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가보다 높은 위스키 의아, 앱 오류와 낙찰 비공개 불만…사기업 ‘한국경공사’ 경기도 로고 사용 논란도

오전 9시부터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까지 진행한 입찰을 통해 총 808건이 낙찰됐다. 매각 대상 가운데 롤렉스 시계가 710만 원으로 가장 높은 낙찰가를 기록했다. 이어 샤넬 가방 678만 원, 금팔찌 642만 원 순으로 낙찰됐다. 경기도 조세정의과는 공매 진행 전 자진 납부 등으로 징수한 금액과 이날 낙찰 대금을 합해 총 8억 5000만 원을 지방세 체납액에 충당할 계획이다.



먼저 수입 주류 중 시중가보다 높은 감정가가 책정된 위스키가 나와 의아함을 자아냈다. 통상 공매 물품의 감정가는 해당 물품의 시중가보다 낮게 책정된다. 그런데 싱글톤12년 싱글몰트 위스키가 8만 1000원의 감정가를 달고 나왔다. 싱글톤12년은 주류숍에서 5만~6만 원에 구입할 수 있는 위스키다. 이마트에서는 4만 9680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다른 위스키들이 시중가의 절반, 많게는 70%(발렌타인 30년)까지 낮은 감정가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쉽게 납득되지 않은 금액이다.


게다가 최근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올드 바틀 위스키’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과거 출시된 위스키를 일컫는 올드 바틀은 과거(1970~1980년대) 원액을 사용하기 때문에 현재 출시되는 위스키와는 다른 맛을 낸다. 현행 위스키보다 맛과 향이 더 진한 편인 데다 희귀하기 때문에 가격 역시 비싸다. 그런데 이런 점은 감정에 반영되지 않은 듯했다. 현장에 있던 감정 업체 측에 위스키나 스피릿 분야의 전문 감정사가 있는지 묻자 주류 전문 감정사가 별도로 있는 것은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다.

참가자들이 불편을 제기하자 주최 측은 너무 많은 접속자가 몰려 그런 것 같다며 앱 운영사 측에 연락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안내에 나섰다. 하지만 이후에도 오류는 반복됐고 다수의 사람들이 11시 30분이 넘어서야 겨우 입찰 할 수 있었다.
입찰 시간은 9시부터 12시까지였는데 수십 차례 입찰을 시도하다 포기한 참가자도 있었다. 경기도는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수기 입찰 같은 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입찰은 계획보다 20분 늦은 12시 20분까지 연장됐고 그에 따라 낙찰자 발표도 늦어졌다.
앱 자체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입찰 참가자들은 자신이 써낸 입찰 금액만 확인할 수 있었을 뿐 낙찰자가 누군지, 얼마에 낙찰받았는지 알 수 없었다. 경기도는 사전 안내를 통해 “낙찰자에게는 낙찰 문자가 갈 것”이라고 안내했지만 앱에서는 낙찰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기에 참가자들은 마냥 기다려야 했다. 한 참가자는 “누가 얼마에 낙찰받았는지 알 수도 없다”면서 “안 됐으면 안 됐다고 앱에 떠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포털에 한국경공사를 검색하면 ‘국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국세, 지방세의 압류, 압수품 동산 공개 매각, 전자공매시스템’이라고 소개하고 있고 홈페이지 최상단에는 ‘지방세징수법 시행령, 시행규칙에 의거 운영됨’이라고 쓰여 있다. 마치 법률에 규정된 업무를 수행하는 공적인 기관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업체는 공공기관과는 무관한 사기업이다. 경기도로부터 공매 입찰에 대한 사무를 받아 수행할 뿐이라고 도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한국' '공사’라는 이름과 태극 문양의 로고, 홈페이지 하단에 법원, 검찰청, 관세청, 경기도 등 국가 기관의 로고나 상징이 자리하고 있어 일반인들의 오해를 살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홈페이지 상단의 경기도 로고 때문에 해당 업체를 경기도 산하기관, 또는 정부 부처의 산하기관 등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에 대해 경기도 담당자는 “그래서 업체에 주의를 줬다. 앞으로는 그렇게 못하게 하겠다”고 답했다. 경기도는 앱 오류, 낙찰액 미공개 등과 관련해서도 “스마트폰 앱 입찰은 조금 더 편하게 입찰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였다.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