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숙박업소 저가 공세로 기존 업체들 불만 고조…국내 플랫폼 아닌 관계로 위치 추적 힘들어 단속 제약
국내 숙박시설은 생활형 숙박시설, 일반숙박시설, 농어촌 민박(펜션) 중 하나를 선택해 숙박영업을 해야 한다. 숙박시설은 장애인 시설, 화재·상해보험은 물론, 소방검열까지 마쳐야 하는 등 까다로운 국내법을 준수해야만 가능하다. 특히 농어촌 민박은 연면적 230㎡의 단독주택 및 다가구주택만 가능하고, 실거주해야 하는 제약 상황을 안고 있다.
최근 들어 이처럼 까다로운 허가 규정을 피해 무허가로 영업하는 숙박업체가 늘고 있다. 아파트나 가정집들이 숙박 중계플랫폼인 에어비앤비에 등록한 후 영업을 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거제시와 같은 관광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전 세계 관광객에게 편안한 숙박공간을 제공하고 중계수수료로 18%을 가져가는 에어비앤비는 투자 없이 플랫폼 하나로 먹고사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산물이다. 에어비앤비는 200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두 명의 호스트가 세 명의 게스트를 맞이한 이후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500만 명 이상의 호스트가 20억 회 이상 게스트를 맞이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에어비앤비의 높은 서비스 수수료는 기존에 허가받은 숙박시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에어비앤비의 18.4% 정도의 수수료에는 카드사 수수료 2.5%, 부가세 8%가 포함돼 있는데, 이를 모두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8%의 높은 수수료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국내에서 에어비앤비는 허가받은 숙박시설에 진입장벽이 된다. 하지만 까다로운 허가 절차를 피하려는 이들에게는 숙박 영업을 위한 출구가 되고 있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국내 무허가 숙박시설 운영자는 종합소득세를 납부하지 않는 데다 에어비앤비가 국내 플랫폼이 아닌 관계로 위치 추적이 힘들어 지자체의 단속에 제약도 많다.
거제시 관계자는 “무허가 숙박시설 운영자를 색출하기 위해 형사고발도 시행했으나, 에어비앤비 측이 숙박시설을 블라인드 처리해 주소를 확인하기 힘들어 고발해도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이용객의 신고에 의존해 무허가 숙박시설을 형사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제 A 펜션 운영자 B 씨는 “펜션으로서 갖춰야 할 보험 등의 시설을 대출까지 끌어들여서 영업했으나, 우후죽순 생겨난 아파트, 가정집 등 무허가 숙박시설의 저가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무허가 숙박업소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 발생 우려도 함께 거론된다. 국내에서 에어비앤비에 등록한 무허가 숙박시설 운영자는 잠재적 범죄자가 돼 언제 고소당할지 모를 처지에 놓이게 된다. 가령 이용자가 숙박시설 운영자를 불법으로 고소하겠다고 하면 속수무책 당한다.
국내법에 따라 처벌을 당해 벌금 500만 원을 낼 처지라면 이용자와 적당한 금액으로 합의를 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배경으로 이를 이용한 신종 범죄가 발생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