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인권과 함께 의무 강조해야 무너진 교권 회복…진보 진영 교육의 정치 이념 편향성 바로잡을 것”
보수 진영의 숙원은 ‘단일화’였다. 단일화에 성공해 10년 동안 서울시 교육을 주도했던 진보 진영과 달리 보수 진영은 단일화에 실패해 보수표가 분산되며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보수 진영 1~2위인 조전혁 후보(23.49%)와 박선영 후보(23.10%)의 득표율 합이 당선인인 조희연 전 교육감의 득표율(38.10%)보다 많았다는 게 그 근거다.
보수 진영에서 12년 만에 단일 후보가 나왔다. 보수 진영 단일 후보로 낙점된 인물은 조전혁 후보다. '일요신문i'와 만난 조전혁 후보는 “조희연 교육감이 (사법 리스크로) 곧 낙마할 것으로 예상하고 캠프 해단식을 치르지 않았다. 지난 2년 동안 캠프를 다 그대로 유지하며 현안을 파악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전혁 후보는 “서울교육은 지난 10년 동안 소위 진보 성향의 교육감 시대에 순치가 돼 있었다. 곳곳에 암초, 폭탄, 지뢰가 상당하다. 전쟁을 치르는 각오로 이를 제거해야 한다”며 “전쟁을 치르려면 전사가 필요하다. 단순히 서울 교육과 교육 행정을 넘어선 좌파와 전면전을 치르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나 같은 적임자는 없다”고 강조했다.
조전혁 후보는 지난 10년 동안 이어진 진보 교육이 실패했다고 말한다. 그는 ‘혁신학교’를 대표적인 실패 정책으로 꼽는다. 혁신학교는 공교육의 획일적인 교육 커리큘럼에서 벗어나 수업 혁신과 민주적인 학교 운영으로 함께 성장하는 교육을 지향하는 새로운 학교 형태다.
조 후보는 “혁신학교는 오늘날 학부모들에게 ‘공부 안 시키는 학교’, ‘공부 안 하는 학교, 학력 떨어지는 학교’라는 이미지를 줬다. 혁신학교 실험은 실패다. 혁신학교를 지정하려는 지역에서는 ‘님비 현상(Not In My Back Yard)’이 팽배하다. 학교 앞에 근조화환 수백 개가 내걸릴 정도다. 성공한 정책이라면 이러한 현상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 “학생인권조례를 학생권리의무조례로 바꿀 생각”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의 교권이 무너졌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생들이 교사에게 막말을 하고 손찌검을 하는 등의 영상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종종 공개된다.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부모가 교사를 하대하는 듯한 일화가 올라오기도 한다.
조전혁 후보는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이 ‘학생인권조례’에 학생의 권리만 보호돼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학생인권조례는 학교교육 과정에서 학생의 존엄·가치·자유·권리가 보장되고 실현될 수 있도록 각 교육청에서 제정한 조례를 말한다. 조 후보는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 선생님의 교권은 학생의 인권과 갈등하고 부딪히는 개념이 아니다. 부딪혀서도 안 되는 개념이다. 원인은 학생의 권리만 주장한 ‘학생인권조례’라고 생각한다. 조례에는 학생의 의무가 강조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는 미국의 학생권리의무장전, SRR(Student rights and responsibility)을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하지만 SRR은 학생의 권리뿐 아니라 학생들이 지켜야 할 의무까지 기술돼 있다. 가령 SRR에는 학생들은 집회 시위의 자유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면서, 학생들은 시위할 때 ‘다른 사람의 통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어디에서는 집회 시위를 하면 안 된다.’, ‘집회 시위를 할 때 학생으로서의 복장까지 갖춰야 한다.’, ‘학교장의 사전 허가를 받은 유인물만 집회 시위에서 나누어 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조전혁 후보는 “개인적으로 학생의 권리보다 의무를 강조하는 게 오히려 더 교육적이라고 생각한다. 권리는 어디서 찾는 게 아니라 본능적으로 찾고자 하는 것이다. 반면 의무는 사회생활을 통해 몸에 체화돼야 한다. 학생들이 문화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자신들이 지켜야 할 의무를 체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생인권조례를 ‘학생권리의무조례’로 바꾸려고 한다. 물론 이런 내용들을 넣으려 하면 사상의 자유 침해, 학생 검열 등의 말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학생 인권만 강조되다 보니까 학생들이 수업을 방해해도 선생님은 학생 인권이라는 이유로 훈육을 못 하고 있다. 학생들의 인권을 지키려다가 오히려 학생들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당하는 촌극이 발생하고 있다. 교육감이 되면 서울시의회와 협의해 조례를 수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교과서 편향성? 역사학계 운동권이 장악…주장 다르면 인정 안 해”
‘교과서 편향성’은 우리나라 교육계에서 해묵은 논란거리다.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 간 생기는 이념 차이에 따라 불거지는 갈등이다. 조전혁 후보는 “우리나라는 교육부 장관의 검정 또는 인정을 받은 교과용 도서인 ‘검인정 교과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검인정 교과서임에도 불구하고 다양성이 전혀 없다. 우리나라 역사학계, 특히 현대사는 소위 말하는 운동권들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검인정 교과서임에도 국정 교과서의 획일성에 못지않은 이유”라고 비판했다.
그는 “진보 교육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운동사적 관점에서만 평가하고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가 알아주는 선진국이 됐다. 우리는 문화, 과학, 스포츠 등 모든 면에서 풍족한 선진국으로 성장했다. 이런 서사가 오직 독재 정권에 항거하고 민중 투쟁으로만 일어난 결과인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해방 이후 건국의 영웅들이 있었고, 이 나라를 지킨 호국의 영웅들도 있었고, 나라의 경제를 일으킨 부국의 영웅들, 경제·과학 그리고 문화와 스포츠 영웅들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현대사를 함께 만들어왔다. 이 자랑스러운 역사도 함께 강조해야 하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또 “진보 교육은 학생들에게 노동 인권, 환경 등을 너무 정치 이념에 편향된 시각으로 가르치고 있다. 학생은 실험 대상, 학교는 실험실로 쓰는 것 같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합의에 합의를 거친 내용들만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전혀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교육의 영역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전혁 후보는 “문제는 진보 진영은 자신들의 주장에 배치되거나 적대적인 내용이 담겨 있으면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학사 교과서 사태만 봐도 특정 단체들이 학교로 몰려와 교장 선생님과 이사장을 위협하지 않았나. 폭력적인 방법으로 교과서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교과서 자체를 멸종시켰다”며 “운동권 시각에 치우쳐 있는 역사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밝히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선이 되면 팔 걷어붙여 역사적인 사실만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조전혁 후보는 “교육론의 핵심적인 세 가지 체계로 ‘지덕체’를 꼽는다. 그러나 저는 그 순서와 구성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튼튼하고 건강한 몸이 우선돼야 한다고 보고, 이어 학생들의 인성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식은 그 이후에 쌓아도 늦지 않다. ‘체인지’가 학생들을 바람직한 인간으로 만드는 교육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교육감으로 당선되면 ‘체’, ‘인’, ‘지’를 우선순위로 생각하고 정책을 펼쳐나갈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