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사업과 시너지” GS, 가정용 완속 집중…“안정적 수익 창출” LS, 급속과 B2B 집중
전기차 수요가 감소함에도 전기차 충전업 호황이 예상되는 이유는 인프라 구축이 결국 전기차 수요 증대를 이끌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전기차 관련 예산이 인프라 구축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환경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원 예산은 1조 734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0%가량 감소했다. 그러나 무공해차 충전 인프라 구축 예산은 7344억 원이 책정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41.5% 증가한 수치다.
2022년 이후 다수의 대기업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에 뛰어들었다. SK, GS, 롯데, 현대차, LG, LS, 한화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주목받는 곳이 GS그룹과 LS그룹이다. GS그룹은 아파트 브랜드 ‘자이’를 앞세워 일반인 전기차 차주가 아파트 주차장 내 충전기를 통해 ‘완속충전’ 하는 시장을 노리고 있다. 반대로 LS그룹은 급속충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LS그룹은 또 물류(트럭), 운수(버스) 등 B2B(기업과 기업 간 비즈니스) 시장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전기차업계에서는 GS그룹과 LS그룹의 상반된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 시장 대기업의 공세
전기차 충전 업체에 대한 높은 평가는 충전서비스 전문 업체 채비(옛 대영채비)의 주관사단 선정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채비는 내년 초 기업공개(IPO·상장)를 목표로 현재 주관사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2016년 설립된 채비는 약 5000기의 급속충전기를 서비스하고 있다. 채비의 주요 서비스는 전기차를 충전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채비스테이’, 구독형 요금제 ‘채비패스’ 등이 있다.
채비는 지난해 6월 기업가치 4600억 원을 인정받아 스틱인베스트먼트, KB자산운용으로부터 11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번에 채비 주관사 입찰에 참여한 증권사들은 채비 몸값으로 최대 2조 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관사단은 예상 시가총액보다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하다. 더 좋은 가격을 제시해야 주관사에 선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최대 2조 원의 몸값은 최근의 2차전지 업계 불황과 비교했을 때 의외라는 평가다.
채비의 매출은 2022년 536억 원에서 2023년 780억 원으로 45.41% 증가했다. 다만 채비의 올해 예상 매출은 의견이 엇갈린다. 대기업의 공세로 매출이 정체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고, 시장이 성장 중이니 선방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전기차 충전 시장은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SK그룹은 2021년 충전기를 제조하는 시그넷EX(현 SK시그넷)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충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SK일렉링크도 자체적으로 급속충전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GS그룹은 계열사 GS에너지가 차지비와 GS커넥트를 흡수합병하고 뒤이어 홈앤서비스의 충전 사업을 인수해 관련 사업에 나섰다. LG유플러스와 카카오모빌리티는 각각 250억 원씩 출자해 전기차 충전 합작법인을 출범시켰다. LS그룹은 2022년 설립한 LS이링크를 통해 충전 사업에 뛰어들었고, 현대차그룹은 2021년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를 인수해 초급속 전기차 충전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기업이 전기차 충전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입하는 이유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전기차 시장에 비해 비교적 늦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성장 잠재력은 뛰어나기 때문”이라며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도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줄이고 충전 인프라 관련 예산을 확대하고 있어 해외시장 개척 기대감도 크다”고 분석했다.
#GS와 LS 눈에 띄네
충전 사업에 진출한 대기업 중 눈에 띄는 곳은 GS그룹이다. GS그룹은 지난해만 1만 5214기의 완속충전기를 보급하는 등 완속충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GS그룹은 지난해까지 누적으로 완속충전기 5만 2016기를 공급했다. 업계 2위와 3위인 파워큐브코리아(3만 2500기), 에버온(3만 664기)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완속충전기는 3~7kW의 용량을 가지고 있는 충전기로 충전 시간은 상대적으로 길다. 주로 주택이나 아파트 등 주거시설 근처에 설치되는 이유다. 완속충전기의 장점은 가격이다. 기기 가격은 100만~300만 원에 불과해 급속충전기(2000만~1억 원 수준)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100km당 완속은 1100원, 급속은 2700원으로 가격 차이가 크다.
초창기 전기차 사업자들은 완속의 경쟁력이 크다고 판단했다. 배터리가 점차 대형화되는 추세이니 야간에 충전하면 이용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막상 서비스를 시작하니 급속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았다. 국내의 경우 2022년까지 전기차 대 충전기 대수를 뜻하는 차충비는 2.1 수준으로 유럽(11.2), 미국(21.5) 등에 비하면 훨씬 낫다. 그렇지만 완속 비중이 너무 높아 실제 이용자들이 체감하기에는 충전기가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2023년 말 기준 급속충전기와 완속충전기는 약 1 대 9의 비율로 설치돼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전기차 10대당 급속충전기 1기가 설치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서울 기준으로 급속충전기가 약 2.6배 더 늘어나야 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GS그룹이 완속충전에 집중하는 것은 GS건설의 주택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의 급속충전은 완벽한 대안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는 급속충전이어도 30분~1시간이 필요하다.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의 주유에 익숙한 사람들을 만족시키기는 힘든 수준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GS그룹이 완속에 더 집중하는 것은 사실이나 급속충전을 아예 안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최고경영자들이 완속의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GS에너지에 관련 전략에 대해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LS그룹은 정반대 전략을 펴고 있다. LS이링크는 급속충전, 그것도 B2B에 집중하고 있다. LS이링크는 설립 2년 차인 지난해 매출 277억 원, 영업이익 19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택배, 버스 회사 등은 일반 승용차량과 비교해 운행 차량 대수는 적지만 충전기 이용률이 높다. 물류, 운수 차량은 일평균 주행거리가 일반 차량의 4~5배에 달하고, 무게가 더 나가 평균 전비(1kWh당 주행거리)도 낮다. 물류 거점이나 차고지에 충전소를 구축하면 안정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LS이링크는 기술력 강화와 글로벌 사업 진출 재원 마련을 위해 IPO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LS그룹 관계자는 “B2B 시장은 정해진 스케줄대로 움직이다 보니 고정적인 수요가 높고, 수요 예측도 가능하며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LS전선이 충전기에 사용되는 케이블을 공급하는 등 시너지 효과도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