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0일 출시 후 매출·접속자 연일 신기록…오공 아메리카노·관광 패키지 등 관련 업계도 반색
“중국 게임 역사를 새로 썼다.”
‘검은 신화: 오공’(오공) 출시를 두고 주요 언론은 일제히 이런 헤드라인을 내걸었다. 이 게임은 출시 50분여 만에 동시 접속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8월 20일 저녁엔 200만 명까지 올라갔다. 전세계 순위 2위였다.
오공 정식판은 268위안(5만 1000원), 디럭스판은 328위안(6만 1000원)이다. 미국, 싱가포르, 태국, 브라질, 이탈리아 등 12개국에서 판매 1위를 차지했다. 3A(PC, 모바일, 콘솔게임)를 모두 합쳐 450만 개가 팔렸고, 매출액은 15억 위안(2800억 원)에 달했다.
게임 평점도 높다. 글로벌 게임 평점사이트인 메타크리틱에 따르면 오공 평점은 82점이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몇몇 해외 게임 잡지에서도 높은 점수를 줬다. 만점을 준 곳도 있다. 게임사이언스 CEO(최고경영자)이자 오공 프로듀서인 펑치는 “오공은 그동안 어떤 게임에서도 경험해볼 수 없었던 환상적 액션 모험 게임”이라고 자평했다.
게임 자체뿐 아니라 연관 업계도 들썩이는 모습이다. 캐릭터 카드는 물론 게임 주인공 오공이 새겨진 의류는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커피 체인점 루쉰은 ‘검은 신화 오공 아메리카노’를 선보였는데, 불과 10분 만에 품절이 됐다. 루쉰 측은 “물량이 동났다. 다시 준비하고 있지만 15일 정도 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몇 배 이상 오른 가격으로 ‘굿즈’가 거래되고 있다.
중국 주식시장도 들썩거렸다. 오공 테마주는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이뿐 아니라 게임 관련주도 일제히 상승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오공의 흥행이 게임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공뿐 아니라 다른 게임들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PC방, e스포츠 호텔 등의 이용객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공이 출시되던 날 주요 도시 e스포츠 호텔은 대부분 만석이었다. 특히 여러 명이 묵을 수 있는 방은 구하기가 어려웠다.
한 호텔 관계자는 “e스포츠 호텔 룸은 컴퓨터 사양도 좋고, 환경이 쾌적해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단체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집계에 따르면 8월 20일과 21일 e스포츠 호텔에 묵은 투숙객 중 75%는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70%는 1990년대와 2000년대생이었다.
게임에 등장하는 장소들도 화제를 모았다. 오공은 주인공 오공이 과거의 전설 속 진실을 밝히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주요 스토리로 한다. 쓰촨의 안악 명산사, 충칭의 대족석각, 항저우의 영은사, 산시성 등 중국 36개 명소가 등장한다. 게임 출시 당일 산시성을 비롯한 이 장소들의 검색량은 평소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중국 온라인 여행 플랫폼 씨트립은 8월 21일 오공 여행지를 관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게임에 나온 장소에서 찍은 사진을 인증하는 것도 유행이 될 조짐이다. 씨트립 소속의 한 연구원은 “온라인 게임 열기가 관광 산업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오공은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은데, 이는 중국 문화 및 관광을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게임 개발팀은 중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게임에 적합한 장소를 물색했다고 한다. 실제 장소를 게임에 그대로 구현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벽화, 불상, 고건축, 풍경 등은 중국인들에게 모두 익숙한 것들이다. 개발팀 관계자는 “민족 고유의 것이 곧 세계적이라는 믿음을 갖고 작업을 했다”면서 “중국 전통 미학이 이 게임의 주요 특징”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에서도 오공의 흥행에 고무적인 모습이다.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고전 서유기에서 따온 이 게임은 중국 전통 문화의 매력이 잘 담겨 있다. 해외에서 중국의 위상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문화관광부는 오공 관광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오공의 인기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긴 하다. 2020년 8월 20일 ‘예고편’ 격인 게임 실사 시연 영상이 공개될 때 폭발적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펑치는 “지난 4년간 모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이 많았다”면서도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느낌은 나에게 귀중한 경험”이라고 했다.
정확한 액수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선 게임을 개발하는 데 든 비용이 최소 5억 위안(937억 원) 이상이라고 추산한다. 워낙 기대가 큰 작품이었기에 투자를 받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텐센트 등 대기업들이 앞 다퉈 투자를 했다. 펑치는 “게임 개발부터 출시까지의 과정은, 우리 게임 모티브가 된 서유기와 비슷하다. 나는 직원들에게 ‘해 보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시행착오와 모험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했다.
많은 언론에선 펑치 개인을 조명하기도 한다. 펑치는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스스로 ‘나는 게임 중독 소년이었다’라고 말할 정도다. 화중과기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게임업계로 뛰어들었다. 2005년 한 게임회사에 취직한 펑치는 2014년 창업을 했다.
‘검은 신화: 오공’의 아이디어가 나온 것은 2018년 2월 직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였다. 펑치는 “총격전, 액션 등 다양한 얘기를 하다가 서유기가 나왔다. 모두들 침묵했다. 실망이었다기보다는 일종의 흥분이었다”라고 했다. 펑치는 “서유기와 손오공은 중국 문화를 가장 잘 대변하는 아이템 중 하나다. 서유기는 결과보다는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을 다룬 내용이다. 이는 우리의 게임 개발, 그리고 회사 운영의 핵심 철학과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