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 출신 프리미엄, 배당 확대로 주주 설득…연임 시도 시 소유 분산 기업 정부 압박 변수
#백복인 KT&G 대표의 어제와 오늘
백복인 대표는 2015년 10월 KT&G 대표로 선임됐다. 백 대표는 이후 두 차례 연임에 성공하며 역대 최장수 KT&G 대표가 됐다. 백 대표의 임기는 2024년 초 정기 주주총회까지다. 백복인 대표는 탄탄한 실적과 체질 개선 덕에 장기 집권이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담배와 인삼은 내수 산업이라는 선입견을 딛고 동남아시아, 러시아, 중동 등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KT&G는 2020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 매출 5조 원 시대를 열었다.
KT&G는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로 개창한 전자담배 시대에도 기민하게 대응했다. KT&G는 아이코스 국내 출시에 발맞춰 전자 담배 ‘릴’을 출시했다. 릴은 탄탄한 마니아층을 구축해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KT&G 내외부에서는 백복인 대표의 진정한 능력이 ‘정치력’이라고 평가한다. 백 대표는 첫 KT&G 공채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KT&G는 정권 교체 때마다 낙하산 논란에 시달리는 만큼 백 대표의 내부 지지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백 대표 치하에서 KT&G는 공채 순혈주의가 더욱 강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백 대표가 내부단속에 많은 신경을 써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비록 연임에 실패했지만 구현모 KT 대표 또한 첫 공채 출신 대표로 사내 지지도가 높았고, KT&G를 장기간 이끌고 있는 백복인 대표의 사내 영향력은 당연히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백복인 대표 장기 집권의 또 다른 키는 KT&G가 소유 분산 기업이라는 데에 있다. 일반적으로 소유 분산 기업은 국민연금을 대표로 한 정부 입김과 수많은 주주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장기 집권이 어렵다고 평가된다. 백 대표는 이런 상황을 역으로 이용했다. 배당을 대폭 늘려 외국인 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KT&G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현재 42.8% 달한다. 국민연금(지분율 7.08%)과 IBK기업은행(6.93%) 등 국내 기관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KT&G의 현금 배당성향은 백복인 대표가 취임한 2015년 41.4%에서 지난해 57.8%로 지속 상승 추세다. 같은 기간 주당 배당금은 3400원에서 5000원으로 늘었다. KT&G는 조만간 향후 3년간의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KT&G는 자사주 매입에 이은 소각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T&G의 현재 자사주 비중은 약 15% 수준이다.
#4연임 가능할까
백복인 대표의 3연임 과정이 무탈했던 것만은 아니다. 백 대표가 2018년 처음 연임할 때는 IBK기업은행이 반대했다. 또 올해 초에는 행동주의 펀드가 백 대표 정책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하지만 주주총회의 승자는 항상 백 대표였다. 배당 강화 등 주주환원정책으로 기존 주주의 마음을 붙잡아 몇 차례의 파고를 넘은 것이다.
그러나 백복인 대표의 4연임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백 대표의 연임은 내년 초 주주총회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KT의 사례를 살펴보면 국민연금의 반대 가능성이 점쳐진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사실 여권이 KT를 겨냥하고 꺼낸 셀프연임과 이사회 참호 구축 등의 문제는 KT&G가 더욱 심하다”며 “연초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에 국민연금이 KT&G안을 지지했지만, 이는 백 대표에 대한 지지가 아닌 대표 교체기에 행동주의 펀드가 아닌 자신들이 원하는 인물을 내세우겠다는 뜻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복인 대표의 경영 성과도 최근 들어서는 애매하다는 평이 따른다. 백 대표 취임 당시인 2015년 KT&G 매출은 4조 1340억 원, 영업이익은 1조 3663억 원이었다. KT&G의 지난해 매출은 5조 8514억 원으로 여전히 상승세지만 영업이익은 1조 2676억 원으로 줄었다. 증권가는 KT&G가 올해 6조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는 반면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몸집은 커졌지만 수익성은 도리어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글로벌 물가와 담배 원료값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T&G의 부동산 개발 사업도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 KT&G는 수원개발사업을 통해 2019년부터 연간 3500억~5800억 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올해부터는 사업이 종료 단계다.
KT&G 주가는 최근 하락세에 있다. KT&G 주가는 지난해 12월만 해도 10만 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들어 꾸준히 하락해 현재는 8만 원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백복인 대표의 공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수익성 우려 등으로 인해 주가 부양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는 셈이다. 주가가 신통치 못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지세가 흔들릴 수도 있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백 대표는 1965년생으로 아직 젊은 편이어서 4연임에 성공한다 해도 ‘낡았다’는 지적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연임 여부를 판가름하는 해에 실적 악화가 예상되고 정권 압박이 거세 섣불리 4연임을 단정하기는 힘들다”고 전망했다.
KT&G 관계자는 백 대표의 연임과 관련해 “현 대표의 임기는 내년 주주총회까지이며, 현재 연임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