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배우 향한 대중 ‘비호감 여론’ 전환이 관건…양우석 감독 연출·김윤석 ‘코미디’엔 기대감 ↑
12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대가족'의 제작보고회에는 배우 김윤석, 이승기, 김성령, 강한나, 박수영과 양우석 감독이 참석했다.
'대가족'은 스님이 된 아들(이승기 분) 때문에 대가 끊긴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김윤석 분)에게 세상 본 적 없던 귀여운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생각지도 못한 기막힌 동거 생활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변호인' '강철비'를 연출한 양우석 감독의 신작인데다 이승기의 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영화 공개에 앞서 먼저 질문이 향한 곳은 이승기의 '처가 리스크'였다. 아내인 배우 이다인의 아버지이자 배우 견미리의 남편 A 씨가 주가 조작 연루 논란으로 비판 여론이 있음을 알면서도 결혼을 강행했다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이승기가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보도가 나온 데에 전 소속사인 후크엔터테인먼트의 영향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앞으로 아내와 갚으면서, 함께 나누면서 살아가겠다"고 밝혔으나 대중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은 이승기는 "과거의 제 어떤 발언이 '가족은 잘못이 없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며 "제가 시종일관 얘기하는 건 처가 쪽 일은 처가 쪽 일이고, 엄연히 결혼한 이후에는 제 와이프도 처가 쪽과 독립해서 완전히 독립한 가정을 이룬 상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로 추가적으로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저 역시도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 신중하게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짧게 덧붙였다.
이승기의 이날 발언은 그가 인스타그램과 소속사 등을 통해 밝혀 왔던 입장과 사실상 큰 차이가 없었다. 연좌제를 경계하며 '장인은 장인, 아내는 아내'라고 정리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다인의 가족을 향한 여론이 좋지 않은지라 이 논란은 여전히 이승기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이전까지 호감형으로 가수와 배우 두 영역에서 모두 성공을 거두었던 데다 팬들은 물론 대중들의 신뢰도 두터웠던 그가 결혼부터 처가 논란에 이르기까지 연이어 이어진 이미지 훼손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것도 이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주연 배우의 리스크와는 별개로 '대가족'이라는 작품 자체에는 기대가 모인다. 주로 정치적 소재의 작품을 연출해 왔던 양우석 감독의 첫 가족물이라는 점에서 우선 그렇다.
양 감독은 이날 제작보고회에서 "꼭 가족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어 뿌듯하다. 가볍고 따뜻한 얘기를 해보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소원을 푼 것 같다"며 "지금 우리 사회의 화두가 가족이라고 생각해서 이 글을 쓰게 됐다. 예고편보다 훨씬 다양한 재미와 드라마, 레이어(층)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승기와 부자 호흡을 맞춘 김윤석은 만두가게 평만옥의 사장이자 38년 만두 대가 함무옥으로 분했다. 그는 "함무옥은 부드럽지 않고 결핍이 있는 사람이다. 아들이 출가해서 대가 끊긴 바람에 온몸이 화로 덮였다"며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사건 속에 휘말려 가는, 속도감에 기대는 작품들이 많았는데 그와중에 '대가족'은 드문 시나리오였다. 차근차근 다 읽어보고 오랜만에 소설 한 권을 다 읽은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함께 한 이승기에 대해서는 "이 작품으로 이승기 씨를 만나기 전 제가 갖고 있던 이미지는 '애어른'이란 느낌이었다. 절제도 굉장히 잘하고 무엇을 맡겨놔도 충분히 잘할 수 있는 균형 감각이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다"며 "(이승기가) 이 작품을 선택할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본인 두상이 얼마나 예쁜지를 본인이 잘 알고 있어서 그렇지 않겠나. 두상이 둥글둥글해서 너무 예쁘다"며 칭찬을 이어나갔다.
이번 작품에서 '삭발 투혼'까지 벌인 이승기는 아버지와 연을 끊고 스님이 됐으나 숨겨둔 자식이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지며 충격 스캔들의 주인공이 된 무옥의 아들 함문석을 연기했다. 그는 삭발에 대해 "사실 큰 부담은 아니었는데 머리를 미는 순간 반을 빌면서 '어, 큰일났는데' 싶었고, 다 밀고 나니까 제 생각보다 상당히 짧아져서 놀라긴 했다. 그 후 병행해야 하는 스케줄도 있어서 3~4개월은 가발은 착용했다"고 웃어보였다.
작품 선택의 계기로는 양우석 감독과 김윤석이 함께 한다는 것을 꼽았다. 이승기는 "저는 어떠한 영역을 넘어가신 분들을 보는 자체가 영광이고 축복이라 생각했다"며 "제 촬영이 없고 제 신이 아니더라도 선배님이 어떻게 하시는지 보는 이유가 있었다. 학교이자 교육현장이었다"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대가족'은 관객들로 하여금 다시 한 번 가족의 의미에 대해 되새기게 만들 시간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는 작품이다. 양우석 감독은 "가족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인간이 가진 가장 보수적인 영역임에도 의미, 지향점이 많이 바뀌었다고 느낀다"라며 "가족은 때로는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고, 부담스럽게 다가올 때도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돌아갈 수 있는 품이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다양성과 고민과 재미를 담아냈다"고 설명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한편 영화 '대가족'은 12월 11일 개봉한다. 107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