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결혼으로 잘못 씻겠다더니 약혼 파혼”…또 다른 사건 인스타그램 DM 내용 등 증거 제시
진주 지역사회에 수사 무마 관련 소문이 돌기 시작한 시점은 올해 4월경이다. 이는 지역 유력가의 아들인 A 씨가 B 씨에 의해 진주경찰서에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하면서 시작됐다. B 씨는 사건 발생 당시에는 A 씨측에서 결혼까지 제의하자 고소를 하지 않았으나, 이후 파혼을 당하자 다시 고소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 이후 수많은 억측이 오갔다. 특히 A 씨가 B 씨와의 사건을 무마한 뒤에 군에 입대하고 나서 벌인 또 다른 성추행 사건을 유력 정치인이 무마했다는 얘기도 돌았다. 자칫 수면 아래에 묻힐 뻔했던 일이 B 씨의 성폭행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함께 물 위로 부상하며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그런 가운데 성폭행 가해자로 고소를 당한 A 씨가 수도군단 군사경찰단 군사 경찰중대 특임중대 1생활관 군복무 중 일으킨 사건을 진주지역 유력 정치인이 무마해줬다는 증거와 증언이 나왔다. A 씨와 약혼까지 맺었던 B 씨가 본보에 제보한 것이다.
녹취록까지 갖고 있다는 B 씨는 “A 씨에게 미성년자 시절에 성폭행을 당했다. A 씨가 ‘결혼으로 자신의 잘못을 씻겠다’고 하자 그 말만 믿고 고소를 하지 않았으나, A 씨가 군복무 후 일방적으로 파혼을 통보했다. 이에 성폭행 혐의로 그를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고소와 함께 군 복무시절에 일어났던 일도 함께 제보키로 했다”고 말했다.
최초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이를 무마하는 과정에서 A 씨와 B 씨 두 집안은 사돈지간으로 이어질 예정이라 여과 없이 서로 말들이 오고간 사이였다. 때문에 A 씨가 군복무 시절 일으킨 사건에 대해 서로 대책을 강구하고 의견을 나누는 등 거리낌 없는 말과 행동이 있었다고 B 씨는 전했다.
B 씨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내보였다. A 씨와 주고받은 인스타그램 DM과 A 씨가 B 씨에게 선물로 준 일기장 등이 그것으로 여기에는 유력 정치인이 개입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인스타그램 DM 내용을 살펴보면 A 씨는 B 씨에게 2022년 11월 3일 “지금 사건은 군대 안에 22지구 수사대에 있고 중대장도 변호사도 다 무혐의로 기록 없이 한 달 내에 끝난대. 그리고 경찰에 넘어가면 기록이나 그런 게 안 남고 확실하게 처리하게 아빠가 말해놓은 거고”라고 문자 보냈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A 씨가 아무개 정치인의 영향으로 인해 자신이 무혐의가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또 2022년 12월 4일자 일기장에는 “내가 부대를 특임대에서 특공대로 이전을 하고… 다행이도 이 일들은 어머님 아버님께서 잘 신경써주시고 제어해주셔서 이제 경찰조사 한 번만 받으면 끝날 거 같구”라고 적혀 있다. 주목되는 부분은 잘못한 것이 없으면 부대를 이전할 이유가 없다는 점과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경찰조사 한번만 받으면 끝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게 드러난 대목이다.
제보자 B 씨는 “A 씨와는 약혼한 사이였던지라 A 씨 부친 C 씨가 집에 와서 여러 차례 정치인의 이름을 거론하며 사건을 봐주고 있다고 말했다. 모친과의 통화에도 같은 말을 되풀이해 모친이 녹취한 사실이 있다”며 “집에서는 D 정치인만 말했는데 인스타그램 DM에는 E 정치인 이름까지 적혀 있다”고 말했다.
A 씨 부친 C 씨는 관련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청하는 기자에게 “말도 되지도 않는 말씀을 하신다. 법적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름이 거론된 E 정치인은 “저는 전혀 처음 듣는 소설 같은 얘기”라고 전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