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마음 고문…이젠 ‘소풍’ 즐기고 싶다
▲ 연합뉴스 |
원조교제 사건으로 오랜 기간 연예계를 떠나 있던 이경영이 한 편 두 편 영화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해 점차 스크린에서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또한 원조교제 사건에 대한 심경을 털어놔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남영동 1985>를 통해 관객들을 만나게 된 이경영을 만았다.
이경영은 <남영동 1985>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했다. 몇 년 동안 영화에 출연하면서도 대중 앞에 나서는 일에는 조심스러워했던 그였지만 <남영동 1985> 개봉에 맞춰 매체와의 인터뷰까지 소화하고 있다. 결심이 없다면 어려운 선택이다.
“오랫동안 미디어가 두려웠다”는 이경영을 만났다. 인터뷰 자리에 나서기까지 곁에서 그를 응원하고 격려한 사람은 <남영동 1985>을 연출한 정지영 감독이다. 이경영은 “<남영동 1985>가 좋은 계기가 됐고 정지영 감독께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영동 1985>을 찍기 직전 정지영 감독으로부터 받은 이메일의 내용을 꺼냈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이었다. 다른 영화 <베를린>에 먼저 캐스팅돼 독일로 출국해야 했을 때 정지영 감독님이 보낸 이메일을 받았다. <남영동 1985>를 해야 하는 이유가 써 있었다. 영화와 마주하고, 정면을 응시하라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영화에 참여해 개봉까지 이룬 지금, 이경영은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함께 출연한 박원상 혼자 영화를 알리는 인터뷰를 소화하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원상에게도, 영화에도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다. 자신을 둘러싼 시선이 조금 유연해진 듯한 분위기도 느껴졌다.
“한때 미디어가 두려웠던 적이 있었다. 개인사에 모든 초점이 맞춰지면서 뜻하지 않은 오해가 양산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미니홈피에 쓴 글이 마치 나와 인터뷰를 나눈 것처럼 보도될 때도 있었다.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제는 앞으로 쭉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 영화 <부러진 화살>(왼쪽)과 <26년>의 한 장면. |
“글을 보고 김수현 작가님께 전화를 걸어 ‘제발 저를 온라인 검색어에 오르게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하하! 물론 김 작가님도 안타까운 마음에 쓴 글이겠지. 작가님께는 ‘이제 나에게 맡겨 달라’고 말했다. 혹시 내가 드라마 복귀를 원해서 김 작가님에게 부탁한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으니까…. 그건 아니었다. 작가님도 이해해줬다.”
이경영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공교롭게도 김수현 작가와 통화를 할 즈음 이경영은 10년 전 사건의 당사자로부터 사과 메시지를 받았다. 미니홈피 쪽지를 통해서 전달된 메시지였다.
“미안하다는 얘기였다. 긴말은 하지 않았다. 그때 내 불찰도 있었고 잘못된 시간이었다. 용서? 화해? 그런 건 아니지만. 늦게라도 자신의 잘못을 나에게 솔직히 얘기해 준거니까. 받아들였다. 긴 시간 동안 영화에, 가족에게, 그리고 친한 (김)민종이에게 많이 미안했다. 죄로 받겠다는 마음이 있다.”
이경영은 이혼의 아픔도 겪었다. 헤어질 때 다섯 살이던 아들은 어느덧 고생학생이 됐을 나이. 하지만 이경영은 10년 넘도록 아들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있다. 가족을 둘러싼 구체적인 사연은 꺼내지 않았다. 대신 이경영은 <남영동 1985>에 함께 출연한 배우 박원상이 “중학생인 아들과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말을 할 때마다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고 했다.
“참…. (박)원상이는 남의 속도 모르고(웃음). 아들을 생각할 때 가장 큰 건 ‘그립다’는 것이지. 내가 더 잘살아가는 게 아들을 빨리 볼 수 있는 길 아닐까. 다섯 살 때 보고 여태 보지 못했다. 나의 다섯 살 때를 생각하면 기억이 나는 것도, 나지 않는 것도 있다. 아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 10월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남영동 1985>가 처음 공개 됐을 때 고문기술자 역할을 맡은 이경영에 대한 평가는 뜨거웠다. |
영화는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민주화운동을 하던 시기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 22일 동안 당한 잔혹한 고문의 기록을 시간별로 담았다. 잔인할 정도로 여러 고문의 방식과 그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는 ‘최대한 사실과 같게 그리고 싶었다’는 정지영 감독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벌어진 사건을 영화로 옮기면서 이경영은 실존 인물인 고문기술자 이근안을 빗댄 인물 이두한을 연기했다. 온화한 얼굴로 휘파람을 불며 고문을 가하는 인물이다. 이경영은 “시나리오로 시작해 시나리오로 끝내자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촬영 과정을 돌이켰다.
“자칫 그 인물(이근안)에게 연민이 생길까봐 일부러 관련 자료조차 찾아보지 않았다. 촬영 전 감독님이 당시 자료를 많이 준비해뒀었지만 혹시 연기하는 데 이물질이 들어 갈까봐…. 순수한 상태로 연기하고 싶었다. 그 사람 역시 권력의 하수인일 뿐이라는 생각, 혹시 ‘안쓰럽다’는 마음이 생기는 걸 우려했다.”
이경영은 1992년 영화 <하얀 전쟁> 때 정지영 감독을 처음 만나 올해 초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 1985>까지 다섯 편의 영화를 함께 작업했다. 정 감독이 부르면 그는 “언제나 ‘네’라고 대답하고 달려간다”고 했다. 두 사람 사이에 쌓인 두터운 신뢰는 함께하는 작품에 고스란히 담기고 있다.
이경영은 <남영동 1985>를 통해 배우로 다시 조명받을 가능성을 높였다. 10월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가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이경영을 둘러싼 평가는 뜨거웠다. ‘10년의 잠행에도 녹슬지 않는 빛을 낸다’는 의견도 나왔다. <남영동 1985>에서 이경영은 특유의 무겁고도 차가운 연기로 스크린을 채우며 이야기를 압도한다. 이경영은 영화가 처음 관객에게 소개된 날을 돌이키며 “죄스러운 마음에 눈물만 흘렸다”고 했다. 비록 연기였지만 지금도 이두한으로부터 받은 고문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떠올라서였다.
앞으로 이경영은 더 많은 작품에서 활발한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이미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앞둔 영화가 두 편. 촬영이 예정된 영화 또한 두 편이다.
먼저 29일 개봉하는 <26년>을 통해서도 관객을 만난다. 1980년 일어난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이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을 처단하는 이야기에서 이경영은 암살 작전을 주도하는 재벌 회장 역을 맡고 묵직한 카리스마를 드러낸다. “<남영동 1985>가 온전히 사실에 근거했다면 <26년>은 영화적인 상상을 가미한 작품”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내년 초에는 하정우 전지현 등과 호흡을 맞춘 제작비 100억 원대 블록버스터 <베를린>이 개봉한다. 독일 주재 북한대사 역할. 남북한이 벌이는 냉정한 첩보전을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인간애 강한 인물이다.
용산 참사를 그린 <소수 의견>, 내년 제작될 영화 가운데 충무로 기대작으로 꼽히는 액션 사극 <군도>의 출연도 확정했다. 이경영은 <베를린>에서 만난 하정우와 <군도>에서 다시 만난다. “요즘 하정우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있다”는 이경영은 “서로 좋은 에너지로 도움을 주고 있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지금 이경영은 ‘소풍’을 즐기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원조교제 연예인 그후
충무로서 명품 조단역 열연
최근 <남영동1985>로 배우 이경영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10여 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중견 연예인의 미성년자 성매매 사건이 다시금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던 중견 배우의 원조교제 혐의는 당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2002년 이경영은 17세 여고생에게 돈을 주고 세 차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구속됐다. 이경영은 상대가 성인이라 생각하고 성관계를 가졌으나 청소년인 사실을 안 뒤부터는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결국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하지 못할 정도로 강한 낙인이 찍혔다.
이경영 사건과 함께 언급되는 배우가 바로 송영창이다. 비슷한 시기와 인지도 있던 중견배우의 원조교제 사건이라는 공통점 때문. 2000년 송영창은 전화사서함 서비스를 통해 알게 된 16세 미성년자와 두 차례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경찰에서 원조교제 사실을 시인했고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죄 등을 적용,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며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다.
이 사건으로 이경영과 송영창은 10년 넘게 지상파에서 출연 정지를 당하는 연예인이 됐다. 오랜 기간 자숙의 시간을 가졌던 이경영과 송영창은 2000년대 중반부터 충무로에서 조심스럽게 활동을 재개했다.
송영창은 2005년 영화 <형사> 병판 역으로 복귀해 노련한 연기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나타냈다. 2005년 <형사> 이후 그는 <그놈 목소리>(2007) <소년은 울지 않는다>(2007)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박쥐>(2009) <전우치>(2009) <아저씨>(2010) <용의자X>(2012) <연가시>(2012) 등 총 19개의 작품의 단역과 조역을 맡아 충무로의 인기 중견 배우로 다시 인지도를 쌓았다. 또한 그는 각종 연극, 뮤지컬에서도 두각을 발휘하고 있다.
이경영은 2005년 영화 <종려나무숲>에서 최 선장 역으로 스크린에 복귀한 이후 <상사부일체-두사부일체3>(2007) <신기전>(2008) 등으로 간간이 모습을 나타냈다.
이경영의 진정한 스크린 복귀는 2011년부터 시작됐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9개의 작품에 출연했던 그가 <최종병기 활>(2011) <써니>(2011) <모비딕>(2011) <부러진 화살>(2012) <후궁 : 제왕의 첩>(2012) <회사원>(2012) <남영동 1985>(2012) 등 인기작을 포함, 2년 만에 10편이 넘는 영화에 왕성하게 출연했다.
이경영은 브라운관 복귀에도 성공했다. 현재 OCN 드라마 <뱀파이어 검사 시즌2>에서 부검의 조정현 역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는 것. 하지만 아직까지 지상파 방송 복귀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의 출연 금지 명단에 올라 있는 이경영은 2009년 MBC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를 통해 안방 복귀를 시도했으나 부정적 여론으로 방송분이 통편집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
충무로서 명품 조단역 열연
▲ 송영창 |
2002년 이경영은 17세 여고생에게 돈을 주고 세 차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구속됐다. 이경영은 상대가 성인이라 생각하고 성관계를 가졌으나 청소년인 사실을 안 뒤부터는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결국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하지 못할 정도로 강한 낙인이 찍혔다.
이경영 사건과 함께 언급되는 배우가 바로 송영창이다. 비슷한 시기와 인지도 있던 중견배우의 원조교제 사건이라는 공통점 때문. 2000년 송영창은 전화사서함 서비스를 통해 알게 된 16세 미성년자와 두 차례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경찰에서 원조교제 사실을 시인했고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죄 등을 적용,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며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다.
이 사건으로 이경영과 송영창은 10년 넘게 지상파에서 출연 정지를 당하는 연예인이 됐다. 오랜 기간 자숙의 시간을 가졌던 이경영과 송영창은 2000년대 중반부터 충무로에서 조심스럽게 활동을 재개했다.
송영창은 2005년 영화 <형사> 병판 역으로 복귀해 노련한 연기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나타냈다. 2005년 <형사> 이후 그는 <그놈 목소리>(2007) <소년은 울지 않는다>(2007)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박쥐>(2009) <전우치>(2009) <아저씨>(2010) <용의자X>(2012) <연가시>(2012) 등 총 19개의 작품의 단역과 조역을 맡아 충무로의 인기 중견 배우로 다시 인지도를 쌓았다. 또한 그는 각종 연극, 뮤지컬에서도 두각을 발휘하고 있다.
이경영은 2005년 영화 <종려나무숲>에서 최 선장 역으로 스크린에 복귀한 이후 <상사부일체-두사부일체3>(2007) <신기전>(2008) 등으로 간간이 모습을 나타냈다.
이경영의 진정한 스크린 복귀는 2011년부터 시작됐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9개의 작품에 출연했던 그가 <최종병기 활>(2011) <써니>(2011) <모비딕>(2011) <부러진 화살>(2012) <후궁 : 제왕의 첩>(2012) <회사원>(2012) <남영동 1985>(2012) 등 인기작을 포함, 2년 만에 10편이 넘는 영화에 왕성하게 출연했다.
이경영은 브라운관 복귀에도 성공했다. 현재 OCN 드라마 <뱀파이어 검사 시즌2>에서 부검의 조정현 역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는 것. 하지만 아직까지 지상파 방송 복귀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의 출연 금지 명단에 올라 있는 이경영은 2009년 MBC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를 통해 안방 복귀를 시도했으나 부정적 여론으로 방송분이 통편집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