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무효형 선고시 파국, ‘입법’ ‘탄핵’ 투트랙에 여당 검찰 반발…야권 잠룡들 몸풀기 속 1심·재보선 결과도 주목
#검찰, 이재명 징역 2년 구형
9월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부장판사 한성진) 심리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재명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법조계에선 검찰 구형을 두고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공직선거법 사건치고는 이례적으로 높은 구형을 한 건 맞다”며 “상대 후보 매수, 금품 제공 등이 아닌 이상 실형 구형을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이 대표가 2021년 대선 후보 시절 방송 인터뷰에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당시 몰랐다는 취지로 대답해 허위 사실을 말한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이 대표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백현동 특혜 의혹에 대해 “국토교통부로부터 협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용도지역 변경을 했다”는 취지로 허위 사실을 말했다는 혐의도 함께 받는다.
검찰은 “20대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사업 비리 실체는 무엇이고 최종책임자는 누구인지, 피고인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다”며 “대장동 사업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피고인이 책임을 회피하고 오로지 대선에 당선되기 위해 전 국민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해 사안이 매우 중하다. 당시 지지율이 박빙이었던 점을 비춰볼 때 피고인의 거짓말은 유권자의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이 명확하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백현동과 관련해선 “대장동 리스크를 차단하기도 전에 제2의 대장동인 백현동 의혹이 대두하면서 그야말로 코너에 몰렸던 상황”이라며 “피고인은 치밀하게 준비해 전국에 생방송되는 국감장을 ‘거짓말장’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최소한 이 사건에 대해 제 기억에 어긋나는 거짓말을 일부러 한 적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최소한 없는 자료를 만들어 내거나, 없는 증거를 만들어 내지는 않았던 것 같다”며 “그런데 지금 이 사건만 봐도 일단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한 걸로 만들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김 전 처장과 관련해) 블로그에 8~9명이 나와 있는 사진에서 3명만 잘라내서 증거로 냈다. 증거 위조 행위가 아니냐”며 “대선이 끝나기 전 고발인 조사를 받은 당시 검사는 ‘주관적 인식에 관한 건데 허위사실이라고 할 수 있나요’라고 물어봤다. 그런데 대선이 끝나고 백팔십도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백현동과 관련해선 “협박이라고 화가 나서 과하게 표현했지만, 어쨌거나 국토부가 성남시를 압박한 것은 사실”이라며 “수년간 일어난 복잡한 일에 대해 7분 안에 답변해야 하는 상황에서 압축적으로 하다 보니 이야기가 꼬였다. 국토부가 성남시에 보낸 온갖 공문들을 (검찰은) 압수수색해서 다 확보했을 텐데, 기록에 첨부도 안 하고 증거로 제시도 안 한다”고 반박했다.
선고 공판은 11월 15일 열릴 예정이다. 2022년 9월 8일 기소 이후 799일 만에 결론이 나오는 셈이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선거법 1심 평균 처리 기간보다 6배 이상 더 걸렸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이 대법원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2023년 선거법 1심 평균 처리 기간은 약 130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이 법을 제대로 집행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현행법상 선거법 사건 1심은 6개월, 2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안에 마쳐야 한다.
#‘이재명 불가론’ 고개 들까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재판 1심에서 ‘징역 또는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을 경우 민주당으로선 초대형 악재다. 대선 주자인 이 대표가 의원직을 잃고 5년간 피선거권 박탈될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대선 비용 431억 원과 기탁금 3억 원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 434억 원은 2024년 민주당 총 재산의 약 70%에 이르는 만큼 사실상 당이 파산할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민주당은 전방위적으로 검찰 압박에 나선 모양새다. 9월 23일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을 왜곡해 적용한 검사를 형사 처벌하는 내용의 ‘법 왜곡죄’ ‘검사평가 강화법(검찰청법 개정안)’ ‘수사지연 방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을 상정해 법안소위에 회부했다. 아울러 10월 2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담당인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탄핵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이 대표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중이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예로 들며 “검찰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에 알선수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범죄 혐의가 발견됐음에도 수사하지 않고 고의로 봐줬다면 검사는 법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서도) 김 여사 가족이 23억 원의 이익을 얻었다는 내용이 검찰 의견서에 들어 있지만 아직 기소가 안 됐다”고 말했다.
여당과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9월 24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검찰 법 왜곡죄’ 등에 대해 “(검찰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을 구형하자 전방위적인 보복과 압박을 하고 있다”며 “국회 입법권을 개인의 사적 보복에 동원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한낱 광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9월 23일 수원지검은 “박상용 검사가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범죄 혐의를 수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진행되는 보복 탄핵이자 검찰을 넘어 사법부까지 압박하려는 사법 방해 탄핵, 방탄 탄핵”이라며 “해당 정치인이 당내에서 절대적 위상을 가지고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헌법상 평등 원칙과 삼권분립 원칙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위헌적 행태이고 민주국가의 사법시스템을 위협하는 반민주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이재명 대표가 1심에서 유죄를 받는다면 당 내홍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현실을 인정하고 이 대표에게 소위 ‘몰빵’ 하고 있는 차기 대선 전략을 수정해 ‘플랜B’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동안 숨죽였던 야권 잠룡들이 이 대표 재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본격적인 몸풀기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대표가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는다면, 내부에서 흔들리기 시작할 것”이라며 “대법원에서 유죄 받을 가능성 있을 뿐만 아니라 대선 전에 선고가 나오면 출마조차도 못 한다. 다른 재판들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를 계기로 여론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이 대표도 내려올 수밖에 없다. 당에서 ‘플랜B’ 작동하자는 이야기 나올 것이다. 최근 ‘신 3김(김부겸·김동연·김경수)’이 몸을 풀고 있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재명 대표가 전남 영광, 곡성군수 등을 뽑는 10·16 재보궐 선거에서 조국혁신당에 밀린다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총선 당시 호남에서 민주당을 꺾고 비례대표 득표율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호남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6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이 지지를 거둔다면 정계 은퇴는 물론이고 대선에도 불출마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그 의미가 남다른 곳이다. 이재명 대표도 호남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대선 재도전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9월 25일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보궐선거판까지 이렇게 (혁신당과의 경쟁구도가) 돼 호남에서 민주당이 전승을 하지 못하게 되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결합돼 파장이 클 수 있다”며 “민주당의 텃밭이고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호남에서 민주당이 조국혁신당한테 진다면 상당한 타격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