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 “건강권 우선” vs 한전 “안전성 검증”…시의회 “업무협약서 공개하라”
이번 논란은 동서울변전소의 기존 설비를 옥내화하고, 500KV급 초고압직류송전(HVDC)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려는 한전의 국가 전력망 핵심 사업계획이 하남시로부터 인허가 불허 처분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하남시는 지난 8월 한전이 요청한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 사업 인허가를 공식적으로 불허했다. 시는 해당 사업지가 대규모 주거단지와 교육시설이 인접해 전자파 유해성과 환경적인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다.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으며, 증설사업이 도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현재 하남시장은 "주민분들의 우려 사항에 대하여 관계 법령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남시는 불허 결정을 통해 주민 건강권과 환경권을 우선시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반면, 한전은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사업이 수도권 전력 공급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 국책 사업이라는 입장이다. 한전은 법적 절차를 준수하며 사업을 추진해 왔고, 변전소 옥내화를 통해 소음과 미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전은 하남시의 불허 사유에 대해 반박하며, 이번 사업과 유사한 설비에 대한 전자파 측정을 통해 안정성이 이미 검증했다고 밝혔다.
한전은 전자파 측정결과 동서울변전소의 전자파는 편의점 냉장고보다 낮은 수준으로 옥내화할 경우 지금보다도 약 55~60% 감소한다고 했다. 주민 수용성이 부족하다는 불허 사유에 대해서도, 의무는 아니지만 주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 차례 사업설명회를 열었다고 반박했다. 하남시의 인허가 불허 결정이 수도권 전력공급의 차질은 물론, '동해안-수도권 HVDC 사업'의 지연과 AI와 데이터센터 같은 첨단산업 전력 수급에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전은 지난 9월 12일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에 하남시의 불허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하남시는 한전의 주장을 반박하는 1차 답변서를 경기도에 제출한 데 이어, 김&장 법률사무소를 행정심판 대리인으로 선임해 비대위 자료와 하남시의회 행정사무특별조사 결과보고서를 반영한 추가 답변서를 10월 28일 제출했다. 이현재 하남시장은 "김&장 법률사무소와 관계 부서가 협력하여 행정심판이 기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하남시의회는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 사업'이 애초에 투명한 행정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시의회는 지난 7월부터 3개월간 진행된 동서울변전소 사업 관련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를 진행했다. 하남시와 한전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고, 정보 공개 과정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전력과 하남시가 체결한 업무협약서의 비공개 문제에 대해 전형적인 밀실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하남시의회 강성삼 의원은 10월 24일 업무협약서 공개를 요구하며 경기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강 의원은 "수많은 판례와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하남시가 업무협약서 비공개를 고집하는 것은 치부를 감추기 위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박선미 의원도 하남시와 한전이 주민 건강을 고려하지 않고 대규모 전력 설비 증설을 일방적으로 추진한 점을 비판하며, 한전의 불허 결정 취소 행정심판과 관련해 경기도가 시민 피해를 막기 위해 적극 중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경기도는 한전과 하남시의회의 행정심판 청구에 따라, 하남시의 불허 결정의 적법성뿐만 아니라 두 기관 간 업무협약서의 공개 여부도 판단하게 된다. 경기도의 결정이 단순히 인허가 문제를 넘어,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대규모 사업의 투명성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행정심판은 단심제로 이의 신청이 불가하며, 결정은 통상적으로 심판 청구일로부터 약 60일에서 90일 내에 내려진다.
김영식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