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경만·임민규 추천 KT&G 소액주주 설득작업, IBK와 FCP는 손동환 단일화…KT&G “투명·공정하게 진행”

KT&G는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출할 계획이다. 집중투표란 주주총회 투표를 통해 표를 많이 얻은 순서대로 이사를 선출하는 제도다. KT&G는 집중투표를 통해 2명의 이사만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2명의 이사가 선임되는 관계로 KT&G 주주는 1주당 2표의 의결권을 가진다. 해당 2표를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것도 가능하다. 곽상욱 후보자는 감사위원이므로 집중투표 대상에서 제외된다.
KT&G 경영진은 방경만 후보자와 임민규 후보자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경만 후보자와 임민규 후보자는 각각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와 KT&G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인물이다.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와 KT&G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KT&G의 현 이사들로 구성돼 있다. KT&G 경영진의 방경만·임민규 후보자 지지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집중투표에 따라 방경만·임민규 후보자가 선임되려면 IBK기업은행이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손동환 후보자를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이겨야만 한다. KT&G는 소액주주들에게 손동환 후보자 선임 반대를 요청하고 있다. KT&G는 머로우소달리코리아를 선임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무를 맡겼다.
KT&G는 소액주주들에게 “사외이사 전문적 적합성과 이사회 다양성 제고를 위한 후보심사와 검증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주주제안 후보가 선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사회 전문성, 운영 효율성 및 합리성 저해를 야기하게 된다”며 “손동환 후보자는 곽상욱 후보자와 전문 분야가 중복된다”고 호소했다.
머로우소달리코리아와 계약에 대해 KT&G 관계자는 “수탁법인을 선임하는 다른 기업도 적지 않아 우리가 특별한 사례라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이사 선임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사외이사로 추천한 이상현 후보자는 3월 5일 사퇴했다. 이 후보자는 사퇴하면서 손동환 후보자 지지를 선언했다. 일종의 단일화를 진행한 셈이다. 이상현 후보자는 이날 “중요한 것은 주주를 위한 CC(폐쇄회로)TV 역할을 할 수 있는 진정한 사외이사가 KT&G 이사회에 합류해야 한다”며 “표 분산을 막고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뽑히도록 전력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KT&G는 지난해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KT&G는 지난해 7명의 사외이사 후보자 중 집중투표를 통해 2명을 선임할 계획이었다. 7명의 후보자 중 2명은 KT&G 이사회가 추천했고, 안다ESG일반사모투자신탁제1호와 FCP가 각각 3명, 2명을 추천했다. KT&G는 이때도 머로우소달리코리아를 수탁법인으로 선임한 후 소액주주들에게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했다. 그 결과 KT&G 이사회가 추천한 두 명의 후보자가 다득표를 얻어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FCP의 KT&G 지분율은 1% 남짓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IBK기업은행의 KT&G 지분율은 7%가 넘는다. 또 사외이사가 아닌 대표이사 선임이 걸려있는 만큼 재계의 관심도 높다. 재계에서는 IBK기업은행이 추천한 손동환 후보자에게 표를 몰아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손동환 후보자의 KT&G 이사회 진입은 KT&G 경영진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일이다. 손동환 후보자가 이사회에 진입하면 경영진에 대한 견제가 가능해진다. KT&G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은 임민규·손동환 후보자가 선출되고, 방경만 후보자가 탈락하는 것이다. 방 후보자가 낙마하면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새로운 대표를 추천해야 하고, 이에 따라 당분간 경영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행동주의펀드와 무관하게 KT&G의 장기적인 경영성과를 위해 주주제안을 했다”라며 “IBK기업은행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 및 주주들의 의견을 대변할 이사회 구성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라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은 2018년에도 백복인 KT&G 대표이사 선임을 반대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국민연금은 기권을 택했고, 백 대표도 연임에 성공했다. 외국인 주주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백 대표가 3연임에 성공한 것도 외국인 주주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현재 KT&G의 외국인 주주 비율은 40%가 넘는다.
방경만 후보자가 취임하면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방 후보자는)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정책 추진과 기업설명(IR) 활동을 주도했으며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 및 자본 정책 효율화 계획 등을 제시했다”며 “KT&G의 성장 전략과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되고 지속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변수는 사법리스크다. 공정산업경제포럼 등 6개 시민단체는 지난 2월 KT&G 이사진을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KT&G 경영진과 사외이사가 외유성 호화 출장을 다녀왔다는 이유에서다. 수서경찰서는 최근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방경만 후보자도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KT&G는 이에 대해 “해외 사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제고는 의사결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사외이사에게 규정에 따라 관련 업무 수행을 지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