원) 정도다. 팝콘과 음료 등까지 하면 영화 한 편에 100위안(1만 8000원)을 쓴다”면서 “예전보단 극장에 가는 횟수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상하이에 사는 20대 루한은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로 극장을 즐겨 찾곤 했다. 루한은 “여름에 더울 때 극장만 한 곳이 없다. 그래서 자주 갔지만 지금은 티켓이 비싸 못 간다”고 했다. 루한은 “관람료, 간식 등의 비용을 모두 합치면 200위안(3만 6000원) 이상이 들어간다. 차라리 컴퓨터로 영화를 보는 게 낫다”고 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영화를 볼 때 할인된 가격의 티켓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정부가 영화산업 지원을 위해 보조금을 줬고, 티켓 구입 플랫폼 간 ‘저가 경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9.9위안(1800원)에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었던 적도 있었다. 무료 관람권도 많았다. 극장은 연일 인산인해를 이뤘다.
하지만 보조금은 축소됐고, 플랫폼의 지나친 경쟁은 업계의 수익을 악화시켰다. 여기에 코로나19, OTT 보급 등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은 줄어들었다. 이는 관람료 인상으로 이어졌다. 영화 관람료는 제작사가 배급가를 확정한 후, 각 극장이 관객수와 흥행 등을 감안해 산정한다. 배급가는 올랐는데, 관객수가 줄어드니 극장은 운영상 관람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2024년 8월 31일 기준 평균 티켓 가격은 42.7위안(8000원)이다. 통상 학생들의 방학 기간인 여름 땐 할인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 역시 40.9위안(7700원)을 기록했다. 여름 영화 티켓 가격은 꾸준히 오름세다. 2017~19년 35위안, 2021~2022년 37.8위안이었고 2023년은 40.8위안이었다.
9월 10일 현재 흥행 1위인 ‘에이리언’의 경우 관람료 50~70위안가량을 지불해야 한다. 좌석에 따라 티켓 가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 구역은 59.9위안(1만 1200원), VIP구역은 69.9위안(1만 3100원)이다. 이 영화를 2인이 보려면 관람료만 최대 139.8위안을 내야 하는 셈이다.
티켓 가격이 올랐기 때문일까. 흥행 성적도 부진하다. 국가영화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극장을 찾은 관람객은 2억 8500만 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5억 400만 명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영화 티켓 판매는 116억 4300만 위안(2조 1900억 원)으로 2023년 206억 2000만 위안(3조 8000억 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2019년 여름 177억 7800만 위안과도 격차가 크다.
여기엔 볼 만한 영화가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 연구소가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극장을 찾지 않는 이유 1위엔 ‘보고 싶은 영화가 없어서’가 올랐다. 2위는 비싼 관람료였다. 많은 시민들은 “관람료가 비싼 만큼, 수준 높은 영화를 보고 싶다”고 답했다. 대학생 샤오리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집에서 컴퓨터나 TV로 영화를 보는 게 편하긴 하다. 돈도 적게 든다. 하지만 극장에 직접 가서 영화를 보는 느낌은 또 다르다. '에이리언'은 집에서 보면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좋은 영화가 있다면 기꺼이 소비할 수 있다. 물론, 합리적인 선에서 가격이 결정되면 더 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동안 여름엔 가족과 학생을 노린 영화들이 극장에 선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류의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다. 영화사들의 전략 실패다. 1인 관람 비중은 25%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지만 이는 단체 관람이 크게 줄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완다영화, 상하이영화, 중국영화, 문화투자지주 등 주요 영화사들의 매출과 순이익은 크게 줄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영화 시장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관객들이 오지 않고 있다. 일단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게 급선무”라면서 “우선 티켓 가격을 낮추는 논의가 필요하다. 관람료를 올린다고 극장의 사정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질 좋은 영화를 제공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