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검사 사업 표류 네오딘바이오벳 상대 채권 가압류 신청…‘캐시카우’ 동물 의약품 출시 잇따라
#투자한 동물 진단검사 기업 사업 난항
반려동물 진단검사 기업 네오딘바이오벳은 최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반려동물 진단검사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홈페이지도 사라진 상태다. 지난 9월 20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네오딘바이오벳에 일시적으로 농림축산식품 연구개발사업 참여 제한 처분을 결정했다고도 밝혔다. 네오딘바이오벳이 ‘액체생검을 이용한 반려견 암 예측 시스템 개발’ 국가연구개발 사업을 마친 후 정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네오딘바이오벳은 유한양행으로부터 2021년 약 65억 원을 투자받았다. 유한양행은 네오딘바이오벳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14만 95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상환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유한양행의 네오딘바이오벳 지분율은 24.5%다. 1996년 설립된 네오딘바이오벳은 동물병원 등에서 의뢰를 받아 반려동물 진단검사 서비스를 영위해 왔다. 유한양행은 반려동물 진단검사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네오딘바이오벳에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의 네오딘바이오벳 투자는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네오딘바이오벳의 경영 상황은 좋지 않다. 네오딘바이오벳 매출은 2021년 32억 원, 2022년 29억 원, 2023년 19억 원, 2024년 상반기 1억 원으로 감소 추세다. 영업손실은 2021년 5억 원에서 2022년 32억 원으로 커졌다. 네오딘바이오벳은 대출금과 세금 등을 미납해 채무불이행 상태에 있다. 네오딘바이오벳 전직 직원은 “직원 임금 체불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유한양행이 네오딘바이오벳을 상대로 제기한 채권 가압류 신청이 인용됐다. 6억 원 규모다.
유한양행이 투자한 또 다른 반려동물 진단업체 주노랩도 뚜렷한 사업 움직임이 없다. 주노랩은 반려동물 진단시약과 진단키트를 개발·판매하는 업체다. 주노랩은 2019년 설립됐다. 반려동물용 코로나19 PCR(유전자 증폭) 진단키트 등을 개발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0원이다. 유한양행은 주노랩에 2021년 3억 원을 투자해 상환전환우선주 1만 5000주를 보유했다. 이를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유한양행의 주노랩 지분율은 15%다.
반려동물 진단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전 세계 반려동물 진단 시장은 2020년 18억 4920만 달러에서 2025년 29억 5230만 달러로 연평균 9.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려동물 진단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입증 여부가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물용 진단제품을 판매하는 진단업체 한 관계자는 “반려동물 진단 시장은 (개화) 초기 국면이기는 하나 국내 시장은 한계가 있다. 유통망을 갖춘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동물 치료제 시장 집중 전망
유한양행은 당분간 반려동물 진단보다는 치료제 시장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유한양행이 10억 원을 투자한 신약 벤처 기업 지엔티파마는 제다큐어를 출시했다. 제다큐어는 2021년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국내 최초 합성신약 동물 의약품이다. 유한양행은 제다큐어의 국내 프로모션·마케팅·공급·판매 권한을 갖고 있다. 지난 6월 지엔티파마는 제다큐어가 반려견 뇌전증에도 효과를 발휘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계획을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유한양행은 노령화되는 반려동물을 위한 치료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 유한양행은 반려동물 골관절염 주사제도 국내에 판매 중이다. 지난해부터 유한양행은 의약품 개발 기업 플루토와 업무협약을 통해 플루토가 개발한 ‘애니콘주’ 유통을 맡았다. 애니콘주는 지난해 4월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허가를 받은 동물용 의료기기다. 애니콘주 성분은 폴리뉴클레오타이드(Polynucleotide, PN)이다. PN은 관절강 내 높은 탄성을 유지하면서 관절의 기계적인 마찰을 줄여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동물 의약품은 제약사의 좋은 캐시카우(수익원)로 꼽힌다. 유한양행이 직접 동물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제약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의약품을 개발할 때 동물 실험을 통해 안정성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동물 실험에서 검증된 약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선 효율적”이라며 “노바티스 등 다국적 제약사들도 동물 사업을 많이 한다. 특히 노령화된 동물에 필요한 특이한 약들은 고가에 판매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유한양행의 동물 사업 부문 실적이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는 않다. 올해 상반기 유한양행 AHC(Animal Health Care) 사업이 포함된 생활건강 사업부문 매출은 1196억 원을 기록했다. 유한양행 전체 사업부 매출(5146억 원)의 21% 정도다. AHC 사업 부문만 놓고 보면 매출 비중은 더 작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기준 AHC 사업부 매출은 352억 원이었다. 유한양행은 동물 치료제 외에 프리미엄 사료 브랜드 ‘웰니스’도 출시했다.
이와 관련, 유한양행 관계자는 “네오딘바이오벳과는 동물 사업 관련해 활성화를 하고자 투자를 진행했으나 원활한 협력이 되지 않았다. 네오딘바이오벳의 가용 자산이 6억 원 정도라 해당 규모의 가압류 신청을 제기했다”며 “추후 (동물 사업과 관련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은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