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공격 중심으로 자리 잡아…파리에선 맹활약 불구 백업 활용에 “선발로 써야” 팬들 원성
많은 스타들 가운데 현재 가장 폼이 좋은 선수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자연스레 이강인에게 눈길이 간다. 그는 최근 A매치와 소속팀 일정 등 무대를 가리지 않고 물오른 기량을 뽐내고 있다.
#대표팀 중심은 이강인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9월 초부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 돌입했다. 동시에 홍명보 감독이 부임 이후 첫선을 보이기도 했다.
새로운 체제에서 시작된 월드컵 3차 예선, 이는 이강인이 대표팀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증명하는 무대였다. 상대 밀집 수비에 막혀 답답한 모습을 보였던 팔레스타인과의 첫 경기에서 공격의 실마리를 푸는 이는 이강인이 유일하다시피 했다. 이 같은 활약은 오만전에서도 지속됐다. 손흥민의 결승골도 이강인과 패스를 주고받은 끝에 나왔다.
이상윤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제는 대표팀 공격의 중심이 이강인 쪽으로 이동하는 것 같다. 유의미한 공격 장면들이 손흥민의 왼쪽보다는 이강인의 오른쪽에서 많이 나왔다"면서 "대표팀은 2026년 월드컵을 바라보고 있다. 전성기 나이에 돌입하는 이강인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것을 홍명보 감독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서울 홈경기에서 많은 선수들이 잔디 상태 때문에 어려워했다. 그런 와중에도 경기력을 발휘한 선수는 이강인이었다"고도 말했다.
이강인은 지난 2경기를 통해 어느덧 A매치 30경기를 기록하게 됐다. 2019년 A매치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으나 한동안 중용되지 못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기점으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곧 대표팀의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3 아시안컵에서 팀 내 불화설에 휩싸였다. 대회 이후 여러 차례 사과에 나서는 등 빗발치는 비판을 견뎌야 했다. 경기력에 부정적 영향이 끼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따르기도 했다. 이강인은 임시 감독 체제가 이어지는 등 대표팀이 안팎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흔들림 없이 활약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강인은 최근 축구 외적으로도 화제를 뿌렸다. '디스패치'가 이강인의 열애설을 보도하면서다. 상대는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의 손녀 박상효 씨였다. 박 씨가 프랑스 파리에서 대학원을 다니는 중 한인 모임에 참석하며 이강인의 누나와 인연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에서도 빛나는 활약
이강인은 대표팀 합류 이전 소속팀에서도 절정의 폼을 자랑했다. 이적으로 적응이 필요했고 가벼운 부상을 안고 임했던 지난 프리시즌과 달리 온전히 팀과 함께 여름을 보냈다.
결국 이강인은 팀의 시즌 첫 공식전부터 선발로 나섰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듯 이강인은 프랑스 리그앙 개막전에서 팀의 첫 골을 넣었다. 골 이외에도 슈팅이 골대를 때리는 등 위협적인 움직임을 선보였다.
교체 투입된 리그 2라운드에서도 2경기 연속 골을 넣었다. 파리생제르맹 팬들이 선정한 8월 '이달의 선수'는 자연스레 그가 차지했다.
A매치를 다녀온 직후 임에도 리그 4라운드 스타드 브레스투아와의 경기에서는 시즌 첫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으나 이강인은 여전히 좋은 컨디션을 과시하며 팀의 3-1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강인이 정말 인상 깊었다"는 상대팀 감독의 칭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벤치 앉는 이강인
팀 내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선수 중 하나이지만 이강인의 입지를 낙관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아직 5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시즌 초반, 이강인은 출전 시간을 고려하면 팀의 핵심 선수로 분류되지는 않고 있다.
9월 19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스페인 지로나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첫 일정, 이강인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엔리케 감독의 구상에서 이강인은 베스트11에 들지 못한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장기간 리그 우승 0순위로 꼽히는 파리는 챔피언스리그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팀이기 때문이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을 윙어,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에 교체로 투입하며 그를 '전천후 백업 자원'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프랑스 현지 팬 사이에서도 "이강인을 선발로 써야 한다"는 원성은 이어진다. 지로나전서 이강인은 후반 교체 투입돼 짧은 시간만을 소화했음에도 찬스를 만들어내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며 이 같은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그럼에도 확실한 선발 자원으로 올라서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오른쪽 측면에는 우스망 뎀벨레가 엔리케 감독의 지지를 받는다. 5000만 유로(약 740억 원)의 이적료로 영입됐다. 이강인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미드필드에선 워렌 자이르-에메리와 경쟁해야 한다. 만 18세의 어린 나이이지만 A대표팀에 발탁돼 골까지 기록하는 등 프랑스 전체가 주목하는 유망주다. 이들이 극도로 부진하거나 부상을 당하지 않는 한 이강인에게 선발 출전 기회가 자주 오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들 모두 프랑스 국적 선수라는 점도 외국인 선수인 이강인에겐 경쟁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 23세로 충분한 출전 시간이 필요한 시점,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강인은 이적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이적시장에서 관심은 충분하다. 지난여름 한 잉글랜드 구단이 이강인 이적에 7000만 유로(약 1037억 원)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파리가 최전방 공격수 빅터 오시멘을 영입하려다 무산된 배경에는 상대 구단 나폴리에서 이강인을 요구한 탓이라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선수는 경기에 꾸준히 나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강인이 결장하는 일은 없지만 출전 시간이 아쉽기는 하다"면서 "이강인은 어린 시절부터 이미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선수였다. 본인이 원한다면 이적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리그,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이미 능력은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