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LG전자도 계열사 IPO 추진 중…HMI 상장 후에도 높은 가치 인정받을지 관건
HMI가 지난 10월 14일부터 17일까지 진행한 투자자 청약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면서 공모가는 희망가격대 상단인 1주당 1960루피(1루피 17원 환율 적용 시 3만 3320원)가 유력해졌다. 전량 구주매출이어서 약 4조 5000억 원의 공모대금은 모두 현대차가 갖게 된다. 인도 증시 역사상 최대인 만큼 오일머니, 국부펀드, 연기금 등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HMI는 지난해 매출 9조 2300억 원, 순이익 7110억 원을 기록했다. 현대차(개별재무제표 기준)의 매출 78조 원, 순이익 7조 3430억 원 대비 10분의 1도 안 되는 규모다. 하지만 이번 공모가 기준 HMI의 기업가치는 26조 원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현대차의 절반에 달한다. 인도의 증시 밸류에이션(주당순이익 대비 주가 배수)이 23배로 뉴욕 증시(21배)보다 높은 덕분이다. HMI 공모가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6배로 현대차의 5배가 넘는다.
시장의 관심은 다른 한국 기업들도 인도 현지에서 HMI만큼 성공적인 자금조달이 가능할지 여부로 쏠리고 있다. CJ대한통운도 인도 현지 계열사 CJ다슬의 기업공개(IPO·상장)를 추진 중이다. 올해 3월 증권당국의 승인을 받았고 연내 상장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도 내년 초를 목표로 상장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인도법인(LGEIL)은 지난해 매출 3조 3008억 원, 순이익 2313억 원을 기록했다. PER 22배만 인정받아도 기업가치는 5조 원이 된다. 지난해(개별재무제표 기준) 매출 29조 원 순이익 1조 원인 국내 증시의 LG전자 시가총액은 현재 16조 원이다.
관건은 HMI 주가가 상장 후에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지다. 10월 들어 보름 사이 인도 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만 81억 달러를 넘는다. 그럼에도 니프티(Nifty)50 지수는 개인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9월 고점 대비 5% 하락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타타그룹, 릴라이언스그룹 등 인도 간판 대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어두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높은 PER 값은 미래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된다. 이익증가세가 둔화되면 높은 PER 값을 부여하기 어렵게 된다.
이는 대기업 비중이 큰 인도의 경제성장률 전망에서도 나타난다. 인도는 2023년 8.2% 성장했지만 올해는 7%대 성장률이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 경제의 성장률이 내년에는 6.5%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년 전 3조 4000억 원을 공모하며 HMI 이전까지 인도 최대 상장 기록을 세운 인도보험공사(LIC) 주가는 그간의 증시 활황에도 불구하고 현재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인도 최대 자동차 기업인 스즈키마루티의 PER은 26배로 2위인 HMI 공모가와 같다. HMI에 시장점유율에서 근소하게 뒤지는 3위인 타타자동차의 PER은 10.2배로 차이가 크다. HMI의 차종이 타타보다는 고부가 차종이지만 점유율 차이가 상당한 스즈키마루티와 같은 가치를 계속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스즈키마루티의 매출액은 HMI의 2배가 넘고 순이익률도 HMI(7.7%)보다 높은 10%를 넘어선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