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가보다 높은 위스키 의아, 앱 오류와 낙찰 비공개 불만…사기업 ‘한국경공사’ 경기도 로고 사용 논란도
킨텍스 그랜드볼룸에 마련된 공매장에는 3500명 이상이 현장을 찾았고 2065명이 입찰에 참여했다. 공매장 중앙에는 시계와 명품가방, 가장자리에는 귀금속, 공매장 입구에는 골프채와 양주 등이 전시됐는데 에르메스, 샤넬 등의 명품 가방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한 대기 줄이 생기기도 했다. 주요 공매 물품으로는 감정가(최저입찰가) 400만 원의 롤렉스 시계, 감정가 360만 원의 에르메스 가방, 감정가 333만 원의 금팔찌 등이 출품됐다.
오전 9시부터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까지 진행한 입찰을 통해 총 808건이 낙찰됐다. 매각 대상 가운데 롤렉스 시계가 710만 원으로 가장 높은 낙찰가를 기록했다. 이어 샤넬 가방 678만 원, 금팔찌 642만 원 순으로 낙찰됐다. 경기도 조세정의과는 공매 진행 전 자진 납부 등으로 징수한 금액과 이날 낙찰 대금을 합해 총 8억 5000만 원을 지방세 체납액에 충당할 계획이다.
이번 행사는 경기도 조세정의과가 담당했는데 조세정의과의 주된 업무가 체납 세금에 대한 징수 분야이다 보니 공매 운영상의 문제가 다소 드러나기도 했다.
먼저 수입 주류 중 시중가보다 높은 감정가가 책정된 위스키가 나와 의아함을 자아냈다. 통상 공매 물품의 감정가는 해당 물품의 시중가보다 낮게 책정된다. 그런데 싱글톤12년 싱글몰트 위스키가 8만 1000원의 감정가를 달고 나왔다. 싱글톤12년은 주류숍에서 5만~6만 원에 구입할 수 있는 위스키다. 이마트에서는 4만 9680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다른 위스키들이 시중가의 절반, 많게는 70%(발렌타인 30년)까지 낮은 감정가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쉽게 납득되지 않은 금액이다.
또한 잭다니엘스 No.27을 잭다니엘 27년산이라고 감정해 출품하기도 했다. 스카치위스키에 비해 증발량이 많고 숙성이 빠른 버번(테네시)위스키는 장기 숙성이 어렵기로 유명하다. 위스키 원액에 떫은 나무 맛이 배기 때문이다. 그래서 버번위스키의 경우 10년 이상이면 고숙성으로 분류하고 극소수의 프리미엄 위스키들(수백만 원 호가)도 20년 정도의 숙성 연수를 가진다.
게다가 최근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올드 바틀 위스키’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과거 출시된 위스키를 일컫는 올드 바틀은 과거(1970~1980년대) 원액을 사용하기 때문에 현재 출시되는 위스키와는 다른 맛을 낸다. 현행 위스키보다 맛과 향이 더 진한 편인 데다 희귀하기 때문에 가격 역시 비싸다. 그런데 이런 점은 감정에 반영되지 않은 듯했다. 현장에 있던 감정 업체 측에 위스키나 스피릿 분야의 전문 감정사가 있는지 묻자 주류 전문 감정사가 별도로 있는 것은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외에도 스마트폰 앱을 사용한 입찰 방식이 문제를 일으켰다. 입찰은 ‘한국경공사’라는 이름의 앱을 통해서만 가능했는데 9시부터 간헐적으로 접속 오류가 발생하더니 10시 40분부터는 입찰 자체가 안됐다. 입찰을 진행하면 페이지 오류가 나거나 로그아웃 상태로 튕겨져 나왔다.
참가자들이 불편을 제기하자 주최 측은 너무 많은 접속자가 몰려 그런 것 같다며 앱 운영사 측에 연락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안내에 나섰다. 하지만 이후에도 오류는 반복됐고 다수의 사람들이 11시 30분이 넘어서야 겨우 입찰 할 수 있었다.
입찰 시간은 9시부터 12시까지였는데 수십 차례 입찰을 시도하다 포기한 참가자도 있었다. 경기도는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수기 입찰 같은 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입찰은 계획보다 20분 늦은 12시 20분까지 연장됐고 그에 따라 낙찰자 발표도 늦어졌다.
앱 자체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입찰 참가자들은 자신이 써낸 입찰 금액만 확인할 수 있었을 뿐 낙찰자가 누군지, 얼마에 낙찰받았는지 알 수 없었다. 경기도는 사전 안내를 통해 “낙찰자에게는 낙찰 문자가 갈 것”이라고 안내했지만 앱에서는 낙찰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기에 참가자들은 마냥 기다려야 했다. 한 참가자는 “누가 얼마에 낙찰받았는지 알 수도 없다”면서 “안 됐으면 안 됐다고 앱에 떠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입찰하기 위해 반드시 사용해야 했던 ‘한국경공사’라는 앱에 대한 또 다른 문제도 제기됐다. 해당 업체가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으로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앱은 정부 부처 로고와 유사한 태극마크 로고를 달고 있다. 또한 한국경공사 공매 홈페이지에는 경기도 로고가 상단 우측에 박혀있다.
포털에 한국경공사를 검색하면 ‘국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국세, 지방세의 압류, 압수품 동산 공개 매각, 전자공매시스템’이라고 소개하고 있고 홈페이지 최상단에는 ‘지방세징수법 시행령, 시행규칙에 의거 운영됨’이라고 쓰여 있다. 마치 법률에 규정된 업무를 수행하는 공적인 기관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업체는 공공기관과는 무관한 사기업이다. 경기도로부터 공매 입찰에 대한 사무를 받아 수행할 뿐이라고 도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한국' '공사’라는 이름과 태극 문양의 로고, 홈페이지 하단에 법원, 검찰청, 관세청, 경기도 등 국가 기관의 로고나 상징이 자리하고 있어 일반인들의 오해를 살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홈페이지 상단의 경기도 로고 때문에 해당 업체를 경기도 산하기관, 또는 정부 부처의 산하기관 등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에 대해 경기도 담당자는 “그래서 업체에 주의를 줬다. 앞으로는 그렇게 못하게 하겠다”고 답했다. 경기도는 앱 오류, 낙찰액 미공개 등과 관련해서도 “스마트폰 앱 입찰은 조금 더 편하게 입찰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였다.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