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 협력사 및 증권사와 접촉 소문 돌아…MBK 공개매수가 75만 원으로 상향 맞불
#최윤범 회장 추가로 대규모 자금 필요
재계에서는 최윤범 회장의 백기사로 현대자동차, LG화학, 한화그룹, 한국앤컴퍼니 등을 꼽고 있다. 이들은 최 회장 체제의 고려아연과 각종 협약이나 파트너십을 맺는 등 사업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한화그룹은 고려아연 지분 7.75%를 갖고 있고, 현대자동차와 LG화학은 각각 고려아연 지분 5.05%, 1.89%를 보유 중이다. 한국앤컴퍼니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0.75%다.
한국앤컴퍼니는 지난 9월 23일 다른 고려아연 고객사들과 함께 “MBK가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2차전지나 반도체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탈중국 밸류체인 구성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최윤범 회장 지지 의사를 밝힌 셈이다.
다른 회사들은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재계에서는 이들 회사들을 최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최근에는 최윤범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화그룹 관계자는 “고려아연과의 사업협력 분야는 장기적인 투자를 요하는 사업인바, 이번 공개매수로 인해 경영권 분쟁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사업협력의 성공 가능성과 지속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한화그룹은 고려아연과의 사업협력 관계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최윤범 회장과 그 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11.81%다. 우군으로 분류되는 지분을 모두 합치면 33.99% 수준이다. (주)영풍과 장형진 고문 일가가 갖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은 총 33.13%로 알려졌다. 현재는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이 엇비슷하지만 MBK가 지분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10% 이상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최윤범 회장은 추가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최윤범 회장이 최근 한국투자증권, 일본 소프트뱅크, 미국 베인캐피탈 등 증권사 및 사모펀드 운용사와 접촉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에 대해 MBK는 지난 9월 23일 “언제 돌려받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리스크를 떠안고 단기 금융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증권사나 외국계 사모대출펀드 모두에게 무리한 투자이고, 가능성도 낮다”고 지적했다.
#판은 더 커져만 가는데 …
MBK는 당초 고려아연 지분을 주당 66만 원에 매입하겠다고 밝혔지만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 9월 13일 66만 원을 돌파했고, 이후 70만 원도 넘어섰다. 고려아연 주주가 주당 66만 원에 지분을 매각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이에 MBK는 9월 26일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가를 주당 66만 원에서 75만 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MBK 측이 공개매수에 투입할 자금만 2조 4397억 원에 달한다.
문제는 향후 주가 흐름이다. 고려아연 주가는 이미 지난 9월 20일 한때 75만 원을 넘긴 바 있다. MBK는 공개매수가 추가 상향 가능성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노동조합과 임원, 울산광역시 지역 정치권까지 MBK의 공개매수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두겸 울산광역시장은 지난 9월 18일 “MBK가 고려아연 최대주주가 되면 경영권이 사실상 넘어가게 되는데 이는 대한민국 기간산업의 미래 근간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은 지난 9월 24일 기자회견에서 “MBK라는 투기 자본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고려아연을 집어 삼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MBK는 고려아연을 중국에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히면서 이에 대응하고 있다.
이와 관련, (주)영풍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말도 안 되는 흑색선전을 내놓고 있는데 이러한 거짓 흑색선전은 지역 정가와 중앙정치권까지 영향을 미쳐 정치이슈화 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적대적 M&A’ ‘약탈적 M&A’가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강성두 (주)영풍 사장도 9월 27일 기자회견에서 “최윤범 회장은 (주)영풍과 모든 주주들의 소중한 자산인 고려아연을 망가트리고 있다”며 “MBK와 손을 잡은 것은 고려아연을 흔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영풍과 고려아연이 같이 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윤범 회장이 증권사나 사모펀드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확실한 보상책을 제시해야 이들을 우군으로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실제로 (주)영풍은 MBK를 우군으로 영입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양보를 했다는 평가다. MBK는 (주)영풍 및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고려아연 지분 ‘절반+1주’에 대한 콜옵션을 받았다. MBK가 콜옵션을 행사하면 고려아연 단일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또 고려아연 이사를 선임할 때 MBK가 (주)영풍보다 1명의 이사를 더 추천할 수 있는 권리도 얻었다.
(주)영풍과 MBK는 공개매수설명서에서 “(고려아연의) 이사 총수는 상호 합의해 결정하되 MBK가 추천해 선임된 이사의 수가 (주)영풍이 추천해 선임된 이사의 수보다 1인이 더 많도록 할 것”이라며 “MBK가 대표이사(CEO) 및 재무담당책임임원(CFO)을 지명하도록 함으로써 일상경영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주)영풍은 이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MBK에 고려아연 경영 주도권을 넘겨주겠다고 약속한 셈이다.
고려아연 측은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은 지난 9월 24일 현 상황과 관련해 “차분히 진행이 잘되고 있다. 분명히 우리가 이긴다”며 “MBK는 고려아연을 경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려아연과 (주)영풍은 맞고소를 진행하며 분위기는 험악해지고 있다. 현 분위기에서는 최윤범 회장과 장형진 고문의 화해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고려아연 계열사 영풍정밀은 지난 9월 20일 장형진 고문, 김광일 MBK 부회장 등을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영풍정밀은 “(주)영풍과 MBK의 계약으로 인해 (주)영풍이 손해를 보게 되고, 김광일 부회장 등은 이득을 취하게 되는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영풍도 지난 9월 25일 최윤범 회장과 노진수 전 고려아연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주)영풍은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등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 결정, 해외 자회사인 이그니오홀딩스에 관한 투자 결정, 씨에스디자인그룹(현 더바운더리)과의 인테리어 계약 체결 과정에서 고려아연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