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처벌법·아청법’ 피의자 감청 법안 발의…수사기관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우려도 제기
지난 14일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등 10명은 통신제한조치의 허가 대상 범죄에 디지털 성폭력 범죄들을 추가하는 내용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요건)에 따르면 형법·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마약류관리법·총포화약법 등의 법률이 규정한 범죄 중 일부 범죄에 대해 수사기관이 감청을 할 수 있다.
해당 개정안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유포·소지죄 등을 명시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제11조, 성착취 목적 대화죄를 명시한 아청법 제15조의2, 불법촬영 범죄와 딥페이크 성착취물 유포죄를 명시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4조,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를 추가로 감청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앞서 9월 20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 역시 딥페이크 범죄물 수사를 위한 통신제한 조치 허가 요건에 성폭력처벌법과 아청법에 규정된 모든 범죄를 추가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여야가 발의한 두 법안의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아 디지털 성범죄 수사를 위한 감청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지털 성범죄 수사를 위한 감청을 합법화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불법·허위영상물이 올라오는 서버나 해당 영상물 제작·유통 혐의 등 성범죄 피의자의 인터넷 회선 등 모든 통신을 감청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감청이 특정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에 민간인 사찰 논란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온라인에서는 감청 합법화 법안을 둘러싼 누리꾼들의 찬반 대립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는 정청래 의원 등 10인이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7만 건이 넘는 의견이 게시됐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피해자는 더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 딥페이크 범죄의 심각성을 깨우치고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기존에도 사기 등의 범죄에 관해 감청을 할 수 있었던 권리를 담은 법률에 딥페이크 등의 성범죄와 관련된 조건 하나만 덧붙여졌을 뿐”이라면서 딥페이크 성착취 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강조했다.
반면, 반대 입장에서는 “딥페이크를 근절한다는 그럴 듯한 명분으로 (국민들을) 무분별하게 감청하는 악법” “(권력의) 입맛에 맞게 국민을 감시 및 도청할 수 있도록 위헌적인 소지가 있는 법안”이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통신감청의 확대가 가져다줄 공익보다 인권침해 요소가 더 크다고 본다.
수사기관은 인권 침해를 막을 기본적인 안전장치가 갖춰져 있다는 입장이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14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통신비밀을 보장할 안전장치는 갖춰져 있다”면서 “입법을 통해 추가로 보완하면 되는데, 그것 때문에 (입법을) 논의하지 않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딥페이크 범죄물 등 관련 범죄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허위 영상물 범죄 관련 건수는 2021년 156건에서 2022년 160건, 지난해 180건에서 올해는 7월 기준 총 297건으로 증가했다.
지난 9월 26일에는 딥페이크를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를 강화하는 내용의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앞으로는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청하거나 소지만 해도 처벌을 받게 된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