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CB·BW 연달아 납입일 연기…제주맥주 “해외 진출과 사업 다각화에 초점”
#부분자본잠식에 빠진 제주맥주
제주맥주는 약 100억 원 규모 운영자금 조달 목적의 유상증자 납입일을 10월 30일에서 11월 29일로 연기한다고 지난 10월 30일 공시했다. 제주맥주의 최초 유상증자 납입일은 5월 30일이었다. CB와 BW 납입도 함께 연기됐다. 각각 200억 원 규모인 CB와 BW의 최초 납입일도 5월 30일이었으나, 11월 30일로 연기한다고 10월 28일 공시했다.
이번 납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 코스닥시장 공시규정에 따르면 유상증자 등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계획이 △6개월 이상 지연 △조달 자금 20% 이상 변경 △조달 계획 철회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벌점과 과태료를 받게 된다.
제주맥주는 2024년 2분기 기준 자본총계가 164억 원으로 자본금 297억 원보다 적은 부분자본잠식에 빠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맥주는 보통주 5주를 같은 액면주식 1주로 병합하는 80% 비율 무상감자를 진행했다. 자본금은 58억 5600만 원으로 변경됐다.
무상감자 진행 후 거래재개 첫날인 8월 27일 제주맥주의 주가는 시가 5010원에서 종가 3980원으로 약 20.56% 급락했다. 주가가 3000원대 후반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한 가운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위기라는 악재까지 겹치자 제주맥주 주주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네이버 종목토론실에서 한 투자자는 “공시 번복을 밥 먹듯 하는데 아무런 제재가 없다”며 “(수익률) 마이너스 90%에 기가 찬다. 애먼 사람들만 피해를 보게 만든다”고 성토했다.
#중국 맥주와 '김밥'으로 승부수
제주맥주는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해 2023년부터 비상경영 돌입을 선언했다. 2023년 7월 전체 인력의 40%를 감축하는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120명 규모였던 직원 수는 현재 70여 명 수준으로 줄었다. 직원들의 급여, 복리후생비와 더불어 마케팅 비용까지 축소했다. 제주맥주의 올 3분기 판매비와 관리비는 23억 2601만 원으로 전년 동기(38억 1961만 원) 대비 약 15억 원 감소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최근 부진하다보니 관련 업계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며 “사업 다각화를 성공하지 못하면 경영상 어려움이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5월 최대주주가 변경된 제주맥주는 사업 다각화로 활로를 찾고 있다. 판매량 기준 글로벌 1위인 중국 화룬맥주의 ‘설화 맥주’를 국내로 독점 수입해 유통하고 있다. 중국 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러시아의 창고형 매장 ‘메트로 캐시 앤 캐리(METRO Cash & Carry)’에 입점을 확정하기도 했다.
제주맥주는 ‘바바김밥’으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탄 냉동김밥 브랜드 ‘올곧(지주사 에이지에프)’에 지분을 투자했다. 1차 투자금 40억 원을 납입한 제주맥주는 2차 투자(40억 원)까지 마치면 지분 17.93%를 차지하게 된다. 2차 투자가 완료되면 70억 원 규모 3차 투자까지 진행해 약 25% 지분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유상증자 등 자금조달이 지연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실현할 수 있게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국내 맥주 시장에서 매출을 늘리는 것에 한계를 느꼈기에 해외 시장 진출과 사업 다각화에 초점을 두고 흑자전환 달성을 노리고 있다”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