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림석산에 크러셔장 옥내설치 이행명령 내린다더니 말 바꿔…김해시 “낙동강환경청과 이미 협의된 사항”
본보는 여러 차례 봉림석산이 일으킨 비산먼지가 지역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보도했다. 당초 봉림석산이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세륜장 설치 및 크러셔(분쇄시설)장 옥내설치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지적했으나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법에는 그 세부규정에 비산먼지 방지시설을 갖추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김해시는 본보의 관련 보도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옥내에 크러셔장을, 8월 말까지 세륜시설을 각각 설치하기로 했다. 이후 시는 관할 환경당국인 낙동강유역환경청에 10월 15일까지 설치하겠다는 연장신청을 했다.
10월 15일 이후 이행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다시 찾았으나 형식적인 이행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세륜시설은 사업구역 입구에 수조식·자동세륜기를 설치해야 하나, 설계 외 구역에 설치해 덤프트럭이 사용하지 못했다.
크러셔 옥내설치는 봉림석산이 허가될 때부터 반드시 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분쇄시설이 암석을 분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가 인간의 기대수명을 1.8배나 단축할 정도로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까닭에서다.
특히 김해시는 크러셔 옥내설치가 이행되지 않은 점에 대해 묻자 “크러셔장 옥내설치는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협의에 따라 안 해도 된다”고 답변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크러셔장 옥내설치에 관해 해명을 요청했을 때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는데, 김해시가 2000년경 옥내설치를 안 해도 된다고 협의했었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김해시 답변의 신빙성에 의문이 드는 이유는 낙동강유역환경청과 이미 협의된 사안이라면 이행명령 시에 6월 말까지 완료하겠다는 답변을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해시는 옥외설치 협의가 있었다는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게다가 김해시가 봉림석산을 대상으로 2023년 6월 1일부터 2024년 5월 31일까지 실시한 사후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보면 “사업지역에 설치해 운영 중인 크러셔장은 비산먼지 발생시설에 덮개를 설치하라”는 낙동강유역환경청과의 협의 내용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덮개를 설치하라’는 것은 지금 옥내설치가 안 된 상태이니, 옥내설치에 준하는 수준으로 시설을 갖추라는 얘기로 풀이된다.
이를 보더라도 낙동강유역환경청과 옥외설치를 협의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희박해 보인다. 김해시가 불법행위를 일삼는 봉림석산에 형사고발보다는 이른바 ‘봐주기’를 선택했다는 지적에 무게감이 쏠리는 대목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세륜시설 1개소에서 3개소로 추가설치 완료했다. 크러셔장은 2000년과 2004년경에 옥외설치로 변경됐다”고 입장을 고수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이행명령을 잘 지켰는지 확인한 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공사중지 명령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