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날선 공방 벌여…법원장들 상대론 ‘하소연 분위기’ 연출해 눈길
10월 22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국감) 총평을 묻자 법원 관계자가 내놓은 답변이다. 실제로 22일 국감에서는 서울고등법원과 산하 지방법원의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되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을 두고 여야가 서로 날선 공방을 벌였다. 특히 여야 의원들 모두 법원장들을 상대로 이 대표의 재판에 대해 ‘동의’를 구하는 게 눈에 띄었다. 자리에 참석한 법원 관계자가 ‘하소연하는 자리 같았다’고 얘기할 정도였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며 각 법원장에게 신속한 재판을, 민주당은 재판부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재배당을 법원에 요청했다.
#11월 선고 두 건 앞둔 이재명 대표 놓고 여야 설전
검찰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재판에서 이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위증교사 혐의 재판에서는 이 대표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한 상태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는 11월 15일, 위증교사 혐의 선고는 11월 25일로 예정돼 있다.
여야 모두 이를 의식한 듯, 서울중앙지법과 수원지법을 관할하는 서울고등법원 산하 법원 국감에서 관련 질의를 쏟아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11월 예정된 이 대표의 두 사건 1심 재판을 언급하며 “엄중한 판결을 앞두고 우리 사회에 여러 안 좋은 분위기가 있다. 계엄설이 야당 대표 입에서 나올 정도”라며 “수사 중인 검사를 탄핵하거나 특검법이 난무하면서 국민들도 헷갈릴 지경인데 재판을 질질 끌면 안 된다. 신속하고 엄정한 판결로 민심을 바로 잡고 사법 정의를 세워야 한다”고 요청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도 “재판이 지연되면서 야당에서는 ‘법 왜곡죄’ 등을 발의하며 수사 기관을 압박하고 있다. 주요 정치인의 재판일수록 보다 신속하게 마무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의 과잉 수사 등을 지적하며, 재판부가 이 대표의 재판을 공정하지 않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한 이 대표의 재판부 재배당 신청을 수원지법이 거부한 것을 지적하며 ‘공정한 재판 보장’을 요구한 것이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영장 사유도 안 됐는데 자꾸 해달라고 (검찰이) 떼를 썼다”며 “여러 가지 조작 증거라든지, 사실 증거로 채택하기 어려운 것들을 제시했다”고 지적했고,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대표 재판을 맡은) 신진욱 판사는 이화영 전 부지사 재판에서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이 이재명 대표의 방북을 위한 비용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며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심증과 예단을 가지고 재판에 임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 이화영 전 부지사 재판에서 유죄를 판결을 내린 재판부가 사건 사실관계가 비슷한 이 대표 사건을 다루는 건 무죄 추정 원칙에 반하는 데다, 심증을 이미 정한 재판이기에 사건을 재배당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여야의 질의에 법원장들은 원칙론적인 답변으로 맞섰다. 다음 달 두 사건(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선고가 예정된 상황에 대해 김정중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담당 재판부가 권력이나 여론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선거 법리에 따라 공정하게 판단할 것”이라며 “사건 당사자나 이해관계인, 국민께서 법원의 역할을 믿고 존중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또, 대북송금 사건 재판에 대해 김세윤 수원지방법원장은 “이 전 부지사와 이 대표의 대북송금 사건은 별개”라며 “법관 교체 사유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수원지방법원의 경우 형사 합의재판부가 두 곳에 불과한데,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이 같은 부분을 언급하며 법원의 배당이 문제가 없음을 덧붙이기도 했다.
#공개 재판 찬반 토론에 ‘재판정 같았다’
법원에서 “유례없는 소프트한 국감”이라는 평과 함께, ‘재판정 같았다’는 평이 나오는 지점이다.
특히 여당에서 이 대표의 1심 재판 생중계를 제안한 케이스가 대표적이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을 공개한 선례가 있다. 이재명 대표의 재판은 공공의 이익과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생중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요구했고, 이에 야당에서는 “전직 대통령들의 재판은 국정농단과 부정부패 사건이었기에 공개 재판이 이루어진 것이며, 이재명 대표는 정치 탄압의 희생자”라며 “생중계는 옳지 못하다”고 맞섰다.
국감에 참석했던 한 법원 관계자는 “마치 검찰 측 입장을 대변해 하소연을 하는 게 국민의힘이었다면, 피고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변호사 같았던 게 민주당이었다”며 “몇몇 장면에서는 재판정 안에 있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의 발언도 법원 내에서 회자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이 “징역도 살면서 실전 경험을 했다. 우리(국회의원)는 언제 잡혀갈지 모르는 운명이기에 장래 고객이고 김승원 의원처럼 여러분(판사)들이 미래에 여기 앉게 될 수도 있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또, ‘김건희 여사가 향후 기소되게 되면 잘 부탁드린다’는 취지로 얘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선고 직후 여야 비판 불가피해 걱정”
법원은 이제 이재명 대표 선고 이후 여야의 비판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 역대급으로 법원에 대한 비판이 적었던 데 반해, 선고 이후 판사와 법원을 향해 여야가 감정적인 비판을 할 것이라는 우려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원래 선고 전까지 검찰이나 피고인 모두 불만을 표시하지 않지만 선고 결과가 맘에 들지 않으면 재판부를 비판하는 게 보통의 경우”라며 “유죄가 나오면 민주당이, 무죄가 나오거나 양형이 적으면 국민의힘이 법원 결정을 비판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