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단지 도지사 지정 못 받아 연내 착공 사실상 어려워…광양시 “보전산지 관련 절차 해결되면 쾌속 진행”
#2024년 착공 2028년 완공 계획
LF네트웍스는 2017년 광양시에 ‘광양LF스퀘어’ 쇼핑몰을 개장하면서 지역 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LF네트웍스는 협력 사업 일환으로 구봉산 인근 232만 4486㎡(약 70만 평) 규모 부지에 골프장과 호텔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이후 LF네트웍스는 계획을 확장해 숙박시설, 골프장, 어린왕자 뮤지엄, 4계절 썰매장, 무동력 모노레일 등 숙박, 운동, 오락 휴양 시설을 갖춘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LF네트웍스는 2020년 구봉산 관광단지 조성을 위해 자회사 LF리조트를 설립했다.
광양시는 지난해 12월 LF리조트와 구봉산 관광단지 연계 사업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LF리조트는 당초 구봉산 관광단지에 37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투자협약을 맺으면서 구봉산 케이블카와 알파인 슬라이드 등 500억 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이로써 LF리조트의 구봉산 관광단지 투자액은 총 4200억 원에 이른다. 광양시는 2024년 착공해 2028년 관광단지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구봉산 관광단지는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전라남도로부터 관광단지 지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관광단지는 시장·군수·구청장의 신청에 의해 시·도지사가 지정한다. 또 시·도지사가 관광단지를 지정하려면 사전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 및 관계 행정기관과 협의해야 한다.
관광단지로 지정되면 개발부담금 면제, 취득세 감면, 공유재산 임대료 감면, 관광진흥개발기금 융자 지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관광단지로 지정받지 못하면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없고, 그만큼 개발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정부는 지난 4월 인구 감소 지역에 대해 ‘소규모 관광단지’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소규모 관광단지 제도의 주요 내용은 시·도지사의 승인 권한을 시장·군수에게 이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광양시 인구는 2022년 말 15만 2168명에서 2023년 말 15만 2666명으로 늘었다. 광양시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어 소규모 관광단지 제도 대상이 되기 어렵다.
광양시 내부에서도 연내 착공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광양시 관계자는 “환경이나 교통 등 큰 부분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됐고, 보전산지 관련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것만 해결되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LF와 비교되는 LF네트웍스
LF네트웍스는 LF리조트에 260억 원을 출자했다. LF네트웍스의 지난해 별도 기준 순이익이 106억 원이고,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 말 별도 기준 10억 원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한 셈이다. LF네트웍스 자회사인 트라이본즈와 파스텔세상도 LF리조트에 각각 164억 원, 87억 원을 투입했다.
LF그룹은 (주)LF와 LF네트웍스의 경영이 사실상 분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걸 LF그룹 회장이 (주)LF를 이끌고 있고,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순 대표와 구본진 대표는 LF네트웍스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구본순 대표는 지난해 9월 LF리조트 사내이사에 취임하면서 구봉산 관광단지 조성 사업에도 직접 참여하고 있다.
(주)LF와 LF네트웍스의 실적은 차이가 크다. (주)LF는 지난해 매출 1조 9007억 원, 영업이익 574억 원을 거뒀고, LF네트웍스는 지난해 매출 2708억 원, 영업이익 191억 원을 기록했다. (주)LF와 달리 LF네트웍스의 실적은 하락세에 있다. LF네트웍스의 매출은 2022년 2871억 원에서 2023년 2708억 원으로 5.68%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03억 원에서 191억 원으로 36.88% 줄었다.
LF네트웍스는 쇼핑몰 ‘LF스퀘어’를 운영하는 법인이다. LF스퀘어는 현재 인천광역시, 양산시, 광양시, 양주시 등 4곳에 점포를 두고 있다. 인천광역시를 제외하면 인구수 등을 고려했을 때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커머스가 약진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위기를 맞고 있어 업황 전망이 밝지는 않다.
이와 관련,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023년 이후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에 따른 펜트업(억눌렸던 수요가 급속도로 살아나는 현상) 수요 소진과 가계 소비여력 위축 등이 오프라인 채널 수요 회복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고금리, 고물가 기조에 따른 가계 가처분 소득 감소, 해외여행 수요 증가 등이 국내 유통 산업 수요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LF네트웍스는 장기적으로 구봉산 관광단지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관광단지 조성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관광단지를 통한 수익 창출 시기도 지연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LF그룹이 향후 (주)LF와 LF네트웍스를 중심으로 계열분리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당분간은 현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LF네트웍스는 지난해 200억 원 규모의 (주)LF 제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등 사업적으로 연결된 부문이 적지 않다. LF네트웍스가 추진 중인 신사업이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사업 구조에 급격한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구봉산 관광단지 조성 사업이 계열분리 과정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관련기사 장남은 (주)LF에 동생은 LF네트웍스에? LF그룹 계열분리설 앞과 뒤).
이와 관련, (주)LF 관계자는 “LF네트웍스와 지분 관계가 없어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LF네트웍스 관계자는 “현재 언론 대응을 담당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고려디앤엘, (주)LF 지분 확대…회사 발전보다 승계가 먼저?
고려디앤엘이 최근 (주)LF 지분율을 늘리고 있다. 고려디앤엘은 2022년 LF네트웍스의 조경 사업부가 인적분할돼 탄생한 법인이다. 분할 후 LF네트웍스 주주들은 고려디앤엘 지분을 구본걸 LF그룹 회장 자녀들에게 넘겼다. 구 회장의 장남 구성모 LF 매니저와 장녀 구민정 씨가 고려디앤엘 지분을 각각 91.58%, 8.42%씩 갖고 있다.
LF네트웍스는 분할 과정에서 보유 중이었던 (주)LF 지분 6.18%도 고려디앤엘에 이전했다. 고려디앤엘은 이후 (주)LF 지분을 수차례에 걸쳐 매입해 현재 11.97%를 갖고 있다. 현재 (주)LF 최대주주는 지분율 19.11%의 구본걸 회장이고, 고려디앤엘은 2대주주다.
고려디앤엘은 현재까지 (주)LF 지분 매입에 300억 원가량을 투입했다. 그런데 고려디앤엘은 지난해 매출 486억 원, 영업이익 7억 원을 거뒀다. 2022년에는 2억 6602만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또 고려디앤엘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8억 원에 불과했다. 고려디앤엘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440.19%로 재무 상태도 좋지 않다.
고려디앤엘은 (주)LF 지분 매입을 위해 오너 일가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고려디앤엘은 2022년 구본걸 회장으로부터 153억 원을 차입했고, 구성모 매니저와 구민정 씨는 지난해 고려디앤엘에 27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고려디앤엘이 확보한 현금을 회사 발전이 아닌 오너 일가 승계 작업용으로만 사용한다는 이유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 LF는 고려디앤엘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