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위 출석 하니 보려 북새통, 응원봉도 등장…과방위원장 개별 만남·한화오션 사장 ‘셀카’ 논란 물의
#‘하니 보자’ 북새통 국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장 앞 복도는 출입이 금지됐다. 사전에 허가를 받은 취재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참석자들만 오갈 수 있었다. 통제선 앞은 취재진, 국회 직원, 보좌진, 국정감사 참석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환노위 수석전문위원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하니를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한 국회 직원은 상사에게 근무시간에 잠깐 다녀와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왔다고 전했다.
환노위 국감이 열리는 오후 2시 30분이 다가올수록 인파는 많아졌다. 바로 옆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 참석자들도 기웃거렸다. 사람들은 까치발을 들고 스마트폰을 높이 들었다. 경호원들은 국감 참석자들의 동선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회의장 안팎에 모여든 사람들은 입가에는 미소가 번져 있었다. 한 민주당 의원 보좌진은 “참고인으로 출석했지만, 삭막한 국감장이 (하니의 존재) 자체만으로 밝아진 느낌”이라고 했다.
오후 2시 25분 하니가 등을 돌린 채 수석전문위원실에서 나왔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나왔다. 얼굴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통제선 바로 앞에 있던 한 민주당 소속 보좌진은 뉴진스 응원봉을 흔들었다. 그때 하니가 뒤를 돌아보며 미소를 보냈다. 뉴진스 팬 그룹 ‘버니즈’라고 밝힌 이 비서관은 “‘빙키봉(뉴진스 응원봉)’은 사무실에 놓고 다닌다”며 “처음에 나왔을 때는 뒷모습밖에 안 보여서 못 보는구나 싶었다. 이 빙키봉을 흔들고 있는데 (하니가) 뒤돌아봤다. 내 빙키봉을 보고 미소 지은 것 같아 힘이 났다”고 말했다.
환노위 국감이 시작된 다음에도 통제선 앞에선 하니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생중계를 보며 하니의 말 하나하나를 귀담아들었다. 여러 방송사의 환노위 국감 중계방송 실시간 댓글에는 팬들이 몰려와 응원 댓글을 달았다.
증언대에 선 하니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앞서 하니는 9월 11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 소속 매니저가 자신에게 ‘무시해’라고 발언했다고 주장했다. 하니는 “이 문제(직장 내 괴롭힘)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그 사건만이 아니었다. 데뷔 초반부터 높은 분을 많이 마주쳤다.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한 번도 안 받으셨다”고 밝혔다.
이날 증인석에는 김주영 어도어 대표도 참석했다. 김 대표는 “하니 씨의 말씀과 주장을 다 믿고 있고, 어떻게든 답답한 심정에서 (CCTV 등) 입증할 만한 자료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김 대표는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했다고 생각하지만, 하니 씨가 이런 심정을 갖고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으로 보아 제가 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되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니는 “죄송하지만, 김 대표님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충분히 하실 것들이 더 있었다. 그리고 저희를 계속 지켜주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싸울 의지도, 어떤 조치를 취할 의지도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최선을 다했다니. 그렇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질의응답 도중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하니는 호주와 베트남 복수국적을 가진 외국인이다. 호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종종 한국말에 서툰 모습을 보였다. 이날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이 “민희진 대표님과 방시혁 대표님 간에 갈등이 조금 있었잖아요”라고 묻자 하니가 “갈등? 뭐예요”라고 단어의 뜻을 되묻는 장면이 나왔다.
하니는 끝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니는 “저희(뉴진스)를 걱정해 주신 분들이 많다”며 “팬들이 이런 일을 겪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준 한국에 감사하다. 저에게 정작 미안해야 할 분들은 이런 자리를 피하시니 답답하다”고 말하며 눈가를 닦았다. 하니의 증언 시간은 약 1시간 정도 진행됐다. 질의응답이 끝나자, 하니는 수석전문위원실로 돌아가 국회 관계자들에게 인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니의 질의응답이 끝나자 환노위 국감장 앞은 다시 어수선해졌다. 회의장을 나가려는 하니의 모습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국감에 참석하기 위해 올라온 노동부 관계자는 나가는 모습이라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왔다고 귀띔했다. 옆에 있던 다른 국감 참석자는 다른 참석자에게 하니가 입장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공유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니가 경호를 받으며 나오자 다시 카메라 셔터음이 울렸다. 국회 본관 1층에는 하니를 보기 위해 인파가 운집해 있었다. 일부 취재진은 환노위 국감장에서부터 1층까지 따라붙었다. 하니를 기다리는 차량 근처에는 하니를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든 팬이 있었다. 하니는 차 안에서 팬을 향해 손 인사를 건넸다.
이날 국감을 지켜본 한 당직자는 “너무 부담스러웠지만, 하니만 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타국의 국정감사에 나와서 발언하겠다는 20살짜리 아이의 힘이 돼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팬 입장에서는 이런 정쟁에 (이미지가) 소모되지 않기를 바랐다”며 “(국감 라이브 방송을 보면서) 하이브 쪽은 이 국감을 대하는 태도가 굉장히 불량하다고 느꼈다. 국감 자체를 무시하는데 애들(뉴진스)은 얼마나 무시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하니를 배웅하지 못한 팬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들의 플래카드에는 ‘하니야 응원할게’ ‘수고했어요’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30대 남성 최 아무개 씨는 “일본 여성분께서 X(옛 트위터)에 올린 사진을 보고 왔다. 안 가면 후회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응원하려고 왔다”며 “하니가 나가는 시간을 정확 알지 못해서 (나가는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최 씨가 봤다는 사진을 올린 일본 여성은 일본 도쿄에 온 마키 씨였다. 이날 국회 본관을 찾은 마키 씨는 뉴진스에 대한 회사의 괴롭힘이 문제의 본질이고, 이 문제를 밝히기 위해 타국의 국감장에 나온 하니의 용기에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 하니를 응원하기 위해 도쿄에서 왔다고 설명했다. 일본 오사카에서 온 타케 씨는 “데뷔 때부터 팬이었다. 혼자서 이곳에 왔다는 게 대단하다”고 말했다.
#특혜·셀카 논란으로 얼룩
눈살을 찌푸리게 한 장면도 있었다. 과방위 위원장인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하니가 국회 본관에 들어오자 바로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오후 1시 57분경 최 위원장은 과방위 국감 속개 직전 환노위 수석전문위원실로 가서 하니와 개별 만남을 가졌다. 과방위 국감장은 환노위 국감장 바로 옆이다. 당시 경호원들은 최 위원장이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과방위 국감이 속개된 다음 최 위원장의 행동에 문제를 제기했다. 박 의원은 “위원장께서 뉴진스 사생팬인 것 같은데, 가서 사진 찍고 그런 것은 이해되는데, 어떻게 뉴진스가 있는 방을 따로 가서 만나고 올 수 있나”라며 “우리 상임위를 진행하는 것을 방기하고, 특권을 발동해서 만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 의원의 문제 제기 직후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이후 최 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뉴진스 사태는 방송을 소관하는 과방위와도 연관되는 사안이다. 따라서 과방위원장이 이 사안에 관심을 두는 건 당연하다”며 “최민희 위원장은 19대 국회의원 대 ‘JYJ 법’을 발의했고, 실제로 방송법을 개정했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국감 속개 시간이 다 돼 면담을 진행하지 못하고 인사만 나눈 뒤(13시 57분경) 위원장실로 복귀해 과방위 국감을 진행했다”며 “위원장석을 잠시 이석(14시 41분)한 것을 두고, 이때 하니 씨를 만나고 온 것으로 (박정훈 의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환노위 국감 도중에는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이 도마에 올랐다. 하니 앞자리에 앉아 있던 정 사장은 국감 도중 스마트폰을 들어 하니가 나오도록 ‘셀카’를 찍었다. 이를 인지한 하니도 정 사장의 스마트폰을 응시하고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들어 한화오션에서는 원청과 하청 소속 노동자 5명이 숨졌다. 정 사장이 환노위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이유다. 이 모습을 목격한 김태선 민주당 의원은 정 사장에게 하니가 나오도록 셀카를 찍었냐고 물었다. 정 사장은 “네. 하니가 굉장히 긴장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회사에서 사람이 죽어나는데 셀카를 찍어요? 웃음이 나와요?”라며 “정 사장은 중대재해에 대한 반성이 없고 태도가 불성실하다”고 지적했다. 정 사장은 “죄송하다”고 했다.
한화오션은 사과문을 냈다. 한화오션은 “국정감사에서 당사 임원의 적절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 국민, 국회 그리고 유가족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사업장의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참석한 상황에서 당사 임원의 행동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