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비중 15% 삼성전자 올해 낙폭 36%…국내 증시 내년에도 우울한 전망
삼성전자가 주저앉으면서 우리 증시 전체가 추락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과거 큰 악재에도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가장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됐지만 올해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부진을 털고 반전을 이룰 것이란 관측은 많지 않다. 내년 코스피도 내리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전망이 많다.
올해 코스피가 8.9% 하락할 때 시장 내 비중이 15%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낙폭만 무려 36.4%다. 시총 상위 10종목 가운데 삼성전자와 셀트리온(-17.4%), 네이버(-15.85%) 3개 종목을 제외하면 모두 올해 수익률이 코스피보다 높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하락의 주범인 셈이다. 지난 11월 14일 기준 삼성전자의 선행(12개월)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8배로 2016년 2월 이후 최저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시장가치가 순자산을 밑돈다는 뜻으로 미래에 기업가치가 지금보다 못해질 것이란 평가의 결과다. 같은 날 코스피 선행 PBR은 0.87배로 삼성전자와 비슷하다.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삼성전자와 코스피 모두 10배로 22배인 미국 S&P50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8만 6000원선이다. 올해 36조 원 수준인 영업이익이 내년에는 44조 원까지 늘어난다는 예상이 바탕이다. 이익 성장률이 두 자릿수 이상인데 왜 주가는 오르지 못하고 추락만 거듭할까. 주가는 이익과 미래 가치의 함수다. 미래 가치가 높을수록 주당순이익(EPS)에 곱해지는 PER 값이 높아진다. 이익이 줄거나 미래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면 주가는 하락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추정한 191개 코스피 상장사의 2025년도 예상 영업이익은 지난 12일 기준 293조 7533억 원으로 석 달 전인 8월말(318조 4278억 원)보다 7.75% 낮아졌다. 전망치가 내려간 곳이 125개사로 전체의 3분의 2다. 우리나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이 하향된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
우울한 전망은 증권사들의 내년 코스피 예상 밴드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증권사 별로 보면 △한국투자증권 2300~2800 △키움증권은 2400~3000 △교보증권 2300~3000 △LS증권 2450~3000 △유진투자증권 2575~3040 △DS증권은 2500~2600선 등이다. 하단이 지금보다 낮은 곳이 많다. 상단을 3000선까지 본 곳도 있지만 하단과의 괴리가 크다. 전망에 대한 자신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올해 코스피가 큰 반등을 하지 못하고 내년에도 플러스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상황은 심각해질 수 있다. 코스피가 2년 연속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인 때는 외환위기 직전이다.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코스피는 1026에서 376으로 폭락했다.
수급 역시 불안하다. 트럼프 효과로 강 달러가 재개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넘어섰다. 환율이 높아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차손을 볼 수 있다. 외국인은 8~10월 한국 주식을 14조 원 이상 순매도했다. 8월 이후 지난 11월 12일까지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한 액수만 10조 원이 넘는다. 과거엔 외국인이 팔면 개인이 샀지만 요즘은 그 흐름도 약해졌다. 과거에는 코스피가 전망이 밝지 않더라도 현금 비중을 늘렸다 반등 시 주식을 저가매수하는 전략이 보편적이었다.
특히 증시가 어려울 때에도 견조한 흐름을 보였던 삼성전자 주식은 일종의 피난처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전망이 어두운 코스피 대신 미국 주식이나 비트코인 등에 대한 자산배분을 늘리는 것이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들에게 일반적이다. 오랜 기간 투자한 삼성전자 주식을 팔고 미국 기술주를 사는 투자가 강남 부자들 사이에는 표준이 된 지 오래다. 외국인과 국내 투자자가 모두 바이 코리아(Bye Korea)에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대표 종목들의 전망도 밝지 않은 곳이 많다. 대부분 수출 관련주로 중국의 저가 공산품 수출과 미국의 관세 장벽 사이에서 ‘고래 싸움에 낀 새우’ 업종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우리 경제와 증시에 가장 영향이 큰 자동차도 간판주인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물론 전망이 밝은 곳도 있다.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바탕으로 주주 환원을 높이고 있는 금융주, 인공지능(AI) 수혜주로 꼽히는 SK하이닉스, 고령화로 안정적 수익이 예상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다. 이 밖에 방위산업 관련주도 트럼프 시대에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증시·부동산 동행…집값도 하락세 예상
증시 전망만 어두운 게 아니다. 집값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예상이 많다. 과거에도 증시와 부동산 시장은 동행하는 흐름을 보여왔다.
11월 14일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09% 올랐다. 7월 이후 4개월 연속 오름세다. 다만 꾸준히 커지던 상승폭은 처음으로 전월(0.16%) 보다 줄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와 은행권의 대출 제한 조치 등의 영향이다.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오름세가 둔화했다. 시세총액 상위 50개 아파트의 상승률은 9월 2.16%에서 10월 1.09%로 반토막이 났다. 서울 매매가격전망지수는 2개월 연속 하락(8월 124.1→10월 100.6)하며 ‘상승 전망’ 비중이 크게 줄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개최한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전국 집값이 1.0% 하락하고, 전셋값은 1.0%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미 집값이 꽤 오른 데다 정부 규제에 따른 은행의 대출심사가 강화되고 전반적인 경기가 둔화된 점 등을 전망의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입주 물량이 충분하지 못한데 매매까지 위축되면서 전세는 수요가 늘어나며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대 변수는 금리다. 트럼프 효과로 강 달러와 장기금리 상승세가 뚜렷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기가 애매해졌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가 재정지출을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쏠릴 수 있다. 다른 나라들은 줄어든 국채 수요를 높이기 위해 발행금리를 상향해야 한다. 장기금리 상승 요인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에 시장금리까지 내리지 않는다면 주택 수요는 나아지기 어렵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