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0.62g’ 압수물 증거 인정한 원심 파기환송…“참여능력 갖추지 못할 경우 피의자 방어권 침해”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8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대마)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
A 씨는 2019년 5월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자신의 주거지 안 금고에 대마 약 0.62g을 보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수사기관은 A 씨의 20대 딸 B 씨의 필로폰 투약 혐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주거지를 수색하던 중이었다. 같은 집 안방에서 A 씨의 금고를 발견한 수사기관은 대마와 스포이드, 깔때기 등 마약 관련 증거물을 압수했다.
문제는 A 씨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B 씨만을 참여시킨 상태였다는 점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주거지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때는 주거주, 간수자 또는 이에 준하는 사람, 이웃, 지방공공단체의 직원이 참여해야 한다. 1·2심 재판부는 B 씨를 ‘주거주에 준하는 사람’으로 보고 압수수색 과정이 적법한 절차였다고 판단해, 쟁점 공소사실 부분인 대마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B 씨가 받은 정신 장애 진단 등을 근거로 B 씨에게 실질적인 압수수색 ‘참여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압수수색 참여자가 참여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 “주거주 등이나 이웃 등의 참여 없이 압수수색 절차가 이뤄진 것과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B 씨는 2016년 1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정신질환 관련 증세로 약 13회 입원 치료를 받았다. 아울러 의료기관에서 “주의나 처치가 필요한 심각한 행동의 장애가 있는 경도 정신지체, 상세불명의 양극성 정동장애”라고 진단받았다. 이밖에도 B 씨는 2017년 ‘지능 57, 사회성숙연령 11세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아 성년후견개시심판을 받은 적이 있다.
대법원은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참여하는 이는 최소한 압수수색 절차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참여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 영장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법·부당한 처분이나 행위로부터 당사자를 보호하는 등의 헌법적 요청을 실효적으로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B 씨가 압수수색 당시 참여능력이 없거나 부족했다고 볼 여지가 있고, 수사기관도 B 씨의 정신과 치료 내역 등으로 사전에 이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면서 “참여능력을 갖춘 이웃 등을 참여시키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B 씨만을 참여시킨 압수수색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