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기장군 ‘폐기물 처리시설 관리 권한’ 두고 갈등 첨예

시 ‘결정권·인가권 회수’ 조례안 개정 추진…군 “기피 시설 설치 과정 주민 의견 배제 우려” 반발

[일요신문] 부산광역시와 산하 기초자치단체인 기장군이 거센 갈등에 봉착했다. 부산시가 기초지자체에 위임했던 묘지공원·폐기물 처리시설 등의 결정권과 인가권을 회수한다는 내용의 조례안 개정을 추진하면서다. 부산시는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 사업을 이행하기 위해서라는 입장이지만, 기장군은 기피시설 설치 과정에 주민 의견이 배제될 우려가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부산 기장군의회는 11월 18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현행대로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이혜림 기자

부산시가 추진하는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에는 구청장·군수에게 위임돼 있던 묘지공원, 폐기물처리시설 등 도시계획 시설 결정권과 사업 시행자 지정, 실시계획 인가권을 부산시로 회수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은 지난 7월 입법예고를 거쳤으며 부산시의회 해양도시안전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시가 해당 조례를 추진한 첫 번째 배경은 부산 유일의 산업 폐기물 매립장인 강서구 송정동의 부산그린파워가 현재 70% 이상 포화 상태라는 점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폐기물 처리시설은 대표적인 님비 시설로 어느 지자체도 반기지 않지만 필수시설로 반드시 설립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장군을 발끈하게 만든 근본적인 이유로는 지난해 2월 민간사업자가 부산시에 기존 소각장과 별개의 소각장을 기장군 정관읍에 신설하기 위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사업 승인을 받았다는 대목이다. 관내에 폐기물 시설 사업을 승인한 데다 관련 권한을 부산시로 회수한다는 조례까지 추진하자 기장군 정·관계가 행동에 나선 것이다.

기장군의회 의원과 이승우 부산시의원(기장군), 산업폐기물매립장반대대책위 등은 11월 18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현행대로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타 시도에서는 현행 조례와 같이 기초자치단체에 위임돼 있다. 부산시는 조례개정 제안 이유에 대해 ‘운영상 미비점을 개선·보완’이라고 명시했지만 이는 시 자체의 업무 편의성과 강제성을 띠기 위한 개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사시설, 도축장, 폐기물처리시설은 지역의 지형적 요건과 설치된 도시계획시설과의 연관성, 관련 부서 간의 협의, 주민의견 반영 등 다양한 측면의 고려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한번 훼손된 환경권은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부산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의 일방적 추진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정종복 기장군수는 부산시 조례 개정안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했다. 사진=기장군 제공

정종복 기장군수는 부산시청 앞에서 11월 15일과 1일 두 차례에 걸쳐 부산시 조례 개정안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정종복 군수는 “이번 개정안이 부산시의회를 최종 통과하면 각종 기피시설 대한 정책결정 시 그 권한이 부산시에 귀속돼 지역주민의 의견과 의사결정권이 심각하게 훼손된다”고 주장했다.

정 군수는 “만약 부산시가 이러한 시대착오적 개정안을 밀어붙인다면, 기장군을 포함한 해당 지자체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할 것”이라며 “지역 민심을 대변하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부산시의회가 부산시의 독단이 담긴 해당 조례안을 반드시 부결해 주시길 간곡히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