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사업 조정, 회사채 발행하여 시설투자…분할 요구 받는 한국인삼공사 실적은 ‘아쉬움’
KT&G의 부동산 사업 재편 움직임도 눈에 띈다. KT&G는 그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개발 사업을 통해 쏠쏠한 성적을 냈다. 방경만 사장 취임 이후로는 개발 사업은 물론, 임대사업까지 줄이고 있다. KT&G의 부동산 부문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2225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328억 원으로 41.12% 줄었다. 이는 본업에 집중하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회사 전체 수익성 측면에서는 부담이 되는 결정이지만 증권가 평가는 긍정적이다. KT&G의 개혁 움직임에 점수를 주고 있는 셈이다.
다만 KT&G 자회사 한국인삼공사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행동주의펀드도 최근 이 지점을 지적하고 있다.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한국인삼공사(KGC인삼공사)를 1조 90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KT&G 이사회에 제안한 것이다. 성사 가능성은 낮더라도 KT&G의 취약한 부분을 건드렸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KT&G의 사업 재편 방향은?
KT&G는 3분기 실적이 기대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3개월 전에 KT&G 3분기 영업이익을 4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현재는 3777억 원으로 하락했다. 최근 보고서를 발간하는 증권사일수록 이익 추정치가 떨어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보다 10.1% 감소한 3656억 원, 아이엠증권은 이보다 낮은 3500억 원대 영업이익을 전망하고 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 전체 매출이 전년보다 3% 늘지만 영업이익은 유사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며 “성장이 정체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는 중장기 사업 추진방향 재검토에 따라 부동산 사업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3%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 연구원은 이어 “핵심 사업인 담배는 궐련형 전자담배(NGP) 및 해외 궐련 사업의 양호한 성과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펀더멘털 측면에서의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새로운 대표이사 체제에서 KT&G의 성장 전략이 강화될 것”이라며 “(방경만 사장은) 오랜 글로벌 사업 경력으로 글로벌 시장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KT&G 주가는 방경만 사장 취임 이후 상승했다. KT&G 주가는 지난 5월만 해도 8만 3500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1만 원 안팎까지 올랐다. KT&G가 지난 10월 10일 기록한 11만 6900원은 2018년 이후 최고가다.
다만 KT&G 자회사 한국인삼공사에 대해서는 아쉬운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인삼공사는 올해 3분기 3668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9% 감소한 수치다. 특히 내수가 5.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인삼공사는 또 올해 전체적으로 영업이익이 579억 원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인삼공사는 2019년만 해도 영업이익이 2021억 원에 달했다.
행동주의펀드 FCP는 2022년 10월 KT&G의 지배구조 개선과 한국인삼공사의 인적분할 후 기업공개(IPO·상장)를 요구했다. KT&G는 한국인삼공사 지분 100%를 갖고 있다. FCP는 KT&G에 한국인삼공사 지분 100%를 보유한 지주사 분리를 제안했다. KT&G의 건강기능 사업이 담배 사업에 가려져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으니 아예 분리하자는 취지였다. FCP의 주장은 법원이 ‘실현할 수 없는 사항’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당시에는 주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본시장 일각에서 FCP 주장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KT&G는 건강기능식품을 3대 미래 사업으로 꼽았지만 아무래도 담배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KT&G는 올해 주가 움직임이 양호함에도 건강기능식품 부진으로 FCP에 공격 빌미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줄어든 부동산 비중, 해외 시장이 채워줄까
방경만표 체질 개선에 우려하는 시선이 없지는 않다. 김응관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최근 KT&G 분석 보고서에서 “담배 사업을 중심으로 건강기능식품, 부동산 개발 등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20%를 상회하는 우수한 영업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개발이 KT&G의 주력 사업은 아니지만 사업 안정성을 더하는 요인으로 인정받아온 셈이다.
부동산 개발 사업 비중 조정은 그만큼 위험 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KT&G는 지난 8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사업 재편과 관련해 “중장기 사업 추진방향 재검토 및 사업구조 리스트럭처링(재설계)을 진행하고 있다”며 “자회사 프로젝트(지분투자 사업 등) 전면 재검토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KT&G는 최근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해외 시설투자에 쏟고 있다. 물론 KT&G가 재무 구조를 우려할 만한 회사는 아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무차입 경영을 깨고 회사채 시장을 노크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KT&G가 기대 이하의 해외 시장 성적표를 받으면 방경만 사장의 전략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나온다. KT&G는 올해 들어 10월 현재까지 6100억 원을 조달했다. 10월 8일 발행 때는 당초 2000억 원 조달을 목표로 했으나 수요예측에서 6배 넘게 몰리면서 발행 규모를 3100억 원으로 키운 바 있다.
KT&G는 지난해 11월 3조 5000억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핵심사업인 전자담배(NGP), 글로벌 궐련 담배 사업,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2조 5900억 원을 투입하고 9100억 원은 유지 보수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회사채를 발행할 때도 조달 자금을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의 궐련·NGP 신공장 건설을 위한 유형자산 취득과 시설·안전설비 구축에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T&G는 해외 시장 진출과 회사채 발행과 관련해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KT&G의 부채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42.75%에 불과하다. 또 KT&G의 지난 2분기 해외 매출액은 5328억 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KT&G 관계자는 “해외 공장이나 설비 증설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안다”며 “해외 사업은 지난 분기에서도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잘 되고 있다”고 밝혔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