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자회사 SK하이스텍이 IFA와 협약…전문가들 “미술품 투자에는 정확한 정보 필수”
‘일요신문i’ 취재를 종합하면 SK하이닉스는 갤러리K 투자사기 사건에 법적 대응을 하지 않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갤러리K 투자사기 사건 관련 소송을 진행하진 않을 것”이라며 “SK하이스텍을 통해 IFA 측에 피해에 대한 조치를 위해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트테크(미술품을 소유하고 투자하는 재테크) 업체인 갤러리K는 ‘아트노믹스’를 내세우며 2017년 12월 설립됐다. 아트노믹스는 미술(Art)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미술품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의미다. 갤러리K는 미술품을 구매하면 기업 등에 빌려주고 대여 수수료를 받아 연 7~9%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미술품을 다른 곳에 팔아주거나 직접 매입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하지만 투자금 원금 미반환 사태가 벌어지면서 전체 피해 금액이 100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은 서울경찰청에서 수사 중이다. 김정필 갤러리K 대표는 해외로 도피해 현재 행방을 알 수 없다.
재무상담 서비스를 원한 SK하이닉스 일부 직원들은 SK하이스텍과 협약을 맺은 IFA를 통해 갤러리K의 아트노믹스를 소개받고 투자했다. SK하이스텍은 SK하이닉스의 자회사로 복지서비스 전문기업이다. SK하이스텍은 IFA와 협약을 맺었으며, IFA 설계사들은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재무상담을 진행했다. IFA는 재무설계를 위한 금융 및 보험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인슈테크(보험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이다. 이 과정에서 IFA 상담사들이 갤러리K의 아트노믹스를 소개한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의 한 직원은 “사내 재무상담 복지 프로그램을 통해 (IFA를) 알았고 여기서 갤러리K의 아트노믹스 상품을 추천했다”며 “투자 후 갤러리K 사기 소식이 전해졌다”고 말했다. IFA 관계자는 “SK하이닉스 구성원들 중 재무적으로 도움받기 원하는 분들에게 금융 포트폴리오를 제공했다”며 “증권사나 보험사 상품 권유, 더 나아가 절세나 목돈 운용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미술품 렌털 방법 등이 있다고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 직원들이 구매한 미술품을 다시 유통할 수 있는 활로를 제공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갤러리K 투자사기 사건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SK하이닉스에서 직원들의 피해에 대한 소송을 진행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갤러리K 투자사기 사건을 잘 알고 있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사건 터지고) SK하이닉스에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고 귀띔했다. SK하이닉스의 다른 직원은 “사측에서 피해 직원들 대신 갤러리K 사건 관련 소송을 진행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하며 “회사가 소송 당사자가 아닌 만큼 개인정보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자회사에서 벌어진 일이고 투자는 개인의 선택이기에 SK하이닉스가 소송을 할 정도로 책임을 지는 건 무리일 수 있지만, 관리 책임은 있다”며 “피해를 본 사내 직원들에 대한 일정 소송비용을 지원해주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회사를 통해 진행된 재무 서비스여서 직원들도 믿고 (투자) 했을 것”이라며 “SK하이닉스가 도의적 책임은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한 갤러리 대표는 “미술품에 많은 돈을 투자해 큰 이익을 본다는 건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위험성이 있는데 대기업에서 이를 몰랐다는 게 놀랍다”며 “미술품 투자를 하려면 정확한 정보가 가장 중요하다. 세법 규정과 작가의 작품을 파악할 수 있는 전문가를 통해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