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4세 구직자에게 일자리 사전 경험 기회 제공…정규직 채용 이어지도록 기업 선별·평가도
구직급여가 종료되고 수입이 없어진 A 씨는 경력과 무관하게 일자리를 찾았다. 소규모 제조업 공장, 영업직 면접도 봤다. 하지만 A 씨를 부르는 곳은 없었다. 기업들은 같은 임금이라면 청년을 선호했다.
출산율 감소, 급격한 노령화로 한국의 경제활동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40~60대 중장년층의 재취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KDI 한국개발연구원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고용 시장에서 중장년층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노동 수요는 매우 부족하다. 게다가 현실은 보고서가 지적한 정규직 노동 수요뿐 아니라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 수요마저도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일자리 애플리케이션 벼룩시장이 2021년 11월 중장년 퇴직자 114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재취업까지 평균 13.8개월이 소요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입사 지원 횟수는 평균 7.5회였다. 특히 40대의 경우 재취업 기간이 평균 12개월, 50대는 13.6개월, 60대의 경우는 19.1개월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취업에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재취업 근로자의 평균 근로소득 역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낮아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8월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845만 9000명으로 임금근로자 중 38.2%를 차지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비중이다. 특히 60대 이상에서 비정규직이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통계청 ‘경제활동 인구조사’에서도 40대 이후부터 근속 기간이 감소했고 단기, 계약직 일자리로의 재취업이 늘었다. 한국경제인협회 중장년내일센터의 ‘2023년 중장년 구직활동 실태조사’에서도 중장년의 재취업은 고용형태가 불안정하고 임금 수준은 하락하고 있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모두 중장년 재취업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지표다. 양질의 일자리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일자리마저도 얻기 힘든 게 중장년 취업 시장의 현실이다. 문제는 사회안전망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중장년층의 실직은 그가 속한 가정의 위기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실직하더라도 다시 취업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중장년층은 나이라는 벽 외에도 취업 활동을 위한 정보 취득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장년 구직자들은 공통으로 다양한 기업에 대한 정보, 자기 경력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 고연령대로 갈수록 기업에 급여, 근무 조건 등을 직접 묻는 것에도 부담을 가졌다.
중장년층의 재취업을 돕기 위해 경기도는 ‘이음 일자리 사업’을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음 일자리 사업은 만 40세~만 64세의 중장년 구직자에게 취업 희망 일자리의 사전 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채용을 원하는 사용자와 구직을 원하는 중장년층을 매칭하고 3개월의 인턴 근무를 진행한다. 사업주에게는 이 기간 1개월에 120만 원씩 총 360만 원의 채용 지원금(인건비)을 지원한다.
채용 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건 다른 고용 촉진책과 비슷하지만 경기도는 단순히 3개월 인턴을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규직 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업을 세심하게 선별하고 평가한다. 사업의 궁극적 목표를 정규직 전환, 즉 중장년층의 안정된 고용에 두고 있다.
올해 사업은 9월에 이미 목표를 달성했다. 일자리 700개를 목표로 뒀지만 9월 30일 기준 744명의 채용이 확정됐다. 이음 일자리 사업에 대한 중장년층의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는 결과다.
경기도 이음 일자리를 통해 취업한 60대 취업자는 10월 21일 “개인이 취업하려면 기업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데 경기도일자리재단에서 알아봐주는 게 좋았다. 면접 보러 갈 때도 소개를 통해 가니 마음이 편하고 특히 급여가 얼마인지 확실히 알고 가는 것도 장점이다”라고 했다.
40대 취업자는 “전 직장과 급여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40대가 넘어가면 취업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음 일자리를 통해 취업하게 돼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해 구직자들의 선택지가 많아졌으면 한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이음 일자리를 통해 새 일자리를 얻은 취업자들은 “나이가 나이인지라 취업이 쉽지 않았는데 이음 일자리가 취업에 도움이 된 건 확실하다”고 전했다.
경기도는 한발 더 나가 온라인 특강 ‘이음 아카데미’도 진행하고 있다. 베이비부머(중장년) 노동자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다. 이음 일자리 사업을 수행하는 경기도일자리재단(대표이사 윤덕룡) 서부광역사업팀에 따르면 1차 이음 아카데미에서만 369명이 참여해 노동법과 노동자의 정당한 대우에 대한 강의를 수강했다. 저녁 시간, ZOOM으로 진행하는 강의임에도 중장년층의 반응은 뜨겁다. 재취업에 대한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경기도는 내년 예산을 증액해 9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2023년 250개, 2024년 700개보다 늘어난 수치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은 “일 경험을 통한 중장년 재취업 활성화와 중장년을 위한 교육, 그리고 참여 기업의 구인난 해소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 이음 일자리 사업의 핵심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음 일자리 사업은 경기도 ‘베이비부머기회과’가 주관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022년 조직 개편을 통해 전국 최초로 베이비부머기회과를 만들었다. 김 지사는 당시 “베이비부머과는 지원 체계에서 소외됐던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한 부서”라면서 중장년층을 강하게 뒷받침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바 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