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선수협회도 문제 인식 “살인적 경기 일정”
손흥민은 27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 유로파리그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주요 경기마다 풀타임에 가깝게 경기를 소화하는 손흥민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팀의 세 번째 골이 터진 후반 26분 이후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주저 앉아 일어나지 않았다. 벤치에서 대기하던 티모 베르너와 교체돼 경기장을 빠져 나왔다.
정확한 부상 상태가 알려지지는 않았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은 조금 피로한 것 같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 축구의 빡빡한 일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경기에 앞서 기자회견에 나섰던 손흥민도 경기 수가 많음을 지적하며 "우리는 로봇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5경기에 모두 선발로 출전해 경기마다 90분을 소화했다. 그 사이 9월 A매치 기간에도 2경기에 모두 나섰다. 지난 9월 18일 열린 리그컵 경기에서는 벤치에 앉았으나 후반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번 유로파리그 경기까지 손흥민은 2주 연속 주중 경기를 치렀다.
전세계 축구계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또한 이와 관련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김훈기 사무총장은 "결국은 선수들이 부상을 당할 수밖에 없다. 각종 보고서에서 경고를 했지만 위기의식이 없는 것 같다"며 "손흥민 선수는 지난 겨울 아시안컵에서 6경기를 출전한 이후 카타르에서 런던으로 이동해 4일만에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뛰었다. 혹독한 일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올해 발롱도르 수상 후보로도 꼽히는 스페인 출신의 로드리는 최근 큰 부상으로 쓰러졌다. 이 또한 '선수들이 혹사당하고 있다'는 취지의 당사자 발언이 있었던 직후였다.
잉글랜드 선수협회의 마에타 몰랑고 회장도 "살인적인 경기 일정과 과도한 업무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고 자 목소리를 내려 한다"며 "선수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선 단행된 챔피언스리그 등 유럽대항전의 경기 방식 변화가 문제로 지적 받기도 했다. 유럽축구연맹이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등의 대회를 개편하며 참가팀과 경기 숫자가 늘게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는 클럽 월드컵의 규모를 확대, 선수들이 소화할 일정은 더욱 늘었다.
이를 두고 마누엘 아칸지, 로드리 등 유명 선수들은 우려를 표했다. 로드리는 파업 까지도 고려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아칸지는 "마음 같아선 서른 살에 은퇴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